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걸음
레이나의 개는 심리적 불안장애가 있다고 했다.
좋지 못한 과거를 안고 있어 레이나에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무척 공격심도 강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고.
나 또한 마음의 상처가 있는 유기견을 입양해 함께하고 있기에 그들의 관계가 어떨지 아주 잘 안다. 둘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 침대를 공유할 수 있기까지는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 긴 시간 레이나도, 그녀의 반려견 레이니도 다른 사람들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무거운 탑을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쌓아 올렸을 것이다.
이 사람은 날 버리지 않을 거란 믿음,
이 사람이라면 내가 마음 놓고 잠들어도 된다는 믿음.
그 믿음들이 쌓아져 만들어진 신뢰라는 이름의 견고한 탑.
레이나의 집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크고 높은 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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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