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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Apr 24. 2023

암 환자에게 아픈 말은 그만해 주세요(수상록)

제4회 대림성모 핑크스토리 창작시 공모전 입선


몇 년 있어야 완치되냐 물어서 5년이라고 대답했더니


내 친구는 6년 뒤에 죽었다는 사람


평소 뭐를 잘 못 먹어 암에 걸렸냐 묻던 사람


너 그 가발 안 어울린다며 더 ‘환자’ 같다고 말하던 사람


너는 가족력이구나 단정 지으며


우리 집엔 암 환자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던 사람


3기면 말기 아니냐 묻던 사람


너 완치되면 만나자고 말한 사람


요즘엔 유방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던 사람


검진 통과에 기뻐하니


5년 지나도 재발될 수 있다며 안심하지 말라던 사람


내 주변에 암 환자는 다 죽었다고 말하던 사람


항암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독이 든 사람들의 말이었다


 


위 말들은


나 말고도 많은 암 환자가 들어온 말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누군가 알려 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랬다면


 


이제 내가 알려준다


 


분명한 건,



한쪽 가슴으로 살아도


텅 빈 머리숱으로 살아도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고살아도


아파서 힘든 일을 못 하고 살아도


평생 약을 먹으며 살아도


6개월마다 마음 졸이며 김진 받으며 살아도


 


너는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딱 한 명이라도 있기에


살아진다 살아지고 있다


 


나는


가슴을 잃은 대신 감사를 얻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자만보다


오늘만 사는 마음으로 겸손해졌고


 


다른 사람의 작은 상처에도


같이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같이 울어줄 수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시간이 다 치료해 준다고


맛있는 밥 사줄 거라고


손잡아 주며 안아줄 수 있다


혹시나 암 환자 주변에


독이 든 사과를 줄 사람들에게


 


나는


이 글을 꼭 보여주고 싶다


 


암 환자에게 아픈 말은 그만해주세요


[출처] [제4회 대림성모 핑크스토리 창작시 공모전 수상작] 입선_암 환자에게 아픈 말은 그만해 주세요

작성자 대림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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