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왜 맨날 느타리랑 팽이버섯만 먹은 거야?
“모리야, 오늘 학교에서는 즐거웠어?
“네,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점심 먹을 때 토론을 좀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라고? 재미있었지만 그런데.. 라..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토론을 했는데?”
이야기인즉슨, 학교 급식 시간에 아이가 ‘아, 또 고기야. 먹을 게 없네..’라고 혼잣말을 한 것을 듣고 한 친구가 ‘그럼 네가 고기를 먹던가. 왜 고기를 안 먹으면서 뭐라고 하냐.’고 하면서 거친 욕을 했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싸웠어?”
“에이, 아니죠. 그 친구는 원래 좀 자주 그런 스타일이고요.. 그 덕분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랑 왜 채식을 하는가에 대해서 토론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채식이 좋다는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아이는 커다란 기쁨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하며 이야기했다. 채식을 하는 ‘변종’ 급우의 등장으로 갈등이 빚어지는 건 아닐까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되었던 날, 아이는 ‘변종’ 급우를 두둔하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감명을 받는 의연함을 보였다.
아이 학교의 한 달 급식 메뉴표 하단에는 ‘채식 선택급식 도입으로 채식이 없는 날은 자율 배식대를 이용하여 채소와 과일을 제공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짜장밥에 꿔바로우가 나온 날에 모리는 정작 별도의 자율 배식대를 찾지 못했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니 전국의 초, 중, 고 채식 급식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지자체의 경우 모든 학교가 월 1회 ‘채식의 날’, 주 1회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시하는 것 같긴 한데 이게 필수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 채소 과일 자율 배식대가 어디에 있는지 여쭈어보고도 싶지만 괜히 유별난 엄마로 찍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아마도 디저트 격으로 나누어주는 과일 배식 코너를 조금 더 넉넉히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궁금한 마음을 무마한 채, 나는 그저 배고픈 급식이 예정되어 있는 날에 아침밥을 더 정성 들여 차려줄 뿐이다.
엄마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아이는 자기만의 채식 소임을 잘해나가고 있다. 기술가정 교과의 ‘건강한 식생활 캠페인 포스터 만들기 대회’에서는 나와 지구가 함께 건강해지는 채식 예찬론을 펼쳤고, 다른 여섯 가지 항목(일회용품 없는 생활, 에너지 절약하기, 생물 보호, 탄소중립 알리기 캠페인, 환경문제 발생시키는 물건 구입 자제, 재활용과 자원순환)에는 줄줄이 글이 올라오지만 혼자 제목만 외롭게 놓여 있던 ‘고기 없는 하루’ 항목에 고추잡채 이야기를 올렸다.
그리고 열심히 버섯을 먹는다. 달걀물을 살짝 입혀 볶은 송화 버섯, 총총 썰어 참치와 함께 섞어 전으로 부친 팽이버섯, 간장과 설탕을 넣어 불고기 양념 맛이 나게 볶은 느타리버섯.. 나는 장을 볼 때마다 새로운 버섯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소금이나 간장을 이용한 조리법 말고 다른 색다른 레시피는 뭐가 있을까 머리를 굴린다. 식생활의 편의를 위해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냉동식품을 찾아 마트의 거대 냉동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두부와 버섯, 기타 채소 몇 가지만 넣었다는 만두 봉지를 찾아들고 유레카를 외친다.
소고기를 넣지 않고 끓인 미역국은 확실히 맛이 덜하다. 아침부터 파무침을 반찬으로 주기도 하고, 저녁 도시락으로 김치찌개와 지단을 넣은 김밥을 싸놓기도 하며, 갈비찜이 먹고 싶은 날에는 소갈비 양념에 무만 숭덩숭덩 썰어 넣고 흐물흐물 해지도록 끓여 먹기도 한다.(막판에 욕심을 부려 꽈리고추를 넣었다가 망했다. 쓴 맛이 난다.)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채식을 지속할 수 있을까 종종 궁금해진다.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일 없이 틀어놓은 텔레비전에 먹방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채널을 돌린다.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감탄하는 외국인을 보는 것보다 초코비를 먹으며 게슴츠레 눈을 감는 짱구를 보는 일이 훨씬 즐겁다(라기보다 정서적인 안정이 된다).
하지만 가끔 불고기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