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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출입금지

기말고사 이야기 1

by 아침이슬

<시험기간 교무실 출입금지>


시험기간 몇 주 전부터 교무실 앞에 안내문이 붙었다. 시험문제 출제부터 성적처리까지 일정기간 동안 학생들의 교무실 출입을 통제한다. 교무실마다 궁서체 문구부터 인기 밈을 활용한 문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교무실 출입금지를 강조한다. 박보검과 아이유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 팔짱을 끼고, 교무실에 들어오면 폭싹 망한다는 무서운 말풍선을 내뱉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냥 교무실에 들어서는 학생이 있다. 주로 지필고사를 경험하지 않은, 해당사항이 없는 1학년이다.

"안돼!"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있는데 교무실에 들어선 학생을 인지하면, 화면을 숨기거나 시험지를 가리느라 바쁘다.

"아.. 몰랐어요."


문 앞에 큼지막하게 써놨는데 몰랐다고? 하긴, 수업시간에 알려주고 불러주고 필기해 준 내용도 몰랐다고 하는데 교무실 입구에 있는 안내문을 정성스럽게 읽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인가.


덕분에 교무실 출입구에는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을 찾으러 온 학생들로 붐빈다.

"A 선생님!!!"

"B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

"1학년 1반 김 OO입니다. C 선생님 만나러 왔습니다!!"


약 30명 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교무실인 만큼, 양쪽 문 사이의 간격은 매우 넓다. 이쪽 문 앞에 선채로 저쪽 끝에 앉은 선생님을 찾는다고 이름을 외친다.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고 누구 선생님을 찾는다. 그런데 1학년, 아직 선생님 이름을 잘 모른다.

"누구 찾으러 왔어?"

"어... 영어 선생님이요."

"영어 선생님 누구?"

"아... 이름이 뭐더라..."

바쁘게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불러주고 가려했는데. 그냥 지나치기도 애매하다.

"몇 학년 몇 반이야? 김 OO선생님인가?"

스무고개도 아닌데 몇 차례의 질문을 주고받는다.


문 가까이에 앉아 있으면서 아이들의 외침을 모른 채 할 수도 없다. 내 자리에선 저쪽 편 선생님이 계신지 안계신지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직접 이름을 크게 외쳐서 확인하거나, 그 자리에 가보고 확인한다. 그나마 자기 용건을 스스로 해결하는 아이들은 낫다.


"선생님 불렀어?"

먼저 물어보면 그제야 쭈뼛쭈뼛 답한다. 선생님이 나오시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교무실을 지나다니면서, 문 앞에 줄지어 서있는 아이들에게 매번 물어보는 이유도 이런 아이들을 가려내고 싶어서다. 용건을 꺼내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아이에게 그 선생님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크게 외쳐본다.

"OOO 선생님, 학생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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