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사듯 입양하세요!
반려동물 입양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이렇게 알록달록한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글을 쓰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한국의 입양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뉴욕은 다양한 방법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중 한 가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라고 많이 느꼈던 휴먼스 베스트 프렌드 Human’s best friend라는 뉴욕의 도그 팝업 이벤트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휴먼스 베스트 프렌드는 아주 간단히 말해 반려동물 입양 장려 이벤트입니다. 뉴욕의 여러 동물 구조 협회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소셜 미디어의 빠른 파급효과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입양에 관해 알리고 있어요. 물건을 일시적인 장소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파는 팝업 스토어처럼 이곳은 '반려동물 입양'이라는 물건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을 일정기간 동안 파는 도그 팝업 이벤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을 팝업 스토어로 표기하였습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 한국에 살면서는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지 말고 입양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입양보다는 구입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니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입양문화는 고쳐져야 할 부분들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입양을 어떻게 어디서 해야 할지 잘 몰라 결국 구입을 하게 된다라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곤 했던걸 떠올려보니 이 부분이 바로 고쳐져야 할 많은 부분 중 한 부분이겠지 싶어요. 이게 3년 전 제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 상황이니, 지금도 혹시 이런 문제들이 있다면 앞으로 제가 소개해 드리는 도그 팝업 이벤트에 대해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도그 팝업 이벤트는 첼시의 한 일층 공간에서 열렸었는데요, 사이트에서 일정 참가비를 지불하고 티켓을 사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티켓을 한번 구입하고 사정이 생겨 방문하지 못해 티켓을 또다시 구입했어야 했는데요. 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지불한 비용은 보호소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하여 두 번째 티켓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은 마음으로 구입하였습니다. 두 번째 시도에야 결국 방문할 수 있었던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많은 반려동물들과 반려인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건물 내부에 들어가니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갑갑한 보호소를 나와 잘 꾸며진 예쁜 공간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본인의 개와 함께 방문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어느 개가 보호소의 개인지 구별하기가 다소 어렵긴 했지만, 사람들과 개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노는 모습을 보니 입양 생각이 없이 방문한 사람들도 절로 입양을 고려해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약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뛰어놀다 보면 개중에 유독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이벤트 시간이 종료되어 그곳을 떠나면서는 저도 그래서 자꾸만 아쉬운 마음에 여러 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벤트 장소 안은 약 3-4개의 컨셉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예쁜 식당처럼 꾸며진 곳이 있는가 하면, 큰 뼈다귀 모양의 장식들로 이루어진 방도 있고, 개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공들로 가득한 놀이시설 같은 방도 있습니다. 컨셉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사진들을 찍어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백이면 백 무조건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건지고 나갑니다. 그러니 이곳이 물건을 파는 팝업스토어였다면 아마 마케팅 면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그리고 그것이 높은 매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입양을 했는지까지는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감히 예상하건대 이 정도의 입양 권고 방법(마케팅)이라면 실제 입양(매출)도 높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오랫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장려해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캠페인이나 광고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까지. 관계자분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반면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쇼핑을 하듯 반려동물을 구입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 이야기를 하면서는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권고해도 고쳐지지 않는 것들은
방법을 바꿔 접근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계속해서 구입합니다. > "반려동물을 입양합시다"라고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자, 그럼 이때도 "반려동물을 입양합시다"라고 또 이야기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는 이미 이 방법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매년 전국에서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가 10만 마리가 넘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세요"라고 권유하는 말은 그만하고 스스로 정말 입양을 하고 싶게끔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한국에는 반려동물 카페에서도 입양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조사를 하면서 알아보니 입양률이 아주 높은 곳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여러 시도들이 있는 가운데 어째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꺼리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이제는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입양을 해도 그 후에 다시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하는 일들 또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므로 입양을 장려하는 것 외에도 많은 부분들이 함께 변화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글을 시작하면서도 말씀드렸듯이, 입양이란 큰 주제를 제가 글로 이렇게 쉽게 얘기하기도 참 어렵기는 한데요. 일단은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중 입양을 장려하는 이벤트 문화가 있다는 걸 소개하고 여러분이 이 글을 읽어주시어 많은 사람들이 이 문화에 대해 아는 정도 만으로도 당장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지가 선물처럼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온전한 입양문화 정착이라는 큰 선물을 우리 모두가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