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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Apr 30. 2018

7. 핫펠트(예은)의 진심

진심 어린 음악을 위한 여정

 핫펠트라는 가수의 1집 ‘Me?'는 새로웠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였지만 강렬했고, 특히 가사가 좋았다. 핫펠트 HA:TFELT가 누구지? 핫벨트를 이쁘게 말한 건가. 핫벨트 뭔가 섹시함..? 하지만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은 전혀 아닌데..?      


 내 의문은 후에 우연히 시청한 영상을 통해 풀렸다. 피프틴앤드와 핫펠트가 나와 G-드래곤의 그XX를 부르는 영상이었는데, 그곳에 원더걸스 예은이 있었다. 예은이  “걘 절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냐”라는 가사를 읊는 순간, 여자 방청객 몇몇이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 비쳤고 누군가를 힘들게 좋아하고 있던 나도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유튜브


Heartfelt(진심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란 단어와 Hot(뜨거운)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진심 어린 음악을 만들겠다는 아티스트의 각오가 담긴 예명 HA:TFELT를 스스로 정한 예은은 18살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JYP 가수 중 가장 먼저 작곡가로 계약했으며* 원더걸스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보았을 ‘Saying I love you",’G.N.O'를 단독 작사 작곡했다. 2014년에는 대중성을 강조하는 박진영 프로듀서와 몇 차례 대전을 거치며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로 첫 솔로 1집 앨범을 채웠다. 


앨범을 내기까지 세계대전을 몇 번이나 치렀는지 모른다.(웃음) 'Bond'는 대중성도 있고, 콘셉트가 확실한 곡이다. 하지만 난 박진영 PD님에게 '이 곡으로는 못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게 1차 전쟁이었다. 그다음이 현대무용 퍼포먼스였고. 재킷 커버,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의도는 충분히 알지만, 내 것으로 가고 싶었다.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140804 오마이뉴스 인터뷰)


1집 앨범 Me?



1. MEINE - 나의


- 고개 돌리지 마, 나를 봐줘 (나란책 가사)    


 정규 앨범 1집 앨범명도 Me? 였고, 아메바컬쳐에 들어와 처음 낸 싱글 앨범명도 ‘나의’라는 독일어 단어는 'Meine'이었다. 두 앨범 모두 아이돌 멤버가 아닌 ‘예은’이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가사로 가득 채워졌다. 핫펠트는 여자 아이돌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알아 세상엔 참 예쁜 여자들이 많아
And how much I try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지 (Ain't Nobody)   

누군가는 말했지 넌 평범할 뿐이라고 
But now you see me flying without wings
누군가는 말했지 넌 이제 끝났다고 
But now you see me standing on the ash  (Iron girl)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동생이 태어나던 때와
열두 살 분노를 처음 배운 때와
열다섯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그리고 열여덟 가슴 벅찼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나란책)


@위로가 돼요 뮤직비디오



-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 heartfelt 


진심이라는 뜻의 이름 ‘핫펠트’는 최근 WKOREA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진실됨/진실됨/진실됨’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진실됨이라는 사전에 찾아보면 ‘마음에 거짓 없이 순수하고 바르다’라는 뜻이 나온다. 자신과 타인에게 거짓 없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적당히 넘어가고 사회에 부응하고 그 과정에서 혹시나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는 것이 더 간단하다.      


제가 100을 준비해도 대중에게 보이는 건 딱 30인데,
그러면 눈앞에 보이는 30만 준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100을 다 볼 거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 게 진심 아닐까요?
(GQ KOREA 인터뷰) 


 진심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예은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여자 가수에게는 신비하면서 자유로운, 섹시하면서도 순수한 (도대체 가능은 한 걸까!) 덕목들이 요구되는 사회다. 너무 솔직한 것보다는 적당히 웃어넘길 줄 아는 부드러움이 칭찬받고, 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때  ‘쟤는 무섭고 기가 세’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여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쉽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여성혐오 사회인 것이다. 


남자들은 예은을 어떻게 봐요? 무섭게 생각해요. 눈도 올라가 있고 눈동자는 작고. 누구를 거쳐서 저한테 이야기도 들어와요. “야, 예은 진짜 무섭더라.” 난 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해도 “아” 하고 그냥 수긍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까 “난 너무 똑똑한 여자 싫은데”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뭐, 나도 그런 남자 필요 없어! (GQ 코리아 인터뷰)      


@텐 아시아



 2. Deine - 너의   


- 혹시 말랑 자두 좋아해요? (위로가 돼요 가사)


정규 1집과 싱글 Meine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놓았던 핫펠트는 최근 발표된 Deine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너에게 말을 건다.      

그댄 내게 
위로가 돼요
Just give me yellow 
Then I'll go   

초록불의 신호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 노란 불의 신호만 줘도 괜찮아요. 내가 당신에게 한 발 먼저 다가가면 되니까!’라고 당당하게 핫펠트는 말을 건다.** 난 숨기지 않고 우리의 사랑을 노래하고 솔직하게 노래하고 싶다고.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고백이지 않을까.   


 - 동시대 여성들에게   


 핫펠트는 너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로 확장해 동시대의 여성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이런 편견들이 너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핫펠트는 이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편견과 유리천장에 대해 다룬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며 이 책처럼 자신의 새 앨범 또한 젊은 여성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80402 W KOREA 인터뷰)      

이 인터뷰를 진행하기 불과 몇 주 전에 한 여자 아이돌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히자 당한 극심한 백래시를 떠올리면 핫펠트가 얼마나 신중하게 이 책을 언급한 건지 추측할 수 있다. 자신의 발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악의적인 모욕과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일 테다. 


Deine 앨범

 

요새 핫펠트의 새 앨범 Deine 반복해서 듣고 있다. 가사는 물론 곡 자체가 너무 좋다. 이 뛰어난 아티스트가 더 자유롭게 마음껏 자신의 진심을 노래했으면 좋겠다. 나도 용기 있게 내 진심을 전하고 싶다. 핫펠트의 노래들은 나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다고. 너무 고맙다고.      





*  텐아시아 :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290606 

** 180423 라디오 이수지의 가요광장

*** 사용된 사진은 모두 아메바컬쳐 및 JYP 공식 SNS에서 가져왔습니다. 


- 인용된 인터뷰- 

오마이뉴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020118 /  GQ KOREA: http://www.gqkorea.co.kr/2015/09/23/%EB%B9%9B-%EC%86%8D%EC%9D%98-%EC%97%AC%EC%9D%B8/ / W KOREA:  http://www.wkorea.com/2018/04/02/%EC%98%88%EC%9D%80%EC%9D%B4-%ED%95%AB%ED%8E%A0%ED%8A%B8%EA%B0%80-%EB%90%98%EA%B8%B0%EA%B9%8C%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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