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커뮤니티, 박하 시장

#19 박하 시장, 하노이로 이동

by 아샘
박하 시장은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물건을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나들이도 하는 그런 소통의 공간이었다.
박하 시장은 멀리 떨어져 사는 소수민족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물건들을 나누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최신 유행을 배워가는 공간이자
대도시에 사는 베트남인들과 소수민족으로 사는 베트남인들이
서로를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며
벽을 허무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아침 일찍 박하 시장으로 향했다. 어젯밤 시끌벅적하던 손님들도 그 새벽 단장하고 또 시끄럽게 차를 타고 출발했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6시 30분쯤 숙소에서 나왔는데 그 새벽부터 박하는 활기찼다. 박하 시장으로 향하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그리고 농산물을 매고 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길을 모르더라도 그 행렬을 따라가면 목적지는 시장일 것이다.


소수민족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한 박하 시장. 꽤 넓은 시장 광장은 사방으로 길이 펼쳐져 있었는데 모든 길에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작은 골목길에 누군가 자신이 가져온 물건 광주리를 하나 놓고 앉으면 그 옆으로 줄줄이 물건 파는 사람들이 앉아 긴 좌판을 연출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아마도 박하 시장을 중심으로 원거리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복장이 독특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더 크다.


지금은 자두의 계절인가 보다. 이 분들은 주로 집에서 농사지은 자두나 오이나 야채들 바구니 달랑 하나 혹은 찰밥 광주리 하나 길가에 놓고 판다. 플라스틱 통에 담아온 술을 팔기도 하고, 옥수수를 쪄와서 팔기도 하고, 꿀이 뚝뚝 떨어지는 로열젤리를 가져와 팔기도 한다. 정말 많은 식당들만큼이나 야외식당도 많았다. 사람들은 쌀국수와 각종 튀김들 그리고 과일과 찐 옥수수 그리고 찰밥 등을 주로 사 먹었다. 찰밥은 예쁘게 물이 들여졌고 찐 바나나 잎으로 싸준다. 박하는 아마도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새롭고 신기한 곳인가 보다. 외국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거의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그 새벽 어딘가에서 잠을 자고 한껏 차려입고 박하 시장으로 놀러 온 베트남 사람들이 넘실거리는 곳이 바로 박하 시장이었다.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소수민족 전통복장과 전통 장신구들도 많았다. 그냥 기념품으로 살 수도 있겠지만 실용성을 따지면 금방 지갑을 열기 어려운 패션이다. 이들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바로 소수민족, 현지인들이었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옷을 구경하고 치마를 사기도 하고 귀걸이를 고르기도 했다. 어떤 부부는 함께 나와 곰돌이 인형을 사 갔다. 아마도 아가용이겠다.

나는 소수민족 분들이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 분들이 물건을 고르고 사는 모습도 참 좋았다. 박하 시장은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물건을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나들이도 하는 그런 소통의 공간이었다. 박하 시장은 멀리 떨어져 사는 소수민족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물건들을 나누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최신 유행을 배워가는 공간이자 대도시에 사는 베트남인들과 소수민족으로 사는 베트남인들이 서로를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며 벽을 허무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우리도 이곳에서 옥수수와 찰밥, 자두, 수박, 슈가 케인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오전 9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파에서 가까운 박하 역시 우기였다. 우리는 하노이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다시 라오까이로 이동해 하노이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라오까이행 미니버스는 90,000동. 이 버스 역시 택배 겸 박하에 사는 주민들의 발 역할을 했다.





라오까이까지는 거의 1시간 반이 걸린다. 버스기사는 그동안 버스에 탄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라오까이에서는 또 계속 전화를 한다. 물건을 가져왔다, 어디로 가져가면 되느냐, 이제 도착했으니 찾으러 나와라, 뭐 이런 식의 대화 같았다. 어떤 여자분은 차까지 나와 자두를 한 봉지 가지고 가고, 또 어떤 여자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다가 상자를 하나 싣고 간다. 아이 둘을 데리고 타신 분은 어느 쇼핑센터 앞에서 내린다. 따로 정류장이 없고, 박하에서 라오까이까지 전달되는 물건들을 해당 주소까지 배달하고, 원하는 지역에 사람들을 데려다준다.


우리가 원하는 곳은 하노이행 시외버스터미널. 가장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라오까이에 도착해서도 아저씨의 동선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덕분에 라오까이에 도착하고도 거의 1시간 가까이 라오까이의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버스기사는 택배 배달을 위해 전화를 하는 중간중간 끊임없이 뭔가를 말하고 손님들은 가끔씩 까르륵 웃기도 했다. 운전하면서 물건 챙겨주고, 웃기시기도 하는 드라이버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온다. 하노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를 묻고는 가격은 얼마인지를 알려주고 어떤 좌석을 원하는지 또 구글 번역을 돌려가며 묻고 답해주었다. 덕분에 표를 잘 끊었다. 가격은 260,000동/1인

표를 끊으니까 잠시 의자에 앉아라, 화장실은 저기다 하고 알려준다. 버스 탈 시간이 되니 차를 타라 하고, 짐까지 실어준다. 알고 보니 바로 우리가 타는 버스의 안내원이었다. 이 분은 우리가 하노이에 내려 택시 타는 곳까지 알려 주셨다. 감사하다.


바로 하노이 기차역으로 가 닌빈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다행히 이틀 뒤 자리가 많았다. 하노이에서 닌빈까지 143만 동. 드디어 기차를 타 본다. 베트남에서 기차 한 번 타보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동안 기차를 못 탔다. 이상하게 우리가 가려는 여정의 기차가 거의 다 예약이 끝나서 말이다. 기차 타시려는 계획을 잡는 다면 미리미리 기차표를 끊어야지 우리처럼 닥치는 대로 여행하면 좀 힘들다는 팁 드린다.(^^)





하노이로 오는 동안 기차역 근처에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에 오자마자 바로 빨래를 맡겼다. 사파와 박하에 있는 동안 빨래가 불가능했고 모든 옷들이 눅눅해졌다. 이곳 숙소는 아파트 같다. 주방이 있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고, 식탁도 있다. 무엇보다 직원분이 너무나 친절하다. 정말 마음에 든다. 가격은 하룻밤에 4만 원 정도.


그리고, 오랜만에 우아한 저녁식사를 하고 쉰다. 인생에도 굴곡이 있다지. 하루를 살아도 낮과 밤이 있듯이 여행에도 에너지를 쏟는 구간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구간이 필요하다. 오래오래 머무르며 느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사파와 박하는 아쉽게도 에너지를 쏟는 구간이 되어 버렸다. 하노이에서 잠시 에너지 충전이 필요했다. 좀 쾌적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보송보송한 침대에서 자고 싶고,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서 커피 한잔 하는 그런 충전이 필요했다.



2022년 6월 12일, 하노이에서

keyword
이전 18화박하로 가는 위태로운 미니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