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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구로

제6화

by 모리박

정말 나갈 거냐는 행성 생명들의 질문에 모두 “네, 꼭 데려와야 할 친구가 있어요.” 라는 답은 한 달쿠미가 이제 마지막 관문인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를 향해 가고 있어요.


“포레야, 달쿠미가 저들을 잘 속일 수 있을까?”

“잘할 거예요!”


누렁아저씨와 포레는 커다란 빼빼로 나무들 뒤에 숨어 이제 막 포크 앞에 도착한 달쿠미를 보고 있습니다. 나가겠다는 달쿠미의 말을 들은 포크는 달쿠미에게 성큼 다가가 뾰족한 포크 끝을 달쿠미에게 가까이 하며 물어요.


“네가 나가겠다고?”


잔뜩 의심스러운 눈을 한 포크를 보며 달쿠미는 한껏 움츠러든 채 말합니다.


“네..기, 길을 열어주세요.”


행성1 5.jpg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의 뒤에 보이는 낭떠러지에는 희망행성의 솜사탕 구름이 아닌 지구의 구름이 구멍을 통해 조금씩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포크의 의심스런 눈빛을 피하며 요리조리 눈을 굴리고 있는 달쿠미에게 이번엔 숟가락이 허리를 숙여 묻습니다.


“널 구해왔던 포레란 친구는 어디 있고, 넌 왜 다시 지구로 간다는 거니?“

“아, 저도 친구를 데려와야 해요! 친구가 절 기다리고 있거든요..”


달쿠미의 다소 어색한 대답에 포크의 눈빛이 더욱 가느다랗게 변합니다. 그때 조용하던 나이프가 한껏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해요.


“자자 얼른 보내주자고. 어차피 여기까지 온건 확신이 있단 얘기니까. 자- 꼬맹이 이쪽으로 가서 곧장 떨어지면 지구야. 꼭 친구를 구해오도록 해.”


나이프가 가라는 손짓을 하자 포크가 막아섭니다.


“어이 나이프-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얘는 포레란 강아지가 구해온 애야. 어렵게 여기에 왔는데 다시 나간다는 게 영 의심스럽단 말이야.”


그러고는 다시 달쿠미에게 허리를 굽히며 물어요.


“말해봐. 정말 나갈거야? 고래밥한테 듣자하니 거의 죽을 뻔 했다던데? 정말 내려갔다 다시 인간을 마주칠 용기가 있는 거야?”


답을 하려는 순간 달쿠미는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의 등 뒤로 포레와 누렁아저씨가 살금살금 낭떠러지를 향해 걸어가는걸 발견해요.


“네네! 그럼요! 제가 꼭 친구를 구해 올 거예요! 꼭이요! 꼭 돌아와야 해!!!”

“응? 얘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너 자신한테 하는 소리?”


숟가락이 희한한 말을 하는 달쿠미를 보며 웃기다는 듯 말합니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달쿠미를 바라보던 포크는 당황스런 표정이 되어요.


“달쿠미야, 너 혹시 어디가 아픈거냐?”

“어제 지구에서 인간한테 쫓기다 왔다며.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거 아냐?”


포크와 숟가락은 눈을 괴상하게 뜨면서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는 달쿠미를 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그때 갑자기 나이프가 관심 없다는 듯 등을 돌려 낭떠러지 쪽으로 걸어나갑니다.


“어어! 저!! 저 아픈 거 맞아요!!!! 어어!!! 앞이 안보여요!!!”


달쿠미가 소리치자 나이프가 걸어가려다 말고 다시 달쿠미 쪽으로 등을 돌립니다. 나이프를 보곤 놀라 요지부동이 되었던 포레와 아저씨도 다시 낭떠러지를 향해 걸어나가요.


“어서 희망님께 알려야겠어!”

“아픈 동물은 처음인데!! 희망행성에서도 아픈 동물이 있을 수가 있는건가!!”


다행히 포레와 아저씨를 보지 못한 나이프가 여전히 심드렁한 말투로 말합니다.


“호들갑 그만 떨고 희망님께 누가 좀 다녀 와봐.”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가 이야기 하는 사이 다행히 포레와 누렁아저씨는 낭떠러지 앞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포레가 달쿠미에게 손을 흔들어 보여요. 달쿠미가 들키지 않기 위해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포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포레와 아저씨는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달쿠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아요.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는 여전히 이야기 중입니다.


“내가 희망님께 다녀올게.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만 그래.”

“달쿠미야, 정신 좀 차려봐. 여기가 어딘지 알겠니?”

“아, 저 괜찮아요!”

“....뭐?”

“그게.. 제가 좀 정신이 없네요! 하하..괜찮습니다! 저 멀쩡해요.”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가 모두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네, 저는 말짱합니다! 그럼...전 이만.... 하하.”


달쿠미는 민망한 웃음을 던지고 잽싸게 뒤돌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서둘러 뒤돌아 뛰어가는 달쿠미를 셋은 그저 어이없이 바라봐요.


“희망님께 알리는 게 낫지 않을까?”

“놔둬. 내가 고래밥한테 저 친구를 좀 신경써주라고 말할게.”

“굉장히 특이한 친구네....”


집으로 달려온 달쿠미는 텅 빈 케이크 집에 혼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아 마을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지구에서는 철장 속 수십 마리의 개들과 항상 함께 지냈기 때문에 시끌벅적한 게 싫었는데, 포레마저 없으니 집이 너무 적막합니다.


마을 이곳저곳에는 동물들이 각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별사탕 폭포에서 수영을 하는 동물들과 무지개떡 다리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물들, 디저트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물들 모두 얼굴에서 평온함이 묻어납니다. 다소 소심한 달쿠미는 혼자서 이리저리 걱정스런 표정으로 걸어다녀요.


“에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때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달쿠미의 눈 바로 앞에 고래밥이 나타납니다.


“안녕!”

“아이쿠 깜짝이야!”

“뭘 그렇게 놀래? 어제 밤 도넛은 잘 구했나? 그런데 왜 혼자야? 포레는 아직 자고 있어?”


깜짝 놀라는 달쿠미를 보며 만족한다는 듯 고래밥이 장난 끼 넘치는 표정을 하며 뱅 돌더니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냅니다. 달쿠미는 고래밥에게 누렁아저씨와 포레가 지구로 떠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혼자 걱정하는 것 보단 고래밥이랑 같이 걱정하는 게 좋겠지..?’


“왜 말이 없어? 무슨 일이 있었어?”

“그게 말이야 고래밥....”



잠시 후...



슉 슉 슉!


고래밥이 날쌔게 포크를 향해 가는 소리에요.


“포크아저씨!!! 큰일났어!!!!”

“고래밥이냐?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나갔어. 나갔어!”

“뭐라는 거야. 뭐가 나갔다고? 아- 안 그래도 내가 너를 찾아갈 참이었는데, 그 왜 달쿠미란 친구 있지? 네가 좀 잘 살펴줘야겠다. 어제 지구에서 도망쳐오면서 충격이 컸나봐. 아침부터 지구로 보내달라며 횡설수설 이상하더니 다시 마을로 돌아갔지 뭐냐.”


포크의 말에 고래밥이 답답하다는 듯 계속해서 뱅글뱅글 돌아다니며 말합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포레랑 누렁아저씨가 나갔어!!!”

“응?”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봐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숟가락이 묻습니다.


“포레랑 누렁아저씨가 지구에 갔다고! 둘이 지구로 돌아갔다고!! 비켜봐, 나도 가야겠어.”


고래밥이 포크의 옆을 슝- 헤엄쳐가려 하자 포크아저씨가 급히 고래밥을 붙잡아요.


“우리가 계속 여기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갔다는 거야?”

“고래밥도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거봐, 희망님께 알렸어야 했다니까.”


한마디씩 하는 셋을 보며 고래밥이 포크의 손에서 아등바등하다 이내 폭발해버려요.


“달쿠미랑 셋이 짜고 몰래 내려간 거라고 이 바보들아! 빨리 놔줘! 내가 없으면 둘 다 지구에서 죽을지도 몰라!!”


그때 고래밥을 따라 달려오던 달쿠미가 가쁜 숨을 몰아대며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 셋은 이제야 고래밥이 하는 말을 이해했어요.


“이거 큰일이구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릴 속인거냐 달쿠미야.”


포크가 가쁘게 숨을 내쉬는 달쿠미에게 꾸짖듯 말하자 달쿠미가 잔뜩 죄송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죄송해요. 포레가 누렁아저씨의 가족을 꼭 찾아주고 싶다 그래서...”

“나 참- 한번 다녀왔다고 또 성공할 줄 알았나보지? 겁도 없는 강아지구만. 처음이야 운이 좋았다 치지만 이번엔 정말 돌아오기 어려울 텐데...”


나이프의 말에 달쿠미의 표정이 경악스럽게 변합니다. 정말 포레는 돌아올 수 없는 걸까요? 달쿠미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조금 전으로 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희망님께 알리지 말고 우리끼리 해결하자.”

“뭐? 아니 숟가락, 이 같은 중대한 일을 희망님께 알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고래밥이 지구에 여러 번 몰래 다녀오는 것도 포크 네가 말려서 희망님께 알리지 않았는데, 그건 중대한 일이 아니였나보지?”

“그건...!”


숟가락의 말에 포크의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포크는 항상 고래밥을 다그치긴 했지만 한 번도 희망님께 이른 적은 없어요.


“그만 싸워!”


고래밥이 소리칩니다.


“그동안 포크아저씨가 몰래 눈감아 준거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더 다녀온다고. 이러다 정말 늦어서 큰일이라도 나면 어쩔 거야!”

“이 녀석- 네가 지구에 몰래 다녀오는 걸 알리지 않은 건 안 그래도 희망님은 바쁘신데 귀찮게 해드리기 싫어서 말씀을 안 드린 거야! 너 좋으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포크가 고래밥을 꾸짖자 고래밥이 끙- 하며 물을 찍 뿜어냅니다. 포크는 그런 고래밥을 보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흐릅니다.



(+ 지구로 가는 낭떨어지로 떨어질 때 누렁아저씨는 짧게 비명 소리를 질렀지만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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