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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May 13. 2018

홍대 누드모델 몰카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외침

#동일범죄 동일처벌

#홍대 누드모델 몰카 유포 용의자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죄송하다’고 말한 직후 SNS에는 #동일범죄동일처벌 이라는 해시태그가 급상승했다. SNS 속 여성들은 ‘이 나라는 정말 남자만을 위한 나라인 것 같다’며 분노하고 슬퍼했다. 왜 몰카범이 잡혔다는 소식에 여성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여성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몰카 범죄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과 그동안 여성들이 몰카로 느꼈던 고통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1.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몰래카메라 피해자 중 80%~90%가 여성이다.
2.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검거자 중 98%가 남성이다   
3. 그동안의 수많은 몰카 범죄에도 불구하고, 이번 홍대 누드모델 몰카 용의자는 포토라인에 선 최초의 물카 범죄자 이다.
4. 물론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심각한 몰카 범죄이며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5. 하지만 몰카 유포범이 ‘남성’이었어도 이렇게 논란이 되었을까?
6. 여성이 원하는 건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된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것. 단지 그 뿐이다. 


1.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몰래카메라 피해자 중 80%~90%가 여성이다. 


  2013년 이후의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 4천823건(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4천119건), 2014년 6천623건(5천468건), 2015년 7천623건(6천325건), 2016년 5천185건(4천204건), 2017년에는 1∼8월 3천914건(3천329건)* 이다. 즉 매년 적어도 4천명 이상의 여성들이 몰카로 고통 받는다. 많은 여성들의 경우 본인이 찍혔는지도 모르거나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수치심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제 몰카로 인한 여성 피해자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의 수치를 남녀 성비로 구분해보자. 2012∼2016년 몰카로 인한 여성 피해자 비율은 95.3%, 85.4%, 82.6%, 83.0%, 81.1% , 같은 기간 남성 피해자 비율은 2.2%, 2.0%, 2.6%, 1.6%, 3.1%였다* (민감한 신체부위가 찍혔지만 각도 등의 문제로 성별이 판명되지 않은 경우가 약 5%~13%정도) 이 절대적인 수치 앞에서 여성이 ‘몰카의 주요 피해자다’는 명제는 타당해 보인다.       


 이 객관적인 수치를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면, 그냥 지금 구글에 ‘몰카’라고 쳐보길 바란다. 내가 굳이 캡쳐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들을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다고? 오늘자 일간베스트를 들어가 보시길. 내가 10분전 확인한 베스트 게시물은 시위현장에 나가있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고 조롱하는 게시물이었다. 



 2.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검거자 중 98%가 남성이다** 


 2017년 진선미 의원실의 자료를 살펴보자. 

몰카 범죄 검거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98%가 남성이였고 여성은 고작 2%를 차지한다. 고작 2%. 더 화가 나는 건 가해자가 면식범인 2,259건 중 절반에 가까운 1,077명(47.7%)은 피해자와 연인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믿고 사랑했던 사람이 나의 몸을 찍고 마음대로 유출할 수도 있는 것. 그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다.      



3. 그동안 수많은 몰카 범죄가 있었지만 이번 홍대 누드모델 몰카 용의자는 포토라인에 선 최초의 몰카 범죄자이다. 


 여성들에게 몰카 범죄는 일상이었다. 화장실 문에 뚫린 구멍을 다이소 풀로 막고, 혹시나 모텔에 몰카가 있을까봐 앱으로 몰카를 체크하고. 우리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동안 수많은 어이없는 몰카 범죄 후기들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찍힌 몰카를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경찰서에 갔을 때 들었던 말들.     


“안타까운 일이지만 처벌이 어려워요” 

“이 정도는 심한 경우도 아닌데.......” 

“어차피 처벌 별로 못 받아요. 게다가 초범이여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거에요”     


경찰관들의 말은 옳았다. 실제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면 초범인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매우 심한 경우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출처: 허핑턴 포스트)


하지만 이번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달랐다. 경찰은 빠르게 조사에 착수 했으며 유포 용의자는 즉각 구속되었다. 여론은 실시간으로 모든 진행 과정을 보도했다. 이 사건은 한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을 도배했으며 유포 용의자는 수많은 기자들 앞 포토라인에 서서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이 장면을 보며 여성들은 정말 놀랐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몰카 범죄자도 포토라인에 설 수 있었던 거였어?” 
“왜 그동안은 이렇게 대처 하지 않았던 거지?”
“왜 이것보다 심각한 몰카 범죄는 공론화되지 않았던 거지?”     


 이전 몰카범죄와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성별이 전부는 아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로 장소, 시간,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고 밝혔고 ***여성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여성들이 분노를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여성 피해자 몰카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다른 일처리와 피해자 보호, 자기 환자를 포함 137번의 몰카를 찍고 사이트에 올린 의사도 이렇게 공론화되지 않았던 기억, 여성 몰카 피해자들에게  '어쩔수 없이' 참아야 한다고 말했던 경찰들. 그동안의 몰카 범죄에 무관심하다가 여성이 가해자인 이 사건에 미친듯이 관심을 보이는 언론들. 



4. 물론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심각한 몰카 범죄이며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물론 이번 홍대 누드모델 사건은 명백한 몰카 범죄이며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 남성의 사진을 보고 조롱한 댓글들 또한 2차가해로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찰의 수사는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포 용의자를 빠르게 구속했고 2차 가해 댓글들을 조사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도 온라인에 홍대 누드모델 사진이 돌아다닌 다면, 경찰은 즉각적으로 모든 사진을 빠르게 내려야 할 것이다. 



 5. 하지만 만약 몰카 유포범이 ‘남성’이었어도 이렇게 논란이 되었을까? 


 만약 이 사건이, 한 남성 모델이 여성 모델의 사진을 찍어 일베에 올린 사건이었다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수 있었을까? 그 남성은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서서 죄송하다고 이야기 했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한국 사회는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그러게 누가 옷 벗고 쉬는 시간에 누워있으래” 
“쉬는 시간에 옷 안 입고 있는 것 자체가 나 좀 찍어줘라고 말하는 거 아님?”     


 수많은 2차 가해와 비웃음. 그게 내가 익숙한 반응들이다. 물론 성별을 바꿔서 그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 사건이 만들어 졌던, 혹은 그 이후의 상황들은 다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이트에 올렸는지,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지에 따라서 사건은 달라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전에 피해자의 수가 200명이 넘는 심각한 몰카 범죄들도 이렇게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법의 판결은 백프로 객관적일 수 없다. 판사도 사람이고 그 사건의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처벌의 무게는 달라진다. 비가시화 되었던 그간의 여성 몰카 피해자들은 슬픔과 분노를 혼자 감수해야 했다. 가해자들은 몰카를 유포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모든 진행과정이 공개될 것이며 가해자는 사회에서 매장당할 것이다.


우리는 궁금한  것이다.
왜 몰카 범죄자의 고작 2%를 차지하는 여성이 몰카 가해자로 최초로 포토라인에 서게 된걸까. 
과연 그 동안의 몰카범죄는 이 사건에 비해 덜 심각하기 때문일까? 



6. 우리가 원하는 건,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된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것.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라는 글이 올라왔고 지금 이 청원에는 현재(18.05.14) 3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30일 동안 20만명이 넘으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을 해야 한다. 여성들은 국가에게 무엇이 궁금한 것일까. 


 그 글은 묻는다. 이번 사건은 왜 이렇게 재빠르게 수사하느냐고.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를 달리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그리고 글은 아래와 같이 끝난다.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랍니다.      


이처럼 당연한 요구에  무려 30만명이나 동의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정말 묻고 싶다. 

여성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 맞냐고. 

우리가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 사건에 큰 무기력함을 느끼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냐고. 

당신들은 매일 화장실의 구멍을 확인하고 탈의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냐고.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3554.html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73263 

*** 한국일보 http://hankookilbo.com/v/f90930626b1e495eb80af09f4f84599a

**** 표지사진은 대학내일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univ20.com/13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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