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어떻게 낙서를 해?" 학교 다닐때부터 나는 유독 책을 깨끗히 봤다. 책에 밑줄을 치는 정도가 전부였다. 밑줄도 자를 대고 똑바로 쳤지 그냥 손으로 삐뚤빼뚤 치지 않았다. 책에 메모 역시 하지 않았다. 책은 신성해서 지저분하거나 더렵혀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독서를 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책에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열심히 밑줄을 긋고 중요한 문장은 빈 여백에 메모를 하며 나의 생각을 쓰게 되었다.
책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지켰던 내가 이제는 책을 함부로 다루며 지저분하게 읽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예의는 오히려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단지 눈으로만 쫓는 책 읽기는 수동적인 독서다. 책과 적극적으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연필, 형광펜, 색깔볼펜 등 다양한 펜으로 책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는 자신의 생각, 질문, 감상을 자유롭게 적어야 한다. 분명 책을 읽다보면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문장들이 눈에 띄일 것이고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이 보인다. 그런 문장에는 밑줄을 열심히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한다. 그렇게 한번이라도 밑줄을 긋고 생각을 여백에 정리한 문장은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나중에 다시 책을 볼때도 찾기가 쉬워진다.
나는 볼펜이나 형광펜보다는 연필이나 샤프를 더 애용한다. 연필이나 샤프가 주는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다. 외출할때는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꼭 샤프를 챙긴다.(그래서 샤프에 대한 욕심이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독서를 할때 샤프를 꺼내들고 독서를 한다. 밑줄 긋고 메모하는 독서가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샤프가 없다면 독서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혹시라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단지 눈으로 쫓으며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나 역시 예전에는 눈으로 쫓는 독서를 했지만 지금은 메모하는 독서가 훨씬 편하다. 책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책의 여백 귀퉁이에 메모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도형을 그리기도 하고 도표를 그릴 때도 있다.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것은 책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준다. 어릴 때 친구들과도 서로 투닥거리며 싸움도 하는 관계가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저 책을 깨끗하게 읽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책과의 유대관계를 늘려 나가기가 어렵다.
나의 초반의 독서는 눈으로만 쫓는 독서를 해서 책들이 너무나 깨끗하다. 거의 새 책과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끗한 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책에 메모나 낙서가 많다면 그 책은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준 책이 된다. 반대로 책을 읽고 나서 책 별로 지저분하지 않다면 그 책은 나에게 큰 인사이트를 준 내용이 없는 책이 된다. 책을 뒤져보면 이 책이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메모를 하면 나중에 책을 정리하며 기록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밑줄치고 메모한 페이지에서 기록할 내용들이 많다. 그 페이지의 내용들을 뽑아서 기록으로 옮기면 그것이 서평이 되고 독후감이 되고 후기가 될 수 있다. 요즘은 일명 벽돌책(700페이지 이상의 두꺼운책)을 읽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책이 두껍다 보니 나중에 후기를 작성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리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게 되면 그 페이지의 내용들 위주로 정리를 하면 조금은 쉽게 후기를 작성할 수 있다. 이처럼 책을 지저분하게 읽으면 장점이 많이 생긴다.
가끔은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서 읽을 때가 있다. 대여한 책은 지저분하게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이때는 포스트잇을 활용한다. 해당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를 하고 남겨 놓는다. 책을 다 읽으면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페이지를 찾아서 포스트잇을 떼어내고 그 내용들을 따로 정리한다. 그렇게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깨끗하게 반납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포스트잇보다 직접 책에 메모하는 것이 더 좋다. 포스트잇은 나중에 떼어내야 하지만 메모는 책에 언제까지 남아 있게 된다. 나중에 책을 다시 찾아 읽을 때에도 예전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다시 메모할 수 있어 직접 책에 메모하는 것이 지금은 훨씬 편하다. 여러분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독서 방법이다.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조금은 내려놓고 책을 지전분하게 읽으려고 노력해 보자. 책에 메모하는 습관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난다.
책을 읽는 것은 결국 인풋을 늘려서 아웃풋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법이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많이 읽어야 생각이 풍부해져서 더 많은 좋은 글들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읽고 쓰는 것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언제나 한몸으로 붙어서 움직인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독서와 쓰기를 따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독서를 통해 짧은 메모가 늘어나면 그것이 결국 글쓰기의 연장이다. 조금씩 아웃풋을 늘려나가며 양을 늘려나가면 질도 높아진다. 꾸준히 메모를 습관화하면 글쓰기도 점차 늘어나며 비약적으로 실력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언제나 책과 함께 메모를 할 수 있는 도구, 연필이나 볼펜을 챙겨서 독서 하기를 추천한다. 책에 낙서를 한다고 책에게 미안한 생각 하지 말자. 책 역시 자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는 독자들을 더 좋아한다. 더 적극적인 독서를 활용해 책과 친해지고 책의 생각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
# 아침의 작은 성공이 모여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만듭니다
# 아침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