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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Jun 09. 2024

철인 5종 함께 하실래요?

20240609_마음을 치유하는 달리기

5.01킬로미터 달리기 35분 03초


일주일 동안 뛰지 못했다. 20년 지기 직장동료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가운데 장례식에 참석하고 장지에 따라다니느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슬퍼서 기운이 나지 않았다. 당분간 추모하는 분위기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만히 있으려니 자꾸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 관념에 잡아두기보다 그와 가졌던 좋은 추억들을 기억하고 정리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뛰었다. 예전에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에서 주인공 하니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달렸다. 내가 아는 지인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마음이 우울하고 정신이 없거나 한 생각에 매몰되어 있을 때 달린다. 달리기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치유한다. 약국에서 지어주는 어떤 약보다도 어떤 말보다도 위로가 되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오늘도 달렸다.


나는 남편에게 그녀와 있던 일을 이야기할 때 서울대 언니라 불렀다. 똑똑하지만 남에게 자랑하지 않고 폐 끼치지 않고, 남의 말 옮기지 않고 성내지 않는 등 요즈음에 찾아보기 드문 군자였다. 옆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얼마나 학같이 고귀한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많이 아파했을 텐데 위로가 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여기저기 연락하고 장지까지 따라갔다. 살아있을 때 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앞으로는 누가 죽더라도 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그에게 배려를 해주고 싶다. 내가 죽더라도 마찬가지다. 삶의 깨달음을 가져다준 언니가 보고 싶을 달릴 것 같다. 하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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