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아파트 매수

03. 재건축 매물 고르기

by 이예석

Part1. (1년차) 투자 초반. '새싹 조합원'


곧바로 재건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단지들을 중심으로 매물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눈에 띈 아파트는 30살이 훌쩍 넘은,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소형 아파트였다.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방문한 아파트의 첫인상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에 방문해서 일까, 서서히 어둠이 깔리자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이미 상당수의 세대가 이주를 나간 상황이었다. 새로 세입자를 들이지 않고 방치된 세대들은 깨친 창을 그대로 두고, 출입문엔 붉은 페인트로 커다란 X자가 표시가 선명했다. 아파트 주변은 이사를 나가며 버리고 간 폐가구와 살림살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근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해가 완전히 지자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더러 아직 간간히 살림집도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연로한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듯했다. 적막한 분위기 속,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길고양이들이 반짝이는 눈동자와 날렵하면서도 어딘가 느릿한 움직임까지 그 모든 기운이 오싹했다.


“사장님…… 여기 귀신 나올 것 같아요”


잔뜩 위축되어 승모근이 바짝 솟은 채, 누가 봐도 영락없이 겁에 질린 쫄보였던 내게 사장님은 그래도 여기가 주변에서 제일 사업속도가 빠르다고, ‘곧’ 이주 완료하면 금방 새아파트가 들어설 거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아파트는 과거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조합 내 갈등으로 무산된 이력이 있다고 했다. 서울과 바로 인접해 있어 지리적으로 훌륭했지만 인근 빌라촌을 재건축 구역에 포함하지 못해 결국 ‘나홀로 재건축’을 다시 추진 중이라고 했다.


과거에 재건축이 한 번 무산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합의 의지와 추진력이 대단하다며, “이제 덕 볼일만 남았다”며 여전히 실눈을 뜨고 미심쩍은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나를 보고 웃으셨다. 그러나 나는 따라 웃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귀신 나올 것 같은 낡은 아파트조차 내 손에 쥔 돈만으로도 온전히 매수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세입자를 끼고 매수하는, 일명 ’갭(Gap)투자’ 전략을 써야 했는데 '과연 이런 곳에 세입자가 들어오긴 할까?' 의심이 들었다. 5층짜리 야트막한 높이의 흉물스러운 아파트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부동산 사장님은 세입자를 받으려면 그래도 ‘그나마 상태가 좋은 물건’이어야 한다며 단지 내 비교적 상태가 나은 3-4개의 매물을 보여주셨다. 몇 년 전 부분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그나마 화장실과 부엌이 깨끗한 집을 보며 ‘그래, 그래도 이정도면 세입자를 들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는 생각에 매수를 결심했다.




운 좋게 매물은 1층이었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낡은 아파트에 세입자를 들이려면 누수 피해보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1층이 유리하다.


훗날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하면서 귀신 아파트의 상태는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 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안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충분히 낡고 열악해 더이상 더 나빠지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상태여야 오히려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


‘부셔서 새로 짓는 것 말고는 도저히 대안이 안보이는 상태’


그런 점에서 귀신아파트는 진흙 속에 진주 같은 매물로 너무 허름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최상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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