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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강

제5화

by 모리박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포레와 달쿠미는 도넛강을 찾아왔어요. 마시멜로우 나무가 강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쉬멜로우 숲 안에 강이라고 했으니까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도넛은 대체 어디 있지?”

“여기가 맞아. 도넛은 해가지고 밤이 되면 나타날 거야.”

“아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달쿠미가 포레의 등 뒤로 숨어요. 목소리가 난 곳에는 누렁아저씨가 서있어요.


“아저씨,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저쪽 나무 그늘에 누워 쉬고 있는데 너희가 보이지 뭐냐. 불러 세우려니 꽤 멀어서 너희를 뒤따라 왔어. 내 와플바퀴도 갈을 때가 돼서 영 속도가 안 나지 뭐냐. 하하. 이거 일부러 놀래키려던건 아닌데 미안하구나.”


누렁아저씨인걸 확인한 달쿠미가 안심하고 다시 포레의 옆에 섭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저희는 왜 따라오셨나요? 와플도 이 근처에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저.. 그게 말이지..”


누렁아저씨가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해요.


“나를 좀 도와줄 수 있나 해서 말이다.”

“저희 가요?”


포레와 달쿠미가 서로를 바라봐요. 아저씨는 뭘 도와달라는 말씀이실까요?


“난 꼭 가족들을 찾아야 하거든. 너희가 날 좀 지구에 데려다줄 수 없겠니? 대신 내가 도넛 찾는 걸 도와주마.”

“아저씨, 지구로 돌아가는 건 딱 한 번만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저는 이미 한번 다녀와서...”

“그래 맞다. 포레는 이미 기회를 써버렸지. 하지만 달쿠미 네게는 기회가 남아있지 않니.”

“저... 저요?!”


달쿠미가 갑자기 겁에 질려 말해요.


“아, 저는 다시 지구에 가고 싶지 않아요!”

“맞아요 아저씨, 달쿠미는 인간을 무서워해서 지구로는 다시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다시 포레의 등 뒤에 딱 붙어 겁에 질려하는 달쿠미를 보며 누렁아저씨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그래, 내가 괜한 걸 물었구나. 미안하다 달쿠미야. 난 네가 희망님 없이도 무사히 이곳에 왔으니 날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했어.”


달쿠미가 겁에 질려하면서도 또 어쩌지 하는 눈빛이 되어 아저씨를 바라봅니다. 포레가 잠시 생각에 잠겨요.


‘내가 아저씨를 도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저씨, 혹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응? 어떻게 말이냐?”

“달쿠미가 지구에 가는 척하면서 대신 제가 아저씨와 함께 몰래 지구에 가는 거예요.”

“정말이냐? 정말 네가 나와 함께 가족들을 구하러 같이 가주겠다는 거야?”

“네!”


포레의 제안에 아저씨는 포레에게 다가와 손을 꼭 잡으며 연신 고맙다 말해요.


“정말 고맙다 포레야. 이곳에 오래 있었지만, 너처럼 용기 있는 친구는 처음이야. 이번엔 정말 나도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정말 고마워.”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저씨를 보며 포레는 아저씨의 가족을 꼭 찾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도넛을 찾는 걸 가르쳐주시겠어요? 고래밥이 위치만 알려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걸 잊은 듯해요.”


포레의 도넛은 이제 다 녹아 땅에 초콜릿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 마침 해가 지고 있구나. 이제 곧 도넛이 강에 떠오를 거야.”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물 위로 도넛들이 두둥실 떠오릅니다. 초코도넛, 딸기도넛, 캬라멜 도넛, 크림도넛.. 강물에 너울거리는 도넛들을 보며 포레와 달쿠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져요.


“와! 도넛이 정말 많아 포레야!”


달쿠미가 언제 겁에 질려있었냐는 듯 강가로 달려가 외칩니다.


“저기 강가에 놓인 나뭇잎 접시가 보이지? 접시를 타고 마음에 드는 도넛을 담아 오면 된단다.”


포레와 달쿠미는 나뭇잎 접시 위로 올라타요. 접시 위에는 기다란 줄무늬 모양을 한 캔디 막대기가 있습니다.


“그 막대기를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돼!”


아저씨가 강가에 서서 소리칩니다. 아저씨는 바퀴다리를 하고 있어 그릇에 탈 수 없지만 대신 강 밖에서 포레와 달쿠미를 지켜봐 줄 겁니다. 캔디막대를 앞뒤로 휘휘 저으니 접시가 앞으로 점차 나아가요.


행성2 7.jpg


“그렇지! 잘하는구나. 이제 마음에 드는 도넛을 건져 그릇에 담으면 된다!”


포레가 마음에 드는 도넛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봐요. 지구에 있을 때는 노랗고 파란색만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온갖 색들이 다 보입니다. 포레는 이곳에서 처음 호퍼님께 선물 받았던 핑크색 도넛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달쿠미야, 핑크색 도넛이 보이니?”


달쿠미가 이리저리 강을 둘러봅니다.


“저기 핑크색 도넛이 있어!”


달쿠미가 가리킨 곳에 정말 핑크색 도넛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어요. 포레는 열심히 캔디막대를 저어 그곳으로 다가갑니다. 아저씨가 가르쳐 준 대로 캔디막대를 이용해 도넛을 들어 올리려는데-


첨벙!


포레가 그만 강에 빠지고 말아요!


“포레야!”

“조심해!!”

“어푸어푸!”


누렁아저씨가 안절부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달쿠리에게 소리칩니다.


“달쿠미야 포레에게 캔디막대를 건네줘!!”

“포레야 이걸 잡아!”


달쿠미가 건넨 캔디막대를 겨우 잡은 포레가 한 손에 핑크색 도넛을 낀 채로 막대를 잡고 그릇으로 헤엄쳐옵니다. 무사히 그릇 위로 도넛을 구해 올라온 포레가 몸을 털어요.


“아잇, 포레야!”


포레가 몸을 털자 물을 잔뜩 맞은 달쿠미도 마치 강에 빠진 꼴이 되었습니다.


“하하하하, 미안해 달쿠미!”


달쿠미는 코에 묻은 강물을 혀로 닦아냅니다.


“우와! 달콤한 맛이 나는 물이네! 맛있다!”

“이 강물은 설탕이 들어있어 달콤한 맛이 나지. 포레야, 어서 도넛을 바꿔 끼워보렴.”


아저씨의 외침에 포레가 강에 비친 모습을 거울삼아 끼고 있던 도넛을 벗습니다. 도넛을 벗고 처음 마주한 입은 철사로 인한 상처 때문에 살이 온전하지 못해요. 살로 덮여있어야 할 양 옆의 송곳니가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습니다. 포레는 기괴한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 듯합니다. 그런 포레를 본 달쿠미가 조용히 새 핑크도넛을 건네요. 포레가 달쿠미에게 웃어 보이며 새 도넛을 건네받습니다. 도넛을 낀 포레는 다시 마구 행복하고 희망찬 기분이 느껴져요.


“와! 포레야, 역시 핑크색이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정말?”


포레가 강물에 비친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버려 꽃들이 뿜어내는 빛에 겨우 비치지만, 포레도 새 도넛을 낀 자신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어요.


“다 되었으면 어서 밖으로 나오렴! 집에 가야지 이제!”


포레와 달쿠미는 아저씨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내일은 아저씨의 가족을 찾으러 다시 지구에 내려갈 거예요.


“포레야, 무섭지 않아?”

“뭐가?”

“다시 지구에 가는 거 말이야. 나쁜 인간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괜찮아 달쿠미, 도넛과 함께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내가 아저씨의 가족을 구해서 꼭 돌아올게.”


달쿠미는 걱정스럽지만 누렁아저씨와 포레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케이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핀 예쁜 꽃들이 집으로 향하는 둘의 길을 밝혀줍니다. 포레와 아저씨의 내일도 꽃길처럼 밝을 수 있을까요?



( + 도넛강의 도넛들은 동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잡히지 않기 위해 다시 강 속으로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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