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유지 아부다비
어찌 되었든 인류가 사는 지구의 세상 모든 정부는 애쓰고 있다.
대한민국처럼 아랍에미리트도 마찬가지다.
transit 이정표를 따라 출발 게이트까지 와서 좀 쉬었다. 화장실도 가고 양치질도 하고 브리오슈에서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고 와이파이가 되어 유튜브도 보고 블로그도 작성하고 우리 집 2호랑 카톡도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아부다비 공항 내부는 "아랍다움"이 느껴졌다. 모자이크와 벌집을 상징하는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고, 각 게이트들 또한 원형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새벽녘 도착할 때쯤 'Abudabi International Airport'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 아라비아 글자 같았는데 읽히는 것을 보니 영어였다. 아름다운 아라비안 폰트였다. 기내 스크린 TV 프로그램으로 우연히 아부다비의 메가 모스크 건설 다큐를 보았는데 그 프로 말미에 유난히 시선을 잡은 것도 Mega Mosque라는 아름다운 아라비안 폰트였다.
이륙 시 창문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부다비 공항 모습에 깜짝 놀랐다. 공항이 사막에 있는 건지 아니면 아부다비가 전부 사막인지 알 수 없었다. 사막에 격자모양으로 도로가 나 있었고 그 사이에 집들이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숲도 없도, 들판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주택가에 나무들이 있긴 했다.
아부다비는 정말로 모래 위에 도시를 만들어 놓았나 보다.
기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잘 착용해야 한다. 턱스크를 하면 스튜어드가 와서 친절하게 지적을 해주고, 지적을 받은 사람은 고맙다고 반응한다. 우리나라 영화관의 ‘무비 매너’처럼 경유지 아부다비의 게이트 앞 모든 의자는 한 칸씩 띄워서 앉으라는 표식이 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대로 잘 지킨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에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서로 조심하는 모습은 왠지 안심이 된다.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알파, 델파, 오미크론에 이어 또 다른 변이가 예상되는 요즘이다. 오미크론이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는 그 크리스마스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다.
기존의 방법을 깨는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이다. 백신만 있으면 인류가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할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1,2차에 이어 부스터 샷까지 접종해야 하고, 어쩌면 4차를 맞게 될 지도, 아니 해마다 백신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걸 보면 아직 인류는 코로나를 잘 모르는 중이다. 이제 막 승인된 먹는 치료제의 효과가 좋아서 추가로 도입할 거라는 기사도 나온다.
이 모든 시도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류의 협력적 노력일 뿐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인간이 없다면 무의미한 지구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여기는 호모 사피엔스는 그. 렇. 게. 노력할 뿐이다.
난 이런 노력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이 효과가 없다느니, 백신 패스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불만을 들어가면서도 세계의 모든 정부는 노력 중이다. 대한민국처럼 아랍에미리트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각각의 정부에 신뢰감을 보내고 협조하는 것으로서 개별 사피엔스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를 조심하면서,
여행을 할 생각이다.
도착하자마자 지인이 마중 나와서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 덕분에 유심도 넉넉한 것으로 구입하고, 교통카드도 구입하고 터키식 저녁상도 받았다. 방도 따뜻했다.
2022년 1월 17일(2), 이스탄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