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재건축 사업의 히든카드
조합원이 약 250세대 남짓한 작은 미니 아파트였던 내 귀신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었다. 쉽게 말해, 원래 살던 사람들이 거의 그래도 새 아파트에 그대로 들어가 사는 꼴이었다. 보통 재건축의 사업성을 가늠할 때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일반분양 비율'을 따진다. 일반 분양 비율이 작은 귀신아파트는 사업성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초에 내 주목적은 투자수익 실현보다 실거주할 신축 내 집 마련이었기 때문에 감내했다.
시간은 흘러 어떤 평형과 타입의 아파트를 받을지 조합에서 신청을 받는다. 나는 가장 물량이 많은 59제곱미터 평수와 제일 반듯한 구조 타입을 신청했다. 설레는 마음이 극에 달했다.
얼마 후, '종전 자산 가액'과 '추가 분담금' 안내 통지서가 날아왔다. '종전 자산 가액'이란 기존에 내가 보유한 아파트의 감정평가금액(줄여서 ‘감평가’)이며, '추가 분담금'은 기존 아파트를 가진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추가로 더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감평가는 전문 감정평가사가 산정하며, 추가 분담금은 새 아파트의 분양 예상가에서 기존 아파트의 산정된 감정가를 뺀 금액으로 산출된다.
주변 아파트 동일 평형의 시세를 감안했을 때, 추가 분담금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속이 좀 쓰렸던 점은 내 귀신 아파트의 종전자산가액이 내가 집을 매수했던 가격에 비해 더 낮게 측정된 점이었다. 애초에 나는 재건축 사업 막바지에 겨우 문 닫고 올라탄 손님 격이라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재건축 투자는 부족한 종잣돈을 시간으로 때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초기에 합류해 많은 시간을 인내한 사람일수록 이득이 크다.
내가 최초로 추가 분담금 통지를 받았던 때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말기였다. 당시 뉴스에서는 연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뼈아픈 소식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서울, 수도권 대부분이 지정되었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대부분 해지되었고, 실 거주 2년 의무 조항도 폐지되었다. 특히 실 거주 조항의 폐지는 신규 아파트 완공 시 집주인이 의무 입주할 필요 없이, 세입자를 들여 세입자의 임대 보증금으로 잔금 일부를 커버할 수 있어 그나마 숨구멍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정권이,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펴느냐도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의 사업성을 파악하려면 수익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된다. 방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먼저 분양수입에서 총사업비를 뺀 금액(분양수입 – 총사업비)을 총사업비로 나눈 값이 바로 수익률(%)이다.
ᅠ수익률(%)
= (⓵ 분양수입 - ⓶ 총 사업비) X 100
⓶ 총 사업비
이 비율이 20% 이상이면 사업성이 양호, 10% 대면 보통, 10% 미만이면 부진한 것으로 본다.
여기서 ⓵ 분양수입은 '⓷ 일반분양 세대수 x ⓸ 분양가'로 계산한다. ⓷ 일반분양 세대수는 '총 세대수 - 조합원 세대수'로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핵심은 ⓸ 분양가다. 그러나 분양가는 일단 집을 다 지어야 확정할 수 있다. 완공 직전에 HUG(주택도시 보증공사) 또는 지자체가 분양보증심사 단계에서 확정되며, 완공 전 시뮬레이션을 할 때는 유사 평수의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즉, 예상 분양가를 이용해 수익성을 가늠해야 한다.
수익률(%) =
[ {⓷ 일반분양 세대수 x⓸분양가} -⓶총 사업비 ] x 100
⓶총 사업비
수익률 공식에서 총 세대수와 조합원 세대수는 이미 정해진 고정 값이며, 분양가는 변동 값으로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값이다. 또 다른 변수로 바로 '⓶ 총사업비'가 있다. ⓶ 총사업비는 토지비, 건축비, 금융비용, 제세공과금 등 새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까지 소요되는 전체 사업비용을 의미하며, 사업 기간을 단축할수록 감소시킬 수 있는 값이다. 때문에 재건축 사업은 본질적으로 '속도전'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각종 부대경비가 늘어나 총사업비는 증가 하고, 그 결과 수익률은 줄어들게 된다.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면 조합이 일을 잘해야 한다. 조합 대표들이 재건축 관련 각종 규제와 정책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며, 조합원들과 건설사 간의 소통 역시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일해야 한다. 총사업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이다. 다시 말해, 조합의 업무처리 능력과 조합 임원들의 업무처리 역량들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히든 키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나처럼 후발로 합류한 조합원들(일명 ‘비원주민’)은 조합의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능력치를 미리 파악하거나 검증해 보기 어렵다. 정기적으로 날아오는 우편물 하단에 찍힌 직인으로 조합장님의 성함 석 자 정도나 인지할 뿐이었다.
훗날 재건축 사업은 '조합'이라는 거대 집단에 조합원들의 운명이 모두 묶인 운명 공동체이자, 철저한 '단체전'임을 뼈저리게 깨닫는 사건들이 겪고 나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에 얼마나 통탄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