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응옥 썬 사당, 성요셉 교회, 하노이 기찻길
더위를 견디고, 큰 비를 견디는 일.
베트남에서는 견뎌내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이들은 또 고통스러운 전쟁을 견뎌내지 않았는가?
베트남 사람들의 미소는 아마도 그런 인내 끝에 만들어졌을 거라 가늠한다.
숙소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영어를 잘 못하셔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늘 친절할 일이다. 친절은 언제다 옳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소소한 조식도 친절함이 섞이니 너무나 맛있다.
천천히 하노이 구시가까지 걸었다. 베트남 역사박물관, 호찌민 박물관 모두 오늘 쉬는 날이다. 거창하게 박물관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오늘은 그냥 산책만 하기로 한다.
우선 구시가를 걸어보았다. 우리나라의 종로나 을지로 쪽 거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낮에는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우리 같은 여행객들만 걸어 다닌다. 퐁냐케방 같은 소도시에서는 동물들이 더 많이 걸었는데, 역시 하노이다. 인간들도 많이 걷는다. 대부분 여행객들이다. (^^)
베트남의 전형적인 건물들이다. 큰 거리 쪽 건물은 좁고 뒤쪽으로 긴 형태다.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노력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좁고 날씬한 건물들 베란다에 또 식물들을 심어놓으니 독특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약간의 그늘을 만들어준다.
걷기 좋아하는 우리들도 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덥다. 현지인들이 안 걷는 이유를 또 터득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콩 카페에서 오늘은 아보카도 스무디를 먹으며 쉰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카페 한편에서 카드게임을 한다. 이들도 더위를 피하는 중이다.
호안끼엠 근처로 간다. 호수 중간에 우뚝 선 응옥 썬 사당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관람료 30,000동/1인. 도교사원이다. 과일을 들고 신전 앞에 바친 후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분들이 가득하다. 사당을 나올 때 거북이가 보인다. 호안끼엠 호수의 전설과 관련되어 있는 신성한 동물이다. 거북이가 전해준 검으로 명나라를 물리치고 레 왕조를 세웠다는.
하노이 버스투어 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성요셉 성당이었다. 그저 시멘트 건물 같은데 왠지 분위기가 있다. 안으로 들어간 후에는 잠깐 멈춤이 필요한 곳. 제단은 온통 금이다. 서양의 성당 구조와 거의 비슷하게 아름답다. 스테인드글라스도 규모는 작지만 우아하다. 잠시 앉아서 숨을 멈추고 가만히 성당 안에서의 고요를 느낀다. 무엇보다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성당 안마당 벽은 동방박사가 예수님의 탄생지로 찾아가는 모습과 예수님의 삶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그림이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성스러움을 풍겼다.
하노이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하노이 기찻길. 기찻길은 언제나 웃음을 머금게 된다. 선로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을 수 있다는 것, 선로 바로 옆에 작은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은 정말 앙증맞게 예쁘다. 작은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작은 카페에 앉아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커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신다.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선로를 바라본다는 그 사실이 모두를 설레게 하는 것 같다.
기찻길 한 편에서는 사진 찍는 여행객들이 보이고 다른 한 편에서는 선로를 고치는 분들이 보인다. 우리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선로 보수는 늘 필요한 일이니까. 노고에 감사드린다.
구시가를 돌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그냥 이렇게 더운 날은 느리게 느리게 시내 구경을 하게 된다. 더운 계절을 사는 분들이 낮에는 좀 쉬어야 하는 이유는 만 가지도 넘는 것 같다. 약간은 게으르게, 천천히 낮을 견뎌내면 마음의 여유를 줄 밤이 찾아오겠다.
너무 더워 오후 늦게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잠깐 쉰 후, 어슬렁 또 걸어 저녁 식사할 곳을 찾아간다.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인데 깔끔하고 맛이 좋다. 분짜와 볶음밥 그리고 타이식 조개탕을 시켰는데, 조개가 엄청 큰 게 국물이 구수했다. 중간쯤 먹는데 비가 엄청 내렸다. 하루 종일 무덥더니 무더위를 식혀줄 모양인데 요란하다. 천둥번개를 잔뜩 가지고 왔다. 야외식당에서 먹는데 춥기까지 하다. 비가 그칠 때까지 또 식당에서 견뎠다. 식당에서 밥 먹는 모든 사람들이 비를 구경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폭우는 거의 두 시간 정도 후에 가랑비로 변했다. 가랑비를 맞으며 숙소로 걸었다. 옷은 잠깐 말리면 될 정도이고 머리는 1시간 만에 거의 다 말랐다. 단 두 시간의 비였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일부 구간은 발목까지 물이 찼다. 오늘 저녁 같은 비가 만약 밤새 내리면 아마도 하노이는 지난 2주 전처럼 또 홍수가 날 것 같다. 여행객들의 일정이 틀어짐은 그저 잠깐의 어려움일 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비가 온 이후의 큰 불편을 처리하며 살아야겠지.
더위를 견디고, 큰 비를 견디는 일. 베트남에서는 견뎌내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이들은 또 고통스러운 전쟁을 견뎌내지 않았는가? 베트남 사람들의 미소는 아마도 수많은 인내 끝에 만들어졌을 거라 가늠한다.
오늘 기록하고 싶은 여행 팁이 있다.
날씨와 여행!!
날씨는 인간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상을 살 건, 여행을 하건.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다. 오늘 같은 갑작스럽고 무서운 폭우나 사람이 견디지 못하는 더위나 폭풍우 등이 찾아올 때 인간은 그저 견뎌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하나를 찍어도 날씨가 주는 은혜가 큰 데 여행을 계속 이어가는 데 날씨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오늘도 절감하는 중이다. 좋은 계절에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을 때는 현지인처럼 잘 견뎌야겠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다.
환전 팁!!
오늘 구시가를 걸으면서 남은 달러를 환전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생각보다 환전소가 잘 안 보여서 ATM기를 찾아 돌아보다가 갑자기 한국의 우리은행이 나오길래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혹시 환전이 되는지 물어보니 당연히 가능하단다. 아주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베트남 직원이 있었다. 여권을 제시하던가 여권사진만 건네줘도 가능하다. 덕분에 환전소에서 가져가는 수수료 없이 당일 환율로 환전을 했다.
2022년 6월 13일, 하노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