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결국은 나쁘지 않다.
나와 내 반려동물을 넘어 다른 반려인과 그들의 동물을 본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기가 어려워 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2년 전 한국을 떠나와 (다시 말해, 나의 반려동물 몽이,짱구와 생이별을 한 뒤로는)
딱히 반려동물들과 직접적인 소통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품에 내 것이 되었든 남의 것이 되었든 반려동물을 꼭 안아본지 어언 2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나는 뉴욕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반려동물을 위한 많은 글과 칼럼들을 써왔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내 가슴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뉴욕 2018일주일 전쯤,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달 초까지 원고 잘 부탁드립니다~"
.
.
.
그래, 글은 쓰면 쓸 수 있다.
사진은 찍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 내 깊은 마음속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는 너무나 명확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기에
나는 지금 단 한번 그들과의 따뜻한 포옹이 너무나 절실하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되지?라는 질문을 하시는 독자가 계시다면,
나는 현재 뉴욕에서 유학 중이라 반려동물에겐 적절한 입양자가 아니다.
더구나 나중에 한국에 돌아갈 때 손에 개나 고양이 캐리어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면 부모님께서 아마 까무러치실 것이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뉴욕 2018얼마 전에는 뉴욕에서 이미 보편적인 직업군 중 하나인
도그 워커가 될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받았다.
가입을 하고 일정 돈을 지불하면 반려인들과 연결을 시켜주는 중개 사이트 라기에
'돈은 안 받아도 좋으니 제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재빨리 가입신청을 했다.
뉴욕 2018행복해하던 시간도 잠깐.
가입이 거절되었다.
유학생 신분, 게다가 소셜 시큐리티 넘버(주민번호 랄까)가 없는 사람에게는
남의 개를 산책시킬 권리를 주지 않는단다.
그럼 그렇지.
제아무리 서로를 믿는 문화가 바탕에 깔린(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이곳일지라도
반려동물을 정확한 법과 시스템으로 보호하는 뉴욕에서
옛다, 너도 가입시켜주고
너도 가입시켜주고
다 가입시켜줘서
테러리스트가 내 개를 산책시켜줘도 무관하다
라는 마인드로 사이트를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뉴욕 2017_ 등교하다 만난 집앞에서 미용하는 주인과 개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있던 나 자신에게
약간은 미안하고 유감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동물을 직접 키우지 못할 바엔 봉사라도 하자', 라며 미국에서 가장 큰 동물 구호 단체인
Peta 나 등등의 동물보호 단체들도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이곳저곳 알아보면서 느낀 건,
이곳은 본인에 대한 명확한 인증/증명 없이는 다른 동물을 도울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본인에겐 안타까운 사실이나,
어쩌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만큼 확실한 사람들이 동물들을 케어하게 끔 한단 소리니까 말이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뉴욕 2018다시 글 쓰는 얘기로 돌아가서,
앞으로도 약 일 년간은 몽이와 짱구를 품에 안을 수 없다.
도그 워커 사이트에서 받은 거절만큼이나 안타깝고 마음 아픈 사실이기는 하나,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이곳에서 만나는 다른 반려동물들
더 많이 사진에 담고 그들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하기로 했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할머니와 두 친구들, 뉴욕 2017많은 예술가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있다 없으니 그 이유를 더욱 명확히, 몸소 느끼고 알게 된 사실은_
그들은 영감이다.
다른 어떠한 자연의 산물보다도 강한,
적어도 어떠한 발상이라도 가능케 하는,
그런 영감의 원천이다.
그 영감의 원천들이 너무나도 많은 이곳 뉴욕에서
내 마음속 이야기는 조금 덜할 지라도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된 지금이 아주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모리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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