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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Jan 29. 2019

뉴욕 노숙자들의 반려동물 사랑

저 반려동물들, 오늘 밥은 먹었을까?

따뜻한 집과 풍족한 음식.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뉴욕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숙자들을 굉장히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개와 함께인 노숙자부터,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노숙자, 그리고 구걸하여 얻은 음식을 새와 나눠먹는 노숙자까지. 그런 노숙자들을 보며 저는 딱 한가지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요.


길거리에 나앉아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ON THE ROAD, OUT OF LUCK_ New York. 2018. Film


저 반려동물들, 오늘 밥은 먹었을까?


개인적으로 ‘노숙자의 반려동물 소유’는 제가 뉴욕에 도착한 이래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여러 문화들 중 대표적인 문화였습니다. 사람에게나 반려동물에게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인 주와 식이 해결되지 않는 삶을 노숙자의 반려동물이란 이유만으로 견디고 살아야 하는 반려동물들의 삶이 제겐 도통 납득이 되지 않았던 거죠. 노숙자 본인도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지 못한 채 야외에서 겨우 담요 몇 장만으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데, 독립적인 삶의 선택권 없이 주인의 삶에 맞춰 살아야 하는 반려동물까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하니까 말입니다. 선진국에서,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중 하나인 뉴욕의 이면에 이런 아이러니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어느 누구도 의문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제겐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문화에 대해 뉴요커로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곤 했는데요. 혹시나 여러분도 저처럼 이 문화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제가 그동안 지인들에게 물어보아 얻었던 대답들을 잘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듣고 난 뒤에 판단은 각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너네 오늘 밥은 먹었니? _New York. 2018. Digital / Film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학교 교수님에게 질문.



“교수님, 뉴욕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숙자들에 대해 아무런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나요? 본인의 삶을 책임질 능력이 없는 노숙자가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노숙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하게는 할 수 없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건 본인의 선택과 자유에 의한 일이니까. 물론 노숙자들 중에서는 반려동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해. 하지만 그게 반려동물을 기르는걸 법적으로 막을 이유가 되진 않아.”



교수님의 대답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조금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아무리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 되는 나라이라곤 하지만, 생명이 달린 문제에도 이와 같은 마인드로의 접근할 줄은 몰랐거든요. 물론 저도 처음 노숙자의 반려동물을 보았을 때의 충격에 비하면 지금 그들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꽤나 누그러든 건 사실입니다만은, 그래도 여전히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반려동물의 길거리 삶을 그저 두고보는 것에 대해선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아무래도 지난 회차인 뉴욕 가정집 방문기 [찰리와 안젤리카] 편을 읽고 오신 분들이라면 저의 이런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하실텐데요. 말이 나온 김에 이번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안젤리카의 대답을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노숙자에게 학대받고 있던 찰리를 구해내었던 안젤리카의 대답은 어땠을까요?


2불을 주며 촬영을 부탁한다. "제 얼굴은 찍지 말아주세요."_New York. 2016. Digital


“나도 뉴욕에서 지낸 지 십여 년이지만, 아직도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 노숙자들이 처음부터 노숙자는 아니잖아? 멀쩡한 집과 직장을 갖고 반려동물도 키울 만큼 형편이 괜찮았던 사람들이었지만 어느 한순간 길거리에 나앉게 된 걸 텐데, 그럴 경우엔 아무리 오래 길러왔던 반려동물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입양을 보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사랑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지.”


사실 저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입장에서 정든 반려동물을 보내주기 힘든 그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추운 겨울에도 덜덜 떨어가며 주인의 곁을 지키는 그들을 보면 “어떻게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저지경인데 그냥 두고 볼 수 있는 걸까”라는 비난의 생각도 함께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아무래도 안젤리카의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면 보내줘야 한다는 말 말이죠.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제 또 다른 친구의 의견도 들어보겠습니다.


촬영을 부탁 하며 생각했다.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못하는건 아닐까. 더이상 촬영을 핑계로 돈을주지 않게 되었다._New York. 2016. Film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모리 네 말을 들으니 좋지만은 않은 문화인 것 같다. 근데 네 말대로 사실 그걸 막을 수 있는 법도 없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 글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


위 대답의 주인공은 뉴욕에서 자고나란 토박이 뉴요커인데요, 우리의 입장에서는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으나 노숙자의 반려동물을 꾸준히 계속 봐온 이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위와 같은 대답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개들이 길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일찍이 불이 나간 전등을 계속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오래 두다 보면 언젠간 전등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조차 까먹기 십상이니까요. 그래도 적어도 이곳에서는 주인 잃은 개들이 길거리를 방황하는 모습은 만나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 본다면,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쁘다 라는 것보다는 각 나라의 문화 차이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뉴욕 노숙자들의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글을 다른 매거진에도 이미 공유한 적이 있는데요, 시간차를 두고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정도 저도 노숙자의 반려동물 문화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껴요. 처음엔 무척이나 불만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것은 아마도 제가 이곳의 문화에 더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일까요. 아무래도 꺼진 등을 집주인에게 계속 불평하기보단, 제집의 등불이 아니니 그저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19년 1월. 어제 비가 내려 오늘은 더 추운 그런 날인데요. 조금 아까도 차를 타고 타임스퀘어를 지나가며 길거리의 노숙자를 적어도 세명은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뉴욕의 길거리에 앉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하는 노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는 반려동물들에게만큼은 이 추위가 덜 혹독히 그들을 대했으면 해요. 그리고 덧붙여 이 말이 그들에게 닿지는 않겠지만, “사랑한다면 보내주세요."라는 메시지도 그 바람과 함께 실려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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