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신속항원검사, 한국으로
그렇게 쓴 커피에 이나라 사람들은 단 연유를 잔뜩 넣어 먹고,
코코넛을 진하게 갈아 넣어 달콤하게 먹고,
달걀을 달달한 크림처럼 섞어 또 부드러운 단맛을 만들어내고,
요구르트와 섞어 달콤 새콤한 커피를 맛보게 하고,
크림치즈를 얹어 은근하고 고소한 단맛을 제공하기도 한다.
본래 쓴 맛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달콤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나라... 같다.
오늘의 가장 주요 일정은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일이다. 그것만 잘하면 된다!
집에 돌아가느냐 아니면( 양성이면 ) 귀국행 비행기 버리고 방콕으로 가느냐 ( 코비드 검사가 필요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의 기로에 서는 날이다.(ㅋ)
아침은 밖에서 먹을까 하고 나와 봤다. 과일 파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망고와 망고스틴 그리고 바나나를 샀다. 망고는 먹기 좋게 껍질을 까서 잘라주시고, 망고스틴은 반을 살짝 갈라서 속살이 입 속으로 쏙 들어가도록 해 주셨다. 과일값만 150,000동이다. 제법 비싼 편이지만 마지막 날이니, 이제는 못 먹을 거니까, 그 정도쯤 지불할 수 있다. 며칠 전 사온 자두와 어제 롯데마트에서 산 빵과 함께 풍성한 아침이다.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병원까지는 그랩 카를 타기로 했는데 오늘따라 계속 cancel이 된다. 옆에 있던 그랩 바이크가 다가왔다. 1,000,000동을 부르더니 우리가 그랩 카를 탈 거라니까 800,000동을 부른다. 다시 또 600,000동. 할 수 없다. 바이크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이름은 Medlatec
코비드 검사한다니 6층으로 올라가란다. 6층은 코로나 검사만 전담하는 공간이고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검사를 받고 1시간 뒤 결과를 받으러 오란다. 이곳은 진짜로 현지인들만 사는 동네. 우리는 천천히 또 걷고 주변 카페에 들어가 과일주스를 마신다. 진작에 와 볼 걸. 가격이 반값이다. 물론 카페에 에어컨은 없다. 야외 탁자에 앉아 현지인처럼 주문하고 현지인처럼 넋 놓고 쏟아지는 태양빛을 피한다. 만약, 양성이면 방콕으로 갈 텐데, 혹시 방콕 말고 다른 곳은 없을까? 하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나눌 뿐 진짜로 그 나라로 떠날 기세는 아니다. 하지만 즐겁기도 했다. 핑계 김에 떠나는 상상!
아! 다행히 음성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번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분짜 집이다! 달콤하니 맛있다! 맥주와 함께 먹으면 양이 많은 편이지만, 맥주가 있어야 제 맛이다. 이곳엔 오바마 세트가 있다. 배 고프신 분들에겐 아주 좋다. 분짜와 롤과 맥주가 세트로 저렴하게 제공되니.
진짜로 어슬렁 거리는 시간이다. 음성이라서 확보된 시간. 양성이면 정신없었을 시간. 우리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걸었던 하노이 구시가를 또 걸었다. 걸으면 보인다는 말처럼, 또 새로운 길이다. 너무 더워 에어컨이 나오는 유명한 브랜드의 옷가게에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유명 브랜드는 여전히 비쌌다.
일요일의 하노이 구시가는 일단 차량과 오토바이가 적어 한가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차량 통행을 아침부터 막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는 너무 더워 스타벅스에도 가고, 또 걷다가 콩 카페에 가기도 했다. 걸어오던 길에 극장이 있었고 우리나라 영화 브로커 포스터가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아쉽게도 coming soon 이란다~^^
호안끼엠 콩 카페는 벌써 두 번째다. 저녁에 잠을 잘 자기 위해 커피 대신 시나몬 마운틴 티 위드 오렌지를 시켰는데 이 또한 취향 두 번째 저격이다. 오늘 오후에 들른 호안끼엠 콩 카페 3층엔 한국인들만 가득했다. 한국인들이 특히 콩 카페를 좋아하는 가 보다. 베트남에서는 더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커피집에 자꾸 가는 이유가 있다. 코코넛 커피, 크림치즈 커피, 요구르트 커피, 에그 커피들을 맛보아야 하고, 티에도 이런저런 과일을 가미해서 많이 파는데 그 맛 또한 상큼하다.
콩 카페의 코코넛 커피는 늘 내 첫 번째 취향저격이다. 나는 이 코코넛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달콤하고 쓴 맛을 잘 버무린 커피. 마치 이곳 비엣남( 베트남이라고 해야 태그를 달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베트남을 국가명으로 지칭하지만 실제로는 비엣남이라고 해야 정식 발음이기도 하다 )을 닮았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나라. 마치 우리나라의 몇십 년 전의 모습을 보는 듯한 나라. 음식이 우리 입맛에 너무나 잘 맞는 맛있는 나라. 하지만 이 나라는 수많은 피의 흔적을 품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대국을 상대로 끈질기게 저항했던 이 나라 국민의 그 자부심은 깊이 쓰다. 베트남 커피는 마치 베트남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베트남에서 90% 이상 재배되는 커피,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쓰고 거칠다. 그렇게 쓴 커피에 이나라 사람들은 단 연유를 잔뜩 넣어 먹고, 코코넛을 진하게 갈아 넣어 달콤하게 먹고, 달걀을 달달한 크림처럼 섞어 또 부드러운 단맛을 만들어내고, 요구르트와 섞어 달콤 새콤한 커피를 맛보게 하고, 크림치즈를 얹어 은근하고 고소한 단맛을 제공하기도 한다.
본래 쓴 맛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달콤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나라... 같다.
저녁 먹고 호텔 로비에 맡긴 짐을 찾아 공항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배낭이 좀 무거웠고, 원래 공항버스 서는 정류장이 일요일이라 바뀌는 바람에 거의 30분은 걸은 것 같다. 구글맵을 통해 나온 버스 루트 정보를 보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결국 버스정류소 옆 가게에서 물어보니 지금 교통상황이 복잡해서 아마도 우리가 서 있는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것 같다며 9시까지 기다려보고 이후에는 택시를 타라고 한다. 할 수 없이 거금을 들여 택시를 탔다.
구글맵에 의하면 하노이 역에서 출발한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호안끼엠 근처에서 기다리다 보니 차가 막혀서 아예 못 온 것 같다. 혹시 주말( 금-일 )에 구시가 근처에서 공항버스 타시는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시라고 팁을 드린다. 호안끼엠 주변이 차 없는 거리가 되는 주말에 공항에 가시려거든 그냥 편하게 돈 좀 쓰고 택시 타고 공항에 가던가 아니면 하노이 기차역에서 타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공항버스 정류장 찾느라, 기다리느라, 또다시 택시 타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렇게, 한국으로 가는 공항 게이트 앞에 와 있다.
2022년 6월 19일,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