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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Aug 21. 2018

신이 있다면

몽이는 절대 안 됩니다



"이번 해를 넘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엄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키워온 내 동생 몽이를 잃을 수 도 있다는 무서운 소식.



작년 이맘쯤 몽이의 절친이자 형제였던 몽실이를 잃었다.


키우던 개를 떠나보낸 상실감의 무게는 감히 젤 수도,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한국에 두고 온 반려동물을 멀리서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먹먹함과 답답함의 무게를 아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헤어진 뒤 얼굴을 못 보는 나날들이 쌓여 가는 만큼

상실감의 무게도 그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엄마에게 받은 몽이의 사진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눈을 감아버린 너와,

그런 너 마저도 곁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뭐 같은 현실을 머리와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먹먹한, 딱 그런 상태.





그러니 이제 조금 이해가 가는가.





이번해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이

왜 그토록 청천벽력같이 느껴졌는지.





몽실이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몽이는 다르다.

나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 큰 성견이 되어 우리 집으로 온 몽실이와 달리

나와 어린 시절에 만나 지금껏 함께 자라온 몽이.

아마 몽이마저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절대 버티지 못한다.





  길에서 산책을 다니는 골든리트리버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_ New York. 2018




유학을 떠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매일매일 산책시켜 줘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매일 공놀이를 하며 함께 놀아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그동안 못 찍어준 사진도 많이 찍어 줘야지.





그렇지만 이번해를 넘길 수 없다면..





고작 1년 남짓 남은 유학길을 접고

당장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실천할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별것 아닌 앉아있는 모습마저 함께한다는 사실에 그저 부럽기만 하다_ New York. 2017




어쩌면 세상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기에

가끔 이처럼 말만 들어도 무서운 일들이 

우리의 인생 앞에 툭툭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1년만 버텨다오 몽아.

내가 돌아갈 때까지 

내가 떠나올 때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신이 있다면, 

몽이는 절대 안 됩니다. 

아직은, 아직은 절대 안 됩니다.





p.s

글을 쓰고 있는데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몽이 산책시켜주는데 걷는 것도 이제 힘들어한다고.

그래도 잘 먹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고.





아직은 절대 안 됩니다...







모리팍

Mori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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