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짱안

#22 짱안 보트 투어, 닌빈 동네 시장

by 아샘
출발하자마자 감탄이 벌써 나온다.
TV에서만 보던 산수화 같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제 우리들은 노 젓는 소리를 곁에 두고
그림 안에 펼쳐진 그윽하고 여유롭고 천상 같은 시공간을 떠돌 것이다.




Tràng an 우리말로는 짱안, 베트남에서도 발음할 때는 짱안. 그림 같은 투어를 하고 왔다. 오래 전에 하롱베이를 간 적이 있었는데 짱안은 육지의 하롱베이다.


아침은 숙소 근처에서 포보를 먹는다. 언제나 아침의 포보는 늘 정직하게 좋다. 속도 편하고. 둘이 80,000동. 1인당 2,000원 정도로 따뜻한 아침의 국밥을 먹은 기분이다.


짱안으로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이곳 닌빈의 그랩 기사는 택시 같다. 미터기를 사용한다. 미터기 요금으로 100,000동을 내고 짱안에 도착했다. 티켓을 끊고 배를 타기 위해 내려간다. 세련되고 화려한 입구를 따라가니, 이곳 짱안의 인기를 실감할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아마도 몇 백 미터로 줄을 서는 모양이다. 줄 서는 라인이 너무도 많았다. 투어 티켓은 1인당 250만 동.


보트 투어의 코스는 3종류다. 안내하시는 분이 선택하라길래 가장 인기 있는 코스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렸고 코스 3으로 가기로 했다. 1km 정도의 동굴 내부 투어가 포함되었다는데 다들 좋아한다고. 우리는 짱안에 처음 왔으니 가장 인기 있는 코스를 기본으로 정해야 했다. 1 보트당 4명이 타는 거라며 좀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뒤 베트남 젊은 여성 두 명이 와서 함께 탔다. 우리가 먼저 승선해서 앞 좌석을 차지했다.


보트 투어장 앞에는 수많은 보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듣기로는 보트가 4천대 정도 된다고 한다. 와우! 보트 1천대가 짱안 호수를 떠다니는 모습만으로도 장관이겠다. 코로나 이후 여행객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우리는 운 좋게도 여유로운 보트 투어의 순간을 만끽하게 되었다.

출발이다~ 출발하자마자 감탄이 벌써 나온다. 이곳은 육지란다. 마치 바다 같은데 말이다. TV에서만 보던 산수화 같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제 우리들은 노 젓는 소리를 곁에 두고 그림 안에 펼쳐진 그윽하고 여유롭고 천상 같은 시공간을 떠돌 것이다.

드디어 동굴로 들어간다. 나지막하다. 산수화 속 산이 만들어낸 깊은 굴 길을 따라 들어간다. 그 길은 보트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었다가 보트 두 개도 드나들 수 있는 넓이로 바뀌기도 했다. 그 높이는 눈을 들어 천장을 쳐다보기도 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야 통과될 수 있기도 했다. 동굴 속에서의 물살은 찰싹찰싹 세찼다. 물살이 우리들 얼굴에 부딪칠 때도 있었다. 저절로 나오는 감탄의 한숨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크게 울렸다.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한 동굴은 거의 1km 정도라는 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난번 퐁냐에서 카약을 타 보긴 했지만, 이곳은 훠얼씬 더 길고 더 좁은 굴이다. 관광지여서 작은 굴 속으로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 그저 보트 한 두 척이 앞서 떠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또 뒤에도 보트는 다가오고 있으니 걱정이 필요 없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은 암흑천지의 공간이었을 터. 이 곳을 처음 발견한 이는 어떤 심정으로 물살을 헤쳐나갔을까 싶다. 늘 앞서간 이들 덕분에 오늘 우리들은 곧 동굴의 출구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어둠속 물길을 음미한다. 산 하나의 내부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듯 했다.


동굴을 나와서는 사원에서 잠깐 쉬면서 산책을 할 수 있다. 잠깐 음료수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건너편 섬과 보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 또 절경을 지나 되돌아간다. 무료 3시간여에 걸친 그림 속 헤맴이다.

돌아나갈 때는 좌석을 바꿨다. 함께 탄 베트남 젊은 여성들은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온갖 포즈를 취하는 듯했다. 그 모습 바라보며 약간은 노곤한 보트여행을 즐긴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지속되니 졸음도 오는 것 같았다.


짱안 강물의 얕은 구역은 보트 아래로 수초가 가득했다. 이 식물들이 물을 정화시켜주는지 물이 맑았다. 또 모터를 쓰지 않는 옛날 방식의 노 젓는 보트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이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전되었면 하는 바람으로 수초들을 귀하게 바라본다.


보트여행 마무리에 손님들에게 설문을 받았다. 그 설문을 바탕으로 더 좋은 짱안이 되길 바란다. 아니 지금 그대로의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존되길 바란다.


거의 3시간 가까이 노를 저어주신 분께 약소하지만 정성을 표하게 되었다. 저절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작고 연약한 베트남 여인에 의지해 3시간여 놀라운 그림 속 여행을 하고 왔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오후 늦게 닌빈에 돌아와 숙소를 향해 걷다가 골목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닌빈은 하노이나 호찌민만큼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시내는 그저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 같았다. 아기들 옷을 파는 노점이 보여 구경하러 들어갔더니 장터가 펼쳐져 있다. 아마도 수요 장인가 보다.


베트남의 재래시장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옷과 신발과 과일과 야채와 고기들과 반찬들을 판다. 닭들과 오리들이 곧 죽음을 맞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내가 어렸을 때도 시장에서는 산 닭을 잡았었다. 우리들이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겠다.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산 닭을 잡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베트남 여성들은 이 더위에 위에서 아래로 온 몸을 덮는 옷을 입고 다닌다. (^^) 자외선이 몸에 좋은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이 더위에 저렇게 다니면 더워서 어쩌지? 의아했지만 이해할 수 있고, 또 현지인들은 그래도 될 것 같다. 우리야 그 더위에 호기심을 못 참아 걷고 있지만 이들은 잠깐의 외출일 뿐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물건을 사고 또 바로 집으로 가면 되니까 말이다. 이곳의 여성들이 자신을 가꾸는 방식이며 그것은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닌빈 시내는 아직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별로 없다. 여행상품도 거의 안 팔고 마사지도 거의 안 하고 심지어 카페도 눈에 안 띄었다. 당연히 콩 카페나 하일랜드 커피 같은 것도 없다. 구글에서 안내하는 식당이나 카페도 문이 닫혔거나 이사를 한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로컬 분위기 나는 동네를 실컷 돌아다녀보는 행운(?!)을 얻었다.





사실 오늘 카페를 찾아 헤맸다. 호텔 근처에 그럴듯하고 쉴만한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약간 우울할 뻔했는데, 저녁 무렵 티 전문 카페를 찾았다. 각종 과일과 티를 혼합해 만드는 카페, 보바팝(bobapop)이다. 나름 세련된 분위기인 데다 에어컨이 잘 나오니 얼마나 좋은지. 구글맵에 후한 점수를 준다.

우리의 공간은 공간 자체로 판단할 수 없다. 그곳에서 우리가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좋은 곳이다. 100점이라도 주고 싶은.


2022년 6월 15일, 닌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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