저라면 들러볼 부스들, 1층
독립출판인들에게 11월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이하 UE 혹은 언리밋)의 달이지 않을까요?
저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관객으로, 회사 혹은 개인 부스 참가자로 UE에 참여했었답니다. 다양한 매력의 북페어 중에서도 언리밋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제 하나의 절기가 되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 17년을 거치며 동안 많은 창작자/생산자들이 언리밋을 목표로 신작을 발표하게 됐거든요. 꼭 언리밋 현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책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루트는 많아졌지만, “올해의 새 책이 나왔습니다!”의 에너지가 주는 설렘은 늘 반갑고 신나는 거 같아요.
오늘 포스팅은 UE17, 대혼란의 서울아트북페어에서 '저라면' 들러볼 부스들입니다.
1층에서 2층으로,
UE 현장 부스 넘버의 [알파벳과 숫자] 순으로 소개해볼게요.
언리미티드 에디션 17 - 2025 서울아트북페어
�기간 | 2025년 11월 14일(금)~16일(일), 3일
⏰시간 | 14일(금) 오후 12~7시, 15~16일(토~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238)
*무료 입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OOO 작가님이 올해 UE에 출동하십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리는데, 저는 OOO 작가님의 오랜 팬이에요. (왜 때문에 비장하게…?) 몇 년전 UE에서 작가님 부스를 찾아가 “언젠가 작가님과 협업하고 싶습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라고 프로페셔널하게 말을 붙여보지 못하고 어째선지 흔들리는 눈동자로 쳐다만 보다가 크리스마스 카드랑 엽서랑 스티커를 수 장씩 중복구매하고 왔는데요, 책도 이미 같은 걸 여러 권 사서 주변에 선물 하기도 했고…. 아무튼 팬입니다. OOO의 뜻은 다 아시려나요. 성함이 정세원… 세 원… 3… O…. 저한테 개인적으로 말씀해주신 건 아니고(작가님과 제가 나눈 대화는 얼마인가요? 감사합니다 가 전부입니다) 찾아봤답니다. 올해는 한영원 시인과(0O…?) 과 나눈 서한집 『여름 허물』을 내신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무슨 책인지가 뭐가 중요할까요. 일단 보이면 구매하시길 권합니다.
‘스튜디오 블랙아웃’의 김호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술과 맛에 관한 이성적이고도 감성적인 애정을 자신의 그리고 쓰는 재능을 십분 발휘한 책과 콘텐츠로 만들고 있어요. ‘문진’은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문진희 작가입니다. 읽는 마음을 다정하게 누르는 그의 문장에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둘은 2년 전 UE에서『조금씩 많이 먹고 싶어』란 책을 낸 적 있습니다. 둘의 도합 열 네번의 도쿄 방문 동안 들렀던 술집에 관한 이야기예요. 다르면 다른 대로, 같으면 같은 대로 각자 또 함께 거니는 도쿄 술집의 장면들이 참 따뜻해서 좋아하는 책인데요, 이번 책은 문진희 작가 1인의 글로 완성했고, 배경은 광주라고 합니다. 제목은『광주에 가면』이에요. 고향이자 여행지로 광주를 누비는 문진희 작가의 여정에 동행할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됩니다. 참, 김호 작가는 “출간과 동시에 계엄을 때려맞아 홍보도 제대로 못한 비운의 책”(하하) 통조림도감 『까먹는 재미』에 집중한다고 하네요. 일본 여행 때마다 수집한 김호 작가의 통조림들이 아주 귀엽고 재밌-땁니다!
사진가 임효진의 새로운 사진집『꽁트 을지로』가 대구 기반의 출판사 ‘사월의눈’에서 발간됩니다. 임효진 작가는 주로 서울과 서울의 거리와 서울의 구석과 서울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찍습니다. 지난 책으로 사진집『모텔 꿈의 궁전』『서울저널』이 있습니다. 그의 사진은 단순합니다. 재밌는 건 그 단순함 아래에 복잡한 정동이 부글부글 느껴진다는 겁니다. 저는 그의 사진집을 볼 때면 사진가에게 질문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곤 합니다. 서울을 사랑하나요? 아니오. 그럼 사랑하지 않나요? 아니오. 이번 책에는 임효진 사진가가 쓴 아홉 편의 꽁트도 수록했다고 합니다. 을지로와 꽁트라. 항상 거기 있었는데 이제야 눈치챈 비밀(그런데 안 비밀)의 골목처럼 느껴지네요. 『꽁트 을지로』는 사월의눈의 사진집 시리즈 ‘리듬총서’ 네 번째 권입니다. 동시대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이미지에 관한 다채로운 책을 만들어온 사월의눈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도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부스에서 사월의눈의 또다른 책 『살롱 100 필름 100 포스터 _ 에디션 1: 영화제 디자인』도 눈여겨 보시길.
디자인에 관심 많은 이들에겐 레트로 디자인의 보고(寶庫). 지적 즐거움을 사랑하는 독자에겐 20세기 사회문화에 관한 정확한 텍스트. 따뜻한 글을 읽고픈 분께는 혼자 듣는 한밤의 라디오 사연처럼 찡한 에세이집. 『20세기 레트로 아카이브 시리즈 3: 비디오 테이프』는 한국에 영화 비디오 테이프가 처음 출시된 1981년부터 1999년까지 589편의 비디오 테이프를 수집하고 기록하여 한 권에 수록했습니다. 거기 얽힌 수십 개의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감독, 배우, 회사원, 영화의 팬, 작가, 디자이너 등 영화 일과 관계 있거나 없거나 아무튼 자기 삶의 곁에 영화를 두었다는 공통점을 나누는 사람들이 비디오 테이프에 얽힌 마음과 기억을 들려줍니다. 하나같이 참 아련하고 각별하여, 마치 자라난 우리를 위해 어렸던 우리가 읽어주는 짧은 동화의 모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쪽에 제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연의 제목은 ‘파인애플, 고무장갑, 브래지어의 대혼란’. 무슨 비디오게요? 알아맞혀보세요. (>_<)
영화, 뮤지컬, 콘서트와 출판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애호가들을 위해 작고 다정한 굿즈를 만드는 스튜디오 소시민워크가 올해 UE에도 신간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소시민워크 부스는 보면 마냥 웃음이 나는 귀여운 플립북을 손에 든 독자들로 늘 북적이는 부스인데요, 이번에도 보송보송한 친구가 등장하는 말랑말랑한 플립북 『일어나~』를 발간한다고 합니다. 또 기대하는 책. 역시 신간인『모닝구-나고야』입니다. 일본 모닝세트 ‘모닝구’의 발상지이기도 한 나고야를 여행한 기록입니다. 오래된 킷사텐, 카페와 극장, 레코드 가게를 둘러보며 “그곳만의 공기가 주는 은은한 행복”을 담았다고 해요. 해외영화제 출장기『다시, 베를린영화제에 간다면』『이사벨, 다시 칸 영화제에 가다』의 저자인 영화사 엣나인필름 박혜진 프로그래머와 함께 만든 책! 이들이 전해줄 우정과 여행, 취향에의 영감을 즐겁게 기다립니다.
꼭 구매하고 싶은 책. ‘돛과닻’의 『어떤 예수의 죽음』입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기일을 맞이하여 1970년 12월에 발표된 고 오재식 님의 글을 작은 책자로 발간했다고 합니다. 이 글을 미리 읽어보신 독자들은 “역사적인 기록으로서도 은유적인 문학으로서도 소중한 읽기의 경험”이라고 소감을 전하셨다고 해요. UE 전날인 13일 목요일이 전태일 열사 55주기라고 합니다. 『어떤 예수의 죽음』은 돛과닻의 소책자 프로젝트 [반반문고]로 나온다고 해요. A4사이즈 종이를 가정용 프린터로 인쇄하여 엮는 출판물입니다. 저도 이를 따라서 언젠가 해보고 싶은 형태네요. 크리스마스 책도 있습니다. 로베르트 발저 등 일곱 명의 문학가들의 크리스마스 단편을 모은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입니다. 인용된 책 속 문장을 보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어요. 반드시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날, 작은 쓸쓸함을 만지작거려본 분이라면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화려하지만 쿨하고, 용감한데 귀여운 고양이 히어로들이 동분서주 중인 부스를 발견하신다면, 옳게 찾아가셨습니다. 올해 UE에서도 고주연 작가의 부스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고주연 일러스트레이터는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을 굳게 믿는 작가입니다. ‘셔레이드쇼’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시리즈인데요, 우리의 사랑스런 고양이가 사실 슈퍼히어로라면? 이란 상상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올해 UE에서 새로운 이야기 『Charade so cute: Tiny Pixel Disasters』를 선보입니다. 무려 121장의 그림을 모은 아트북이라고 해요. 고주연 작가는 픽셀 아트, 드로잉, 기계자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완성하는데요, 특히 기계자수는 자유분방한 드로잉과 그 선을 채우는 일사분란하고 촘촘한 색실의 대비가 흥미로워 특히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업 방식입니다. 제가 편집자로 참여한 플레인아카이브 ‘CAT BOOKS’ 시리즈의 표지 일러스트도 고주연 작가님 기계자수 작품!
여기까지 1층이었습니다. 2층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