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이는 절대 안 됩니다
"이번 해를 넘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엄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키워온 내 동생 몽이를 잃을 수 도 있다는 무서운 소식.
작년 이맘쯤 몽이의 절친이자 형제였던 몽실이를 잃었다.
키우던 개를 떠나보낸 상실감의 무게는 감히 젤 수도,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한국에 두고 온 반려동물을 멀리서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먹먹함과 답답함의 무게를 아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헤어진 뒤 얼굴을 못 보는 나날들이 쌓여 가는 만큼
상실감의 무게도 그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눈을 감아버린 너와,
그런 너 마저도 곁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뭐 같은 현실을 머리와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먹먹한, 딱 그런 상태.
그러니 이제 조금 이해가 가는가.
이번해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이
왜 그토록 청천벽력같이 느껴졌는지.
몽실이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몽이는 다르다.
나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 큰 성견이 되어 우리 집으로 온 몽실이와 달리
나와 어린 시절에 만나 지금껏 함께 자라온 몽이.
아마 몽이마저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절대 버티지 못한다.
유학을 떠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매일매일 산책시켜 줘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매일 공놀이를 하며 함께 놀아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그동안 못 찍어준 사진도 많이 찍어 줘야지.
그렇지만 이번해를 넘길 수 없다면..
고작 1년 남짓 남은 유학길을 접고
당장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실천할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쩌면 세상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기에
가끔 이처럼 말만 들어도 무서운 일들이
우리의 인생 앞에 툭툭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1년만 버텨다오 몽아.
내가 돌아갈 때까지
내가 떠나올 때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신이 있다면,
몽이는 절대 안 됩니다.
아직은, 아직은 절대 안 됩니다.
p.s
글을 쓰고 있는데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몽이 산책시켜주는데 걷는 것도 이제 힘들어한다고.
그래도 잘 먹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고.
아직은 절대 안 됩니다...
모리팍
Mori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