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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Feb 05. 2019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학생을 보며

반려동물은 외로움의 해결책?

오늘의 이야기에는 주제와 어울리는 유학생이 기르는 반려동물 사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제 주변에 반려동물을 입양해본 유학생들의 수가 꽤나 많다는 사실에 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인데요. 지난 [뉴욕 노숙자들의 반려동물 사랑] 편에서는, "따뜻한 집과 풍족한 음식.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여러분께 드렸다면 오늘은 유학생의 반려동물 입양에 관해 여러분께 또 다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유학생이 타국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건 과연 괜찮은 일일까요?


어디로 눈을 돌려봐도 반려동물이 있는 이곳은 뉴욕_New York. 2018. Film


뉴욕에서 지내면서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든 점 딱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아마도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꼽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외로움은 그다지 타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랬던 저도 유학 2년 차에 접어들면서는 외로움에 제 모든 감정이 잠식당한 채 우울하게 지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외로움을 못 이겨 남의 나라에 임시로 머물면서도 굳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그 심정을 그래서 저는 백번 이해합니다. 일단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느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언젠가 제가 고독한 외로움에 치여 브런치에 써내려 갔던 짧은 글을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유학은 외롭다.


그래서 누군가는 갑자기 기독교 신자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성당을 나가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애인을 바꿔 만나며,

누군가는 매일 원나잇을 하고,

누군가는 한인타운을 밥 먹듯 드나들고,

누군가는 한국인 친구들 속에 파묻혀 살고,

누군가는 오롯이 외로움을 즐기길 택한다.


남들은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는지 이렇게나 잘 보이는데,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 나의 외로움은 나의 감정선 저 끝 어딘가에 조용히 파묻혀 있는 것 같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꺼내서 열어보면 큰일 날 것을 잘 알기에, 애초에 꼭 닫아놓고 열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는 중이다. 내가 아는 한 나의 외로움은 딱 이런 상태인 것 같다. 꼭 꼭 숨겨놓고 영영 열어보지 않아야 하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


한국에 있는 나의 반려동물들과 가족을 생각나게 했던_New York. 2017. Digital


항상 제 곁에 있어왔던 반려동물들이 갑자기 사라진 뉴욕에서의 새 집 분위기는 제게 그저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졌었는데요.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 순간 발아래 나를 반겨주는 작은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처음엔 영 적응이 되지 않아 많이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쯤이었을까요. 외로움이란 이름의 바람이 마치 저와 제 주변을 휩쓸고 간 듯, 제 주변 친구들의 반려동물 입양 빈도수가 높아지던 시기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케어하기가 조금 더 편한 고양이의 입양이 많았는데요, 당시 입양했던 고양이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이 글을 더 진행하기 전에 앞서 미리 언급하고 싶습니다. 물론 유학생의 반려동물 입양 사례 중에는 나쁜 경우도 있고 좋은 경우도 있으니 오늘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가 모두를 대표하는 사례는 아니라는점 유념하시고 들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두 고양이들은 케어를 아주 잘 받으며 지내는 뉴욕 냥이들로, 아래 글과는 무관합니다_New York. 2018. Film


사례 1) 제 친구 A는 학교를 졸업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며 B라는 친구에게 고양이를 입양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B도 졸업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고양이는 또 다른 유학생인 C에게 맡겨졌는데요. 이런 식으로 유학생끼리의 입양이 계속되다 보니 지금 제 친구 A의 고양이는 어느 누구의 손에 길러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에게 또다시 입양 보내졌단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게 안타까워서 A에게 고양이의 소식은 저도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례 2) 또 다른 제 친구의 지인인 D는 대형견을 입양해 기르던 유학생/인턴생이었는데요. 개가 커가는 속도를 인턴 급여가 따라잡지 못해 작았던 개가 다 클 때까지 아직도 작디작은 집에서 대형견을 기르고 있습니다. 더구나 다른 룸메이트들이 그 대형견을 부담스러워해 주인이 집을 나가면 개는 아주 작은 방에 갇혀 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저도 그 집에 한번 방문해 본 적이 있는데요. 개가 조금 발랄한 성격이라 다른 룸메이트들의 마음도 이해는 갔습니다만, 그렇다고 조그마한 방에 갇혀 매일을 보내야 하는 대형견의 입장은 또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해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뉴욕에는 도그 워커 문화가 잘 되어있어서 고용된 도그 워커와 함께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은 나간다고 합니다. (뉴욕의 도그 워커 문화에 관한 설명은 본 매거진 1편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례 3) 또 다른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입양했던 제 친구 E는 고양이가 밤새 뛰어다니는 게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방학 때 고국을 방문하며 결국 기르던 고양이를 가족에게 맡기고 오는 상황도 벌어졌는데요. 본인이 책임지지 못할 바엔 가족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위의 상황들 모두 본인이 과연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자격이나 조건, 상황이 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먼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사례들인 것 같아 이야기를 들고 오게 되었습니다.


D가 기르는 개는 이들보다 크다. 사각 사진 프레임만한 방안에 갇혀있을 개를 생각하니 역시 마음이 아프다_New York. 2018. Film


뉴욕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동물단체나 동물 카페 등을 통해 인터뷰를 보게 되어있는데요, 입양자가 동물을 기를 자격이 되는지와 입양을 보내는 곳의 환경은 어떠한지 등을 알아보는 간단한 면접입니다. 몇 가지 질문 예시를 들려드리자면, “주인의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집에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은 보통 몇 시간 정도 될 건지?”, “반려동물에게 위급상황이 발생 할시 본인 외에 돌봐줄 제2의 사람이 있는지?” 등등입니다. 이 인터뷰를 통과해야 비로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게 되는데요, 유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려동물 입양은 이런 인터뷰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명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사 년쯤 기르던 고양이를 유학을 오면서 친구에게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어요.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질 마음으로 입양을 해도 그렇게 유학같이 급작스러운 결정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입양을 보내야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하물며 떠날 시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유학생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게 되면 그 끝에 반려동물의 삶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양이 뭐 그리 대수냐,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반려동물의 심정도 조금 더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주인이라 인식하고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사람과 장소에서 다시 적응을 해 살아가야 하는, 게다가 일생에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해서 일어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어떨지 한번 헤아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미리 언급드렸듯, 유학생의 입양 사례가 무조건 좋지 않은 쪽으로만 끝나는 건 아닙니다.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얻어 오랫동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모리, 뉴욕의 반려동물을 만나다] 의 매편이 그러하듯, 오늘도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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