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의 녹색그림

#17 깟깟 마을, 신짜이 마을

by 아샘
시내를 벗어나자 펼쳐진 멋진 그림!
아! 날이 맑지 않아도 참 멋졌다!
사파 하면 다들 떠올리는 다랑이 논과 눈부신 초록빛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숙소가 온통 눅눅하다. 밤새 비가 내렸다.


아침에도 비가 보슬보슬 계속 내렸기에 하루 일정을 정하는 데 고민이 좀 들었다. 아침을 먹고 나와보니 살살 개는 것 같았다. 그 틈을 타 시내로 나왔다. 또 비가 내리면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걷기로 했다.


성당이 있는 광장에서 라오까이 가는 버스시간표를 일단 체크해 놓았다. 내일 박하로 떠날 수도 있으니까.


깟깟 마을 가는 길로 들어섰다. 마을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시내를 벗어나자 펼쳐진 멋진 그림! 아! 날이 맑지 않아도 참 멋졌다! 사파 하면 다들 떠올리는 다랑이 논과 눈부신 초록빛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깟깟 마을 입구까지는 적잖이 걸어야 했지만 사파 시내와는 사뭇 다른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서 발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보이는 사파의 아름다움은 깟깟마을로 내려올 무렵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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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깟 마을


깟깟 마을 입구에서 티켓을 사고 들어가면 조그만 계단길이 나온다. 입장료는 90,000동/1인이다. 깟깟 마을을 도는 내내 이렇게 계단을 내려가야 해서 무릎 아픈 사람들은 약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넓은 산악지형 속에 숨어있는 작은 전통마을은 입장료를 받으며 전통을 보존하고 있었다. 걸어내려 가 한 바퀴 돌고 다시 걸어 올라오는 소수민족 마을이다.


걷는 내내 예쁜 풍경들과 흐몽족 고유 가옥, 민속의상 및 공예품들을 파는 좁은 골목이 계속 이어졌다. 남자 어른들은 협력하며 무거운 짐을 나르고, 여자 어른들은 수를 놓거나 옷을 만들고, 아이들은 재미있게 논다. 논과 정원들도 예쁘게 가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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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으로 깊이 내려가면 Tien Sa 폭포가 큰 소리를 내 지르며 흐르는 계곡이 펼쳐졌고 그 옆으로 전통가옥의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베트남에서 온 방문객들은 대부분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베트남인들에게도 사파는 신기한 곳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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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깟 입구 카페에서는 슈가 케인을 20,000동에, 계곡 옆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을 40,000동에 먹는다. 맛이 있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직원이 친절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자연에 취해서 모든 것이 좋기만 하다. 눈 두는 곳 어디나 초록이고, 숲 속에 숨어있는 집들은 모두 전통과 로맨틱한 분위기가 섞여 있었다.


옥수수가 맛있어 보이길래 두 개 사서 휴식을 취한다. 먹고 걷고 먹고 걷고 하면서 마을을 돌아보고 있다. 옥수수 파는 소녀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데 어찌나 열심히 일을 하던지. 앉아서 쉬며 옥수수를 먹는 동안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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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지나면 마을 출구로 통한다. 계단을 걸어 내려왔으니 돌아갈 때는 올라간다. 모든 길이 다 이쁘다. 관광지이다 보니 예쁘게 꾸민 것 같았다. 깟깟 다리를 지나면 거의 끝나간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 마을 어르신들이 구걸을 하셨다.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신짜이 마을


어제 TU가 꼭 가보라고 알려준 마을이다. 깟깟 마을 입구를 나와 왼쪽 길로 쭉 걸어간다. 마을 입구까지는 약 2킬로미터 걸린다고 해서 천천히 걸었다. 깟깟 마을을 걷고 난 후라 다리가 아팠지만, 옆 마을도 함께 돌아보고 싶어서 다시 힘을 내 보았다. 그 길의 다랑이 논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산의 규모가 거대하다. 예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 산 위에 농토를 만들고 벼를 심어 삶을 꾸려갔던 사람들 덕분에 나는 오늘 산속의 아름다운 계단식 논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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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걷다 보니 신짜이 에콜로지(Sin Chai Ecolodge)라고 쓰여있는 그럴듯한 건물이 나온다. 숙소 겸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공간인가 본데 숙소도 다 빈 것 같고, 조용하다.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냐고 하니까 가능하다고 한다.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듯한 건물이다. 식당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고, 그곳에 앉으니 사파의 산을 다 가진듯한 황홀감이 느껴졌다. 산속의 경치 좋은 곳에서 멋진 야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기분도 좋고 에너지도 보충이 되었는지, 아니면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서 멈출 수 없었는지 계속 걸었다.


그리고 신짜이 마을이다. 입구에는 상점 겸 미용실도 보이고 큰 가게도 있고, 학교도 보인다. 아이들은 모래산에 앉아 놀고 있다. 학교는 끝났는지 아니면 방학인지 조용하다. 걷는 길은 대부분 흙길이어서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질척거렸다. 어머니들은 일을 하고 계셨고, 우리들을 보면 활짝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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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이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은 아이들이었다. 숨바꼭질을 하는지 가위바위보를 하면 돌아다니고 숨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아이들은 길에서 흙놀이를 했다. 집의 가축을 돌보는 아이도 있고, 빨래를 하는 어른스러운 여자아이도 보였다. 자그마한 호수에서는 남자아이들 4명이 나란히 낚시를 했다. 다음으로 우리를 반긴 것은 동물들이다. 닭들이 병아리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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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걷다 잠시 낮은 담장 너머 건너편을 바라보면 너른 들판이 보이고 벼와 밭작물들이 가득이다.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는 농촌 풍경일 것 같았다. 우리네 농촌은 아스팔트가 있고, 닭들이 저렇게 골목을 휘젓고 다니진 않는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 잠깐잠깐 사진으로 떠오른다. 논 밭 풍경, 비가 오면 진흙이 잔뜩 묻어있던 신발, 흙놀이하던 여자아이, 겨울이면 양어장에서 스케이트 타던 사람들. 신짜이 마을은 이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소였다.






두 마을 다 돌고 나니 거의 20,000보가 다 되어간다. 깟깟까지 다시 걸어오니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길 힘들어해서 미니카를 타고 사파 시내로 돌아왔다~^^


두 마을은 완전히 달랐다. 사실 깟깟 마을은… 가는 곳 모두 비즈니스가 형성된 곳이다. 사파 시내에서 가깝기도 해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베트남인들이 소수민족 옷 빌려 입고 사진 찍는 모습이 가득이다. 카페도 많다. 인스타용으로 좋을 만한 포토존이 여러 군데 있다. 입장료를 받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밭작물이 아담한 정원처럼 깔끔하게 조성되었고, 모든 집들은 공예품 혹은 전통음식과 음료를 파는 상점 겸 식당의 역할을 했다. 마을 전체가 예술 같았다.


반면, 신짜이 마을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마을이다. 전혀 비즈니스가 없다. 누구도 나와서 흥정하지 않고 자기들 할 일을 한다. 인사하면 웃으면서 받아준다. 그렇게 마을 안 길을 걷는 것이 오히려 그분들 생활에 방해를 드리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우리들 입장에서는 신짜이 마을이 더 좋았다. 실제로 소수민족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를 돌아본 느낌이어서.


오늘 저녁은 연어다. 연어샐러드와 연어구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 TU가 소개해준 곳이다~ 사파에서 연어를 먹는다는 것이 참 신기한데, 이곳에서는 연어를 기르고 있단다. 대부분의 식당이 사파에서 유명한 꼬치구이와 연어를 주메뉴로 팔고 있었다.





사파의 본모습을 느끼려면 소수민족 마을 트래킹 상품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마을을 돌아보는 것이 그들에겐 생계에 도움이 될 것이고, 방문객들은 조심스럽고 미안함을 좀 덜 느끼는 동시에 소수민족의 삶을 속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


팡 시판 산 꼭대기도 아름다왔을 것이고, 선녀의 계곡이라 불리는 또 다른 볼거리도 많은 사파였지만 '우기'의 한가운 데 있었던 우리들은 아쉽지만 나중에 더 좋은 날씨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돌아보면 잘한 일이다. 다음날도 그 이후에도 사파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2022년 6월 10일, 사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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