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넌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하게 될 거야

by mbly

아나운서가 된다는 건 단순히 멋져 보이고 좋아 보이는 일을 하는 게 아니야.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그림 속에 의미 있는 한 조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


J아나도 그런 걸 느꼈던 적이 있었지. 본인이 주목받아 기쁜 것보다 훨씬 큰 행복감과 만족감이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어.


J아나는 운 좋게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지. 좋은 시절이었어. 방송사가 재정적으로 탄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장려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시절이었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다시 말해서 재정적으로도 어렵고 그래서 더욱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주저되고, 시청률이 보장되거나 판매가 보장된 프로그램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시기에는 아나운서라고 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지는 않을 거야. 한때 굉장히 인기 있는 아나운서들이 많았고 그래서 아나테이너라는 말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단어도 거의 쓰이는 것 같지가 않아.


여하튼 J아나는 뉴스, 교양 프로그램, 오락프로그램, 현장 리포팅, 라디오 할 것 없이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지. 그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락성이 가미된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어.


지역의 단체들을 찾아가서 재활용 장터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아름다운 가게' 같은 재활용 상시 가게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어. 그 가게는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의미가 큰 곳이었지. 터를 기부받고, 가게 운영에 필요한 차량을 기부받고, 가게 운영진들이 자발적으로 구성되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누구 하나 스스로 나서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


가게의 수익금은 또 다른 기부로 이어졌지.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녀의 집을 새로 지어줬고, 또 다른 소녀에게는 척추측만을 치료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어. J아나는 그저 주어진 방송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을 뿐인데 점점 더 큰 일들이 벌어지는 거야. 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을 때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니 그 프로그램이 끝난 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 재활용 가게는 아직도 잘 운영되고 있고, 분기마다 큰 장터를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대.


그저 방송을 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모아지는 큰 그림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른대. 정말 본인이 주목받은 것보다 훨씬 더 큰 행복감과 만족감이 느껴졌겠지? 여기서의 행복감은 아나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휴먼, 당신이 아나운서가 된다면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무언가를 하게 될 거야. 당신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무엇이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너는 어떤 그림의 의미 있는 조각이 될지 기대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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