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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Aug 07. 2018

두 마리의 개 이야기

중국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만

[첫 번째 이야기_]



친한 친구가 뉴욕의 새 집으로 막 이사를 들어갔다.

막 이사를 들어간 그 집엔 다른 룸메이트가 키우는 대형견이 함께 살고 있다. 


크지 않은 집을 사람 세명이 함께 사는 것도 답답할 텐데, 

거다란 덩치의 사람만 한 개가 더해지니 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좁다. 






"둘 중 어느 룸메이트가 키우는 거야?"


"중국인 룸메이트가 키우고 있어. 여기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키우고 있었어."





내가 도착했을 때 브루디(개)는 주인의 방 안에 갇혀있는 상태였다.




"컴컴한데 이렇게 좁은 방에 왜 가둬놓는 거야?"


"아, 주인이 나가면 가둬놓고 들어오면 거실에 돌아다니게 하고 그래. 

워낙에 발랄한 애라 주인 없인 우리가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주인이 아예 방에 가둬놓고 나가더라고. 종일 혼자 있으니까 사람만 보면 

아주 발광을 하는 거 같아. 그렇다고 계속 가둬놓으면 더 심해질 텐데 

주인은 딱히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고.. "




본가에 작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내 친구는 안타깝다며 나에게 하소연했다. 

처음엔 자기도 브루디의 성격에 적응해 보려 노력했지만 워낙에 너무 치대는 바람에 

여기저기 몸에 상처도 났다고 한다. 루시의 상태가 꽤나 심각하단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얌전히 찍고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은 등과 팔에 작은 상처를 입고말았다 :/



"어쩜 애를 이렇게 방치해 놓을 수가 있어? 그 주인 뭐하는 사람인데?"



"글쎄 나도 아직 얘기를 많이 안 해봐서.. 워낙 좀 무관심한 성격인 거 같아. 

브루디가 저렇게 애정결핍처럼 행동하는 것도 백번 이해가 된다니까.."




뉴욕에서 나고 자란 내 친구에겐 중국인 친구가 애완견을 다루는 모습이 영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뭐 다른 중국인들이 다 그런 거는 아니겠지만, 

중국이 동물을 다루는 데 있어 우리(미국) 보다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거든. 

근데 실제로 내 룸메이트가 하는 걸 보니까... 사실 좀 충격이야 나는."




상대방의 삶에 관여하는 것이 자칫 참견으로 쉽게 여겨질 수 있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남의 개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내 친구에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그나마 도그 워커가 주기적으로 산책은 시켜준다고 하니, 

어찌 되었던 더 이상 내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이는 듯했다.




"혹시 산책 횟수라도 늘리고 싶으면 나한테 연락 달라고 해. 내가 산책시켜줄 수 있으니까.." 


라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이야기_]



나와 뉴욕에서 함께 유학을 하는 중국인 친구는

어느 날 어머니가 급작스레 편찮아지는 바람에 중국으로 급히 돌아가야 했다. 




이주쯤 지났을까.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친구에게서 어머니와 강아지를 모두 잃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어? 어쩌다가.. 강아지도 아팠던 거야?"


"아니, 부모님이 돌보고 계시던 강아지를 엄마가 입원하시면서 할머니가 돌보시기 시작했거든. 

근데 할머니가 제때 밥을 챙겨주지 않아서 몸이 많이 약해져서 죽었다더라고..."




순간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해서 재차 물어보았다. 



아니, 밥을 먹이지 않아서 죽었다니.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는 사유였지만 막 엄마를 잃은 친구에게 

따져 묻는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시간이 여러 달 지나 그녀의 sns에 죽은 강아지의 사진들과 그를 그리워하는 그녀의 짧은 애도 글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상실감과 그리움은 이해가 되는 반면, 개가 죽은 사유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앞의) 룸메이트와 사는 내 친구처럼 적잖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속내와 내막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친구를 두고 더 이상은 나도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 일을 덮어두려고 한다기 보단 그저 개가 죽은 것에 대해, 그리고 그 사유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이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 전과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두 생명을 한 번에 잃은 슬픔이 다른 모든 감정을 삼켜버렸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

.

.



이 두 이야기를 한데 묶는 문단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그저 두 이야기를 툭 던져놓고 나는 사라지기로 했다.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을 내 의견을 대신해

여러분의 생각과 감상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이 글은 특정 나라를 비하하려는 의도나 

여러분께 그 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전달하고자 함이 아님은 분명히 하고 싶다. 


그저 "나에게 어떤 두 사건이 일어났고, 우연치 않게도 그 둘의 교집합이 중국이라는 것이 다소 유감스러울 뿐"이라는 것 까지가 나의 의견이라면 의견이겠다.





뉴욕의 날씨는 평화롭다.

펄펄 끓는 한국과는 다르게 적당한 여름 날씨가 지속되는

이곳의 평화가 나라를 막론하고 어디에나 전해졌으면 좋겠다.












모리팍

Mori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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