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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Mar 10. 2022

의지

일곱 번째 걸음

한눈에 봐도 다리가 불편해 보였던 이 친구는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뉴욕에서 수많은 반려동물들을 봐왔지만,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약속시간에 늦을 각오를 하고 다가가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저, 혹시 강아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근데 이 친구가 빨리 걸을 수가 없어서 신호등 불이 바뀌면 재빨리 건너야 한답니다. 신호등을 건너면 저쪽에서 잠시 촬영을 하도록 해요.]



원래 같았으면 강아지의 이름도 물어보고, 수컷인지 암컷인지, 나아가 이 친구의 다리에 얽힌 이야기까지 전부 물어봤겠지만, 아무래도 짧은 신호등을 걷는 내내 헥헥 대는 모양이 안쓰러워서 괜히 시간을 뺏기가 미안해졌다. 


빨리 보내줘야겠단 생각에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저 연속적으로 셔터만을 눌러댔다. 찰나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카메라에 10장 남짓이 안 되는 사진들을 확인한 뒤, 나는 서둘러 그들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염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함께 걸어 나가는 뒷모습에서 여러 가지가 보였다.



느리지만 꼭 나아가겠다는 뒤뚱거리던 엉덩이와 앞발을 도와주는 다소 앙증맞게 돌아가던 두 개의 바퀴, 그리고 느린 걸음에 맞춰 거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다시피 걷던 반려인.



걷고자 하던 의지와 서로를 향한 의지.



Instagram @mori_park

Youtube : 펫크리에이터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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