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 변화 - 교훈
스토리텔링을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도깨비의 공유가 멋지면서도 애틋한 느낌까지 주는 건 그가 가진 비운의 전생이야기 덕분이고, 사실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태양의 후예의 대사들이 TV를 볼 때는 그다지도 달콤하게 들렸던 건 송중기와 송혜교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서사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었죠.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해되고, 주인공의 감정에 설득되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입니다. 특히 주인공이 역경과 비운을 딛고 굳세게 일어났다면 더욱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의 길을 응원하게 되는데요,
겨울왕국 2에서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유혹해도 그다지 인상에 깊게 남지가 않고, 아직도 겨울왕국 1의 주제곡 Let it go가 귓가에 맴도는 것도 겨울왕국 1 초반에 나왔던 주인공 엘사의 아픈 이야기, 그가 느꼈던 슬픔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으로 대표되는 픽사 애니메이션에는 7가지 스토리 공식이 있다고 합니다.
1. 옛날에 oo가 있었다.
2. 그는 매일 oo을 한다.
3. 그러던 어느 날 oo가 일어난다.
4. 그래서 oo가 일어난다.
5. 그래서 oo가 일어난다.
6. 그러다가 마침내 oo가 일어난다.
7. 그 이후 oo 하게 된다.
이 스토리 공식을 쭉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일어나게 된다고 하는데요, 장난감들과, 몬스터들과, 물고기들과 그들이 마치 나인 것처럼 혹은 내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고 울고, 이걸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감과 감동이겠죠. 어떤 사람은 '상대의 마음에 도장을 찍는다'라고도 표현하던데요. 이런 감정의 동화는 세일즈 화법이나 마케팅 기법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고객이 판매자의 서사에 감정적으로 동화되면서 고객 스스로 판매자의 권유에 따라가는 설득 방식. 요즘 특히 강의 소개 등에 보면 이런 방식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어려웠던 과거 - 극복했던 계기와 경험 - 당신도 따라오세요
예전에 지상파 서울 본사에 합격했던 모 아나운서에게 어떻게 자기소개를 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본인의 위기상황을 극복했던 경험을 아나운서의 역량과 잘 연결해서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대강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생활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때 즐겨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해서 느끼게 되었고,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서 건강도 회복되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다.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일반 기업에 취업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도 소개해 드릴게요.
본인이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물을 너무 무서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 꼭 극복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군에 입대를 했다. '아무렴 군대인데, 내가 죽을 것 같으면 동료들이 구해주겠지'하는 생각이었다.
물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정말 죽을 것 같았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끝내 물 공포증을 극복해냈고, 그 이후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나씩 섭렵하기 시작했다.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등등을 차례로 해내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듣고 보니 픽사의 스토리 공식과도 유사하죠?
7가지가 너무 많다면 3가지 공식 정도로 내용을 구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서론 (사건)
본론 (변화)
결론 (교훈)
서론에서는 내 인생에서 벌어진 사건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본론에서는 그 사건을 통해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설명을 하죠. 마지막 결론으로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얻은 삶의 교훈은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아주 대단한 사건을 겪지는 않았더라도, 삶의 목표나 가치관을 만들게 된 계기라든지 관점이나 행동 패턴에 변화가 일어났던 시점이라든지 문제 해결 방식이 달라졌던 시기라든지, 중요한 건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저는 좀 무덤덤한 성격이라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감정이 마구 요동치거나 그렇지가 않았어요. 그런 점이 그 당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죠. 차분하게 다음 할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감정이 깊게 개입되지 않았던 점이 '교훈'을 깨닫는다거나 '나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에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못했고, 때문에 수많은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졌.... 겠지요.
혹시 자기소개처럼 어떤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분이라면 픽사 공식이나 이 세 가지 공식을 잘 응용해보세요.
그리고 평소에 작은 사건이라 해도 그 전후에 느껴지는 나의 어떤 변화가 있었다면 그걸 세밀하게 관찰해보세요. 그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나 깨달음들을 잘 정리해두는 습관도 가져보시길 추천드려요.
아직 귓가에 맴도는 엘사의 Let it go는 엘사의 자기소개였던 것 같아요. '동생이 나 때문에 큰 일 날 뻔했고, 그 이후로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또 그 비밀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칠까 봐 숨어서 지냈지만, 이제 마음껏 내 능력을 펼치면서 자유롭게 살래.'라는 자기소개.
당신의 Let it go는 무엇인가요?
메인 이미지 출처 : fla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