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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

기말고사 이야기2

by 아침이슬

"선생님, 이거 수업시간에 배웠어요?”

“선생님, 이것도 시험에 나와요?”


기말고사를 앞두고 질문세례가 쏟아진다. 그럴듯한 질문도 제법 있다. 대부분은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문제집을 들고 와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인지 묻는다. 학원 교재를 들고 와서 시험에 나오는지 묻는다. 아이들이 기대하는 답은 오직 하나, 시험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여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오직 하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나온다는 말이다. 교사가 되어 시험문제를 출제해 보니 예전에 선생님들이 하셨던 말이 틀린 점 하나 없다.


“교과서를 정독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위주로 공부하라.”


이 쉽고도 자명한 원리를 간과한 채, 학원 교재나 문제집에 의존하며 어렵다고 볼멘소리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하다.


평소 수업시간에 제대로 듣지도 않으면서, 시험이 임박해 오니 문제집이나 학원교재로 벼락치기하다가 배운 건지 아닌지 몰라 물으러 오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교과서를 등한시하는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 질문하는 걸 보면 엉뚱하게 공부하고 있다 싶은 아이들의 공통점도 교과서를 등한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반면 교사인 나는 교과서를 닳도록 보고 또 본다. 교과서에 나온 표현, 교과서에 나온 설명을 바탕으로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기본이다.


학구열이 꽤 높은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시험문제 출제를 앞두고 모든 교사가 초긴장 상태였다. 문제 한 개로 등급이 바뀌면 입시결과까지 바뀔 수 있어서 교사도 학생도 예민한 상황이었다. 오류가 없으면서 난이도도 적절한 문제가 필요했다. 교과서를 마르고 닳도록 봤고, 꿈에서도 교과서가 선명하게 보이는 진귀한 경험도 했다. 학창 시절에 이 정도로 교과서를 열심히 봤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리 좋은 교재와 강의가 많아도 교과서가 기본이라고 이 연사 간절히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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