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_마의 13킬로
10킬로미터 82분, 13킬로미터 1시간 56분
13킬로미터 남았다. 내일까지 8월 한 달 동안 50킬로미터를 뛰거나 수영하기로 했다. 지키지 않을 경우 과 사람들에게 커피를 사주어야 한다. 우리 과 직원들과 자기 주도 운동 모임을 한다. 한 달 동안 운동량을 스스로 세우고 월말에 스스로 점검한다. 지키지 못할 경우 점심 먹고 나서 커피를 산다. 그냥 한 달에 한 번 과 직원들과 점심이나 먹으려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남자 직원은 도보 40분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멤버 7명 중 2명이 나를 따라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각자 상황에 맞게 운동을 하고 있다. 내일은 말일, 자아 점검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 달엔 수영을 많이 한 까닭에 킬로미터를 채우기 어려웠다. 수영은 50분 많이 해 봤자 1.5킬로미터였다. 50킬로를 채우려면 매일 수영장에 가도 모자란다. 시간 노력대비 달리기가 가성비가 좋다. 그래서 오늘 나는 큰맘 먹고 평소 달리던 거리의 약 3배인 13킬로를 달리기로 했다.
평소에 4킬로를 달리던 나에게 3킬로가 지나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바퀴를 돌아도 전체 돌아야 할 반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 한창 달려야 할 때라고 맘을 먹었더니 속도가 제법 붙는다. 어찌 보면 내 상황과도 비슷했다. 예전 같으면 내 나이면 꺾어질 때라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생의 반 이상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여기서 우물쭈물 될 시간이 없었다. 다치지 않을 정도로 조금 더 달려보는 거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내 인생의 전성기이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팔을 힘들고 앞으로 향해 나아갔다. 비 온 뒤 거미들이 길 통로에 금세 거미줄을 쳐 놓았다. 이 녀석들 생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쯤 달리다 보니 바닥에 고여 있던 물도 사라졌다. 깜깜한 밤이라 아무 변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자연은 알아서 돌아가고 있었다.
마지막 바퀴가 되자 속도가 느려졌다. 그래도 10킬로미터까지는 좀 더 버텨보았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3킬로미터는 거의 걷는 속도보다 한 발작국 더 빨리 가는 속도로 발을 움직였다. 가파른 오르막 언덕도 올라가 보았다. 차 선 분리대로 심어놓은 장애물을 하나하나 통과해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드디어 마의 13킬로를 돌파했다. 드디어 8월 목표를 이루어냈다. 아니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