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로 따지기엔 너무나 복잡한 세상이지 말입니다.
오늘은 제가 뉴욕에서 공부를 하며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육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첫 사진에서 이미 감지하셨겠지만, 오늘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그동안 여러분께 보여드렸던 뉴욕의 반려동물 스트릿 사진과는 조금 다른데요, 사진이 조금 강할 수 있단 점 미리 말씀드리며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때는 지난가을, 새로운 학기를 맞아 새로운 교수님의 사진 크리틱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습니다. 첫 수업시간이다 보니 본인의 사진 프로젝트를 서로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교수님이 *동물&패션 사진 프로젝트 (Ghost Dog)를 진행 중인 저에게 건넨 첫마디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모리, 너는 동물 애호가이니 베지테리언이겠구나?”
한참을 동물에 관해 이야기했던 터라 갑자기 물어온 이와 같은 질문에 “네”라고 대답해야만 할 것 같아 순간 당황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니요, 저 베지테리언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순간 교수님의 눈이 세모로 떠지는 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리고 같은 수업을 듣고 있던 베지테리언인 제 친한 친구가 그런 교수님을 보며 저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였으나, 결국엔 마치 제가 동물을 사랑하지만 고기는 먹는 모순덩어리 위선자가 된 듯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흑백논리를 들이미시는 교수님에게 평소에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는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보다는 생산량보다 과한 소비량으로 인해 푸아그라와 같이 억지로 오리에게 음식을 주입하여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현상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생산량에 맞게 적당히 소비하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평소 빈혈이 있어 의사 선생님께 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동물 애호자이니 무조건 채식을 해야 한다고 권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고기를 먹는 건 괜찮아요. 다만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교수님과 저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던 친구도 이야기를 듣고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육식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책이었는데요, 그 책을 읽고 난 뒤 약 두 달 정도는 고기 냄새도 잘 맡지 못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우리가 얕게나마 듣고 봐 왔던 육식의 어두운 이면이란 그런 겁니다. 실제로 그 속을 파고 파고들어 가다 보면 결국은 그 냄새조차 맡지 못할 만큼 더럽고 추악한, 인간이 어쩜 이렇게 야만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슬픈 그런 거 말이죠.
한국에서는 흔히 “나는 아침에 고기 먹는다.” 라거나 혹은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는다.”라는 것이 자랑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아마도 그 저변에는 우리나라가 먹고살기 어려웠던 옛 시절에 고기라는 육덕진 음식에 대한 조상들의 집착이 아직까지 그런 식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형편이 많이 나아져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먹는 것에서 누리는 것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러니 “나 고기 많이 먹는다.”라는 이야기는 이제 자랑처럼 얘기하지 않아야겠나 싶어요. 오늘 친구들과 배가 터질 만큼 먹은 삼겹살이 좁은 돼지우리에서 평생을 나고자란 돼지였음을, 매일같이 먹는 치킨을 치느님이라 높여 부르지만 알고 보면 그 치느님들은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리에서 평생을 보낸 동물들임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육식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건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으로 바로 어제, 동물권 단체 케어에 관한 사건 하나가 터졌는데요. 주제에 맞지 않아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해결방법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안락사이건 육식이건 어떠한 문제가 되었던 (물론 학대와 같은 문제는 별개이나) 적당히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육식 말고 채식하세요.”를 강요하며 육식하는 사람들을 미개한 사람들처럼 보거나, 혹은 안락사를 하는 단체에게 안락사를 그만두라고 하기엔 그 외에 부차적인 고려사항들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안락사가 필요한 동물에게 약을 투여하여 마지막을 편안히 잘 보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안락사를 무조건 안 좋게만 볼 수 없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모든 걸 된다/안된다 식의 흑백논리로 따지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세상을 향해 검고 하얀 잣대만을 들이댄다면 더 많은 불화가 생겨날 수 있어요. 흑과 백이 적당히 섞인 회색의 존재도 이제 받아 들어야 할 때입니다. 적당함을 추구하면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거든요. 적어도 제 내면은 그렇게 되더라고요.
* [Ghost Dog]는 반려동물 사진작가 모리의 패션&동물 프로젝트로, 2018년 뉴욕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9년 뉴욕 첼시 갤러리의 사진 단체전을 앞두고 있다. www.instagram.com/mori_park
**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ating Animals] 2009, 조너선 사프란 포어 Jonathan Safran F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