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하노이로 이동, 기찻길, 쌀국수 맛집, 맥주 골목
하노이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아서일까?
이제 며칠 뒤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정이 들어서일까?
이제 하노이는 집 같이 편안하다.
오늘부터는 하노이에서 어슬렁 거리기로 했다.
닌빈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식사는 근처 식당에서 파는 반세오. 아침부터 조그만 구이판에 반세오 반죽을 굽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맛있어 보이길래 앉았다. 구운 고기와 노랗고 얇은 부침개, 야채 소스 그리고 라이스페이퍼를 준다.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가 맛을 살려주는 것 같다.
식당 옆에서는 과일을 판다. 어제 망고를 하나 사서 먹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오늘도 망고와 망고스틴을 사서 식당 테이블로 와서 먹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내심 눈치가 보였는데,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접시까지 건네준다. 망고스틴은 예쁘게 반 갈라주고 냅킨으로 손까지 닦으라고 하고 물도 한 잔 준다. 아침 먹고 테이블 전세 내서 실컷 즐기고 간다!
이제 하노이로 갈 시간이다. 닌빈 버스 정류장이라고 그랩에 목적지를 쓰니 나오지 않았다. 급하게 책에서 명칭을 찾아서 다시 입력했다. Bến xe khách Ninh Bình이라고 입력하니 그제야 그랩 택시가 온다. 270,000동으로 저렴하게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골의 허름한 버스터미널 같아 보이는 곳이다.
택시에서 내리니 역에서 앉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베트남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터미널이었나 보다. 외국인들은 보통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버스를 타고 짱안이나 땀꼭 등 여행지만 둘러본 후 바로 떠나니 이들에게 우리는 참 낯선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때, 어떤 남자분이 와서 하노이 가냐고 묻는다. OK 하니 티켓 판매부스로 안내해 준다. 1인당 95,000동을 주었다. 언제 출발하냐고 하니 바로 출발한다나. 버스가 막 와서 탔다. 알고 보니 그분도 바로 버스 차장이었다.
버스는 닌빈 근처를 좀 더 돌다가 사람을 좀 태우고 중간쯤에서 사람을 더 태우고 하노이로 갔다. 하노이 외곽에 세워주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좀 쉰 후에 산책을 하기로 한다. 알고 보니 하노이 기찻길이 걸어서 2분이다~
기찻길 옆 카페에서 요구르트 커피와 버터 바게트로 간단한 요기를 한다. 덥지만 선풍기 바람을 쐬며 기찻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냥 재밌게 시간이 흘러가는데, 요구르트 커피와 바게트도 정말 맛있었다. 기찻길 옆 카페는 어느 곳을 가도 다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다.
너무 더운 오후에 모처럼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평점 좋은 곳을 찾아가 봤다. 모처럼 몸이 개운한 듯했다. 90분에 480,000동. 한국돈으로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베트남에서는 꽤 비싼 집이다. 돈 좀 썼다.
이제는 저녁을 먹는다. 하노이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쌀 국숫집! 누구나 간다는 그 집, 백종원이 갔다는 그 집을 우리도 가보기로 했다. ‘퍼지아쭈엔’
그저 포보 한 그릇 먹었을 뿐이다. 줄 서서 먼저 돈을 지불하고 (1그릇에 50,000동 ) 또 줄 서서 쌀국수를 받아 들고 자리로 온다. 돈을 지불하는 그 카운터 바로 옆에는 국물을 내고 난 고기들이 걸려있고, 쌀국수를 받을 때 그 고기들을 쓱쓱 잘라 넣어준다. 가게 옆으로 조그만 통로가 보이고 그 속에서는 큰 솥에 육수가 가득 끓고 있었다. 언뜻 보면 불편한 풍경들이다. 걸려있는 고기들을 보면서 돈을 지불하고 돈을 받은 그 사람이 고기를 잘라 내 국수 속에 넣어 주는 것이. 하지만 어떠랴? 이곳은 베트남이다.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 정말 맛있는 것 같았다. 국물이 진했다.
그리고 하노이 맥주 골목을 걸어본다! 호찌민의 여행자 거리보다 좁고 더 정감 있다. 쌀국수 한 그릇으로는 왠지 부족한 느낌을 맥주로 채웠다.
하노이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아서일까? 이제 하노이에서 며칠을 보내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정이 들어서일까? 사파로 가기 전에도 잠깐 하노이에 들렀고, 닌빈으로 가기 전에도 잠깐 하노이에서 지냈다. 이제 하노이는 집 같이 편안하다. 오늘부터는 하노이에서 어슬렁 거리기로 했다. 이제는 여행지를 막 찾아다니고 준비하고 공부하지 않고 그저 집같이 지낼 예정이다. 아침이면 일어나 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너무 덥거나 힘들면 숙소에 와서 좀 쉬고, 저녁이면 또 하노이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렇게 하노이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베트남에서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노이의 구시가는 더 그런 것 같다. 미로처럼 곳곳으로 열려있는 골목 같은 구시가는 차도도 좁고 인도도 좁다. 이 좁은 인도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상인은 물건을 디스플레이하고, 어떤 사람은 해먹을 설치하고 누워서 쉰다. 이 인도에 저녁이 되면 목욕탕 의자가 놓이고 낮은 탁자 위에 음식이 가득 차려진다. 이제부터는 인도로 걸어 다니기도 불가능해져 차도로 걸어야 할 정도다.
사람들은 더운데도 에어컨이 있는 실내보다 야외에서 뭔가를 먹는 걸 좋아한다. 이제 나도 온몸이 땀으로 가득한데도 선풍기 바람 쐬며 야외에서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숙소에 에어컨이 없다면 끔찍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2022년 6월 16일, 하노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