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님, 어서 오세요

05. 갭(Gap) 투자, 세입자 구하기

by 이예석

가계약 후, ‘잔금 지급일 전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의외로 세입자는 순조롭게 구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화장실과 부엌의 부분 리모델링 덕뿐이었다. 특히 화장실이 깔끔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세입자로서 집을 구할 때 화장실 상태가 안 좋은 집들을 가장 먼저 순위에서 제외했다. 좀 정돈이 안 된 집들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할 수 있었지만, 화장실만큼은 나같이 똥손 세입자가 셀프 재정비하기에 난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귀신아파트 세입자님께 앞으로 이주 및 철거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명확히 소통했다. 다행히 세입자님은 지방에서 올라와 1년 정도 단기 업무를 마친 후 다시 귀향할 예정이라며, 숙소 차원의 저렴한 공간이 필요해 괜찮다고 하셨다. 또한 일부러 주변 지역의 전세 시세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내어 놓은 계산도 들어맞았다. 속으로 '올래~!' 쾌재를 부르고 귀신아파트 본계약일에 동시에 전세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갭(Gap) 투자는 언뜻 생각하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집을 매수할 수 있는 묘수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조건과 타이밍 맞추기가 까다로운 투자 기술이다. 잔금일 전까지 세입자를 구해야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고,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매수자인 내가 잔금을 통째로 자금 조달해야 한다.


만약 구매하려는 집의 입지나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세입자를 구하는 것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보통 계약 후 잔금 지급까지 길어야 1-2달 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적합한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리스크가 있는 모험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향후 이주가 시작되면 문제없이 집을 비우는 것에 적극 협조할 세입자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


갭(Gap) 투자로 매수를 할 때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방식은 '임시 자금 조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입자의 보증금은 결국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만약 2년 임대 계약이라면, '2년만 쓸 수 있는 자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임대 연장계약을 한다면 보증금을 조금 더 오래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내 경우 이주와 철거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 ‘1년 단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때문에 세입자님께 돌려드릴 보증금을 1년 안에 조달해야 하는 미션이 추가로 생겼다.


갭 투자는 집을 매수하는데 유용할 수 있지만 무리하게 진행하면 자칫 ‘세입자 보증금 상환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임대 기간 동안 세입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특약에 이주 관련 명시가 되어있어도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내겐 타이밍 좋게 나타나신 세입자분이 귀인처럼 느껴져 생활하시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삿날 작은 선물을 준비해 드렸고 가끔 안부 문자도 보냈다. 다행히 이주 전까지 큰 문제나 불편 없이 잘 머무르신 뒤 깔끔히 집을 비워주셨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일이 술술 풀린 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에 뛰어든 것에 비해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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