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를 위한 16단계 가이드
3. 플롯 설계: “어떻게 전개·반전·클라이맥스를 만들까?”
4. 인물 구축: “캐릭터는 왜 행동하는가?”
5. 배경·세계관: “무대가 이야기와 어떻게 맞물리나?”
6. 아웃라인·시퀀스: “장면 순서를 조립했는가?”
7. 장면 설계: “각 씬이 드라마적 변화를 일으키나?”
8. 첫 번째 초고: “속도 vs 완성도, 어디에 초점?”
9. 서술 기법: “보여주기(Show)와 말해주기(Tell)의 균형?”
10. 시점·화법: “1인칭, 3인칭 제한, 전지적?”
11. 대대적 개고: “매크로 → 마이크로 순서로”
12. 피드백·베타리딩: “독자는 어디서 지루해하는가?”
13. 전문 편집: “맹점을 없앴는가?”
14. 출판 전략: “전통·독립·웹·POD 중 최적 채널?”
15. 브랜딩·마케팅: “독자와 지속적으로 소통”
16. 장기 루틴: “한 편 완성 후, 다음 목표?”
소설 쓰는 법을 처음 배워 나가는 입문자 분들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때때로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행동 동기를 고민할 때 부담을 느끼실 수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소설 집필 16단계 중 네 번째 단계인 ‘인물 구축: 캐릭터는 왜 행동하는가?’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캐릭터의 겉목표와 속목표를 구분하고, 캐릭터 아크(변화형? 불변형?)를 정의하며, 관계 다이어그램을 통해 갈등 축을 세우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캐릭터는 겉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내면에 숨겨진 진짜 욕구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글쓰기에서는 이를 흔히 겉목표(외적 목표)와 속목표(내적 목표)로 나눠 생각하는데요. 겉목표는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며 추구하는 욕망이나 목표를 말합니다. 캐릭터 자신도 이 목표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야기의 주된 플롯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죠. 반면 속목표는 겉목표 이면에 숨겨진 내면 깊숙한 욕구나 필요입니다. 캐릭터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캐릭터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진짜 이유가 바로 이 속목표입닌다.
흥미롭게도, 캐릭터의 이러한 속목표(내적 동기)는 대부분 그 인물의 결핍이나 트라우마에서 비롯됩니다. 어느 글쓰기 전문가는 “캐릭터의 동기란 결국 그가 내적으로 필요로 하는, 즉 내면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라고까지 말했어요. 그만큼 좋은 캐릭터는 마음속에 무언가 결여된 부분이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겉으로 다른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겉보기에는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라고 열망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캐릭터의 겉목표는 말 그대로 마라톤 우승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취입니다. 얼핏 보면 단순히 명예와 영광을 얻고 싶은 욕망처럼 보이죠. 그런데 캐릭터의 속을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사실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와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깊은 결핍이 이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라톤에서 일등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채우고 싶은 속목표가 숨어 있는 거예요. 이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나 결핍은 현재 그 캐릭터의 내면 욕구를 만들어내고, 겉으로 드러난 행동의 이유가 됩니다.
정리하면, 겉목표(겉으로 드러난 욕망)와 속목표(내면의 결핍에서 나온 욕구)를 모두 파악하면 캐릭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독자에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아, 그래서 이 인물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행동하는구나!” 하고 캐릭터의 행위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죠. 처음에는 이런 내적 동기를 설정하는 일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래에 소개하는 단계들을 하나씩 따라 해 보면서, 여러분 캐릭터의 겉과 속을 천천히 채워 나가 봅시다.
캐릭터의 겉목표를 정의하세요. 먼저 여러분이 창조하는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서 바라는 외적 목표를 명확히 적어봅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욕망으로, 이야기의 진행을 이끄는 구체적인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보물을 찾아 해적왕이 되기”, “마법 학교에 입학하기”, “연쇄 사건의 범인을 잡기”처럼 캐릭터가 액션으로 취할 수 있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보세요. 겉목표가 분명할수록 캐릭터의 행동에 방향성이 생깁니다.
왜 그 목표를 원하는지 자문해 보세요. 이제 그 겉목표 뒤에 숨은 이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 캐릭터는 왜 이 목표를 그렇게 원할까?”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여기서 캐릭터의 속목표, 즉 내적 동기가 나타납니다. 겉목표를 이루면 캐릭터가 얻고자 하는 정서적 보상이 무엇인지 상상해 보세요. 이를테면 “해적왕이 되려는 것은 사실 어린 시절 무시당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 때문은 아닐까?”, “마법 학교에 간절히 가고 싶은 건 진짜 마법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딘가 소속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겉목표를 통해 충족시키고픈 내면의 욕구를 찾아내면 캐릭터의 행동에 깊이가 더해집니다.
결핍이나 트라우마를 연결하세요. 캐릭터의 과거 설정도 한 번 떠올려 볼까요? 그 캐릭터가 지닌 내면의 결핍이나 오래된 상처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위에서 찾아낸 속목표(내적 욕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거예요. 어린 시절의 외로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기억, 과거의 트라우마나 실패 경험 등이 캐릭터의 마음에 어떤 흉터를 남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흉터를 치유하거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현재의 겉목표를 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컨대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결핍이 있는 사람은 남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서 성공을 목표로 달릴 수 있고, “과거의 실패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는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겉목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캐릭터의 과거 – 결핍 – 현재 행동을 연결 지으면, 인물의 심리가 한층 입체적으로 설계됩니다.
잘 구축한 캐릭터는 이야기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갖게 마련입니다. 캐릭터 아크(arc)란 한 인물이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거쳐 가는 변화의 곡선을 말하는데요. 모든 캐릭터가 반드시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급 인물들은 보통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적인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아크는 변화형 아크와 불변형 아크 두 가지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변화형 아크: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캐릭터가 내적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경우입니다. 초반의 캐릭터는 결함이나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그것을 극복하고, 결말에 이르면 처음과는 달라진 사람이 됩니다. 대부분의 소설 주인공들이 이러한 변화를 겪는 긍정적 변화형 아크를 따르는 편이에요. 쉽게 말하면, 이야기 시작과 끝을 비교했을 때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180도 달라질 만큼 변모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처음에는 겁 많고 자신을 믿지 못하던 인물이 모험을 통해 용감하고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변화형 아크에 속합니다. 혹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주인공이 사건을 통해 그릇된 신념을 깨닫고 성숙해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러한 변화를 겪는 캐릭터는 독자에게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줍니다.
불변형 아크: 끝까지 캐릭터의 핵심 신념이나 인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처음부터 확고한 신념이나 강점을 지닌 캐릭터가 끝까지 그것을 유지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타입이지요. 이 경우 캐릭터 자신은 내부적으로 성장한다기보다, 그 일관된 신념으로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변하지 않는 정의로운 형사가 있다고 합시다. 이 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감이라는 신념을 굳게 지키면서 사건을 해결해요. 형사는 변하지 않지만, 그 신념 덕분에 악당이 심판을 받고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거나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주인공’도 이야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이런 캐릭터를 흔히 ‘플랫(flat) 캐릭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이야기 속 캐릭터는 변화형일까요, 불변형일까요? 처음 소설을 계획할 때, 주인공(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지 말지를 한 번 결정해보세요.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깨달음을 얻고 변하지만, 장르와 주제에 따라서는 변하지 않는 주인공이 더 어울릴 때도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인 여러분이 캐릭터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설계하는 거예요. 아래에 캐릭터 아크를 잡을 때 고려할 질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초반의 결함: 캐릭터가 이야기 초반에 가지고 있는 결함이나 약점은 무엇인가요? 또는 캐릭터가 믿고 있는 잘못된 신념이나 두려움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나중에 변화를 겪게 될 출발점입니다. (예: “나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돼”라는 강박,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라는 낮은 자존감 등)
변화의 계기: 이야기 속 어떤 사건이나 갈등을 통해 그 결함이 드러나고 도전받나요? 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나 결정적인 시련은 어떤 장면일지 구상해 보세요. (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주인공이 큰 실수를 저지르는 사건, 사랑받지 못한다고 믿는 캐릭터가 누군가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는 경험 등)
후반부의 성장: 결국 결말에 이르러 캐릭터는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달라지나요? 초기의 결함이나 잘못된 믿음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주인공이 배운 교훈이나 성장한 모습을 그려보세요. (예: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걸 깨달음, “나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날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됨 등) 이렇게 변화한 모습이 곧 이야기의 주제와도 맞물리게 됩니다.
확고한 신념: 이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핵심 가치나 신념은 무엇인가요? 그 신념이 캐릭터의 정의감, 사랑, 믿음, 희망 등 어떤 형태든 좋습니다만, 이야기 전반을 관통하는 캐릭터의 원칙이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예: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가족을 끝까지 지킨다” 등)
신념의 시험: 이야기 진행 중에 그 신념이 어떻게 시험대에 오르는지 생각해봅시다. 갈등 상황 속에서 캐릭터의 신념이 흔들릴 뻔하거나 위기를 맞는 순간을 설정해 보세요. 불변형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아무 고난 없이 끝까지 일관되기만 하면 이야기가 재미없겠지요. 따라서 외부적인 흔들림은 분명히 주되, 그 속에서도 캐릭터가 끝까지 신념을 지킨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예: 정의로운 형사가 큰 유혹이나 압력에도 끝내 정의를 택하는 장면 등)
영향과 결과: 변하지 않는 주인공의 활약으로 인해 주변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생각해봅니다. 이 캐릭터의 굳은 신념이 주변 인물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세요. (예: 주인공의 확고한 태도를 보고 동료들이 용기를 얻는다든지, 공동체에 희망이 생긴다든지 하는 전개) 이렇게 하면 주인공이 비록 내적으로는 변화하지 않았어도, 이야기 전체에 의미 있는 변화의 파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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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존재하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죠. 이제 캐릭터의 개별적인 목표와 내면을 잡았다면, 다음 단계로 여러 캐릭터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계 다이어그램(관계도)을 그려보는 것을 권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종이 한 장에 동그라미를 몇 개 그려 캐릭터 이름을 쓰고, 서로 연결선을 그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관계 지도를 만들어 놓으면, 누가 누구와 얽혀 있고 어떤 갈등 구도가 생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갈등 축을 설정하는 데에 관계 다이어그램이 큰 도움이 됩니다. 두 캐릭터를 연결하는 선을 보면서 “이 둘 사이에 어떤 갈등 요인이 있을까?”를 찾아보는 거죠. 갈등이라는 것은 결국 각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발생합니다. 서로의 욕망이나 목표가 충돌할 때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주인공의 목표와 악역의 목표가 정면으로 대립한다면 그 관계는 큰 갈등 축이 될 것입니다. 한쪽은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하고 다른 쪽은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 한다면, 두 인물의 욕망은 완전히 충돌하니까요. 꼭 선악 구도가 아니더라도, 친구 관계 안에서도 갈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둘 다 같은 것을 바라거나 (예를 들어 친구 두 명이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같은 자리나 승진을 원한다거나), 성격이 정반대라 사소한 일로 충돌할 수도 있죠. 실제로 “주인공은 가족을 부양하려 하고, 악당은 탐욕을 채우려 한다”거나 “두 친구가 둘 다 무도회 퀸이 되고 싶어한다”처럼 각자의 동기가 서로를 방해할 때 이야기에 긴장감이 폭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욕망의 충돌 지점이 곧 이야기의 갈등 축이에요.
관계도를 활용해서 구체적으로 갈등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해 봅니다.
등장인물들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정리하세요. 우선 주요 캐릭터 각각의 겉목표(외적 목표)를 간략히 적어봅니다. (앞서 1단계에서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하면 되겠지요.) 예컨대 “A: 왕위를 차지하기 원함”, “B: 왕위를 지키기 원함”, “C: B의 친구로서 현 체제를 지키기 원함” 같은 식으로요. 주요 인물들의 욕망이 나열되면, 이야기 전체의 힘의 방향이 윤곽을 드러냅니다.
목표나 욕망이 충돌하는 캐릭터 쌍을 찾아 표시합니다. 이제 어떤 인물들의 욕망이 서로 상충하는지 하나씩 짝지어 보세요. 쉽게 말해, 한 캐릭터의 목표 달성이 다른 캐릭터에게 방해가 되는 경우를 찾는 거예요. 위에서 정리한 A, B, C의 예를 계속 써볼까요? A와 B의 경우, 한 사람은 왕위를 노리고 다른 사람은 왕위를 유지하려고 하니 정면 충돌하는 관계가 됩니다. A와 B를 굵은 빨간 선으로 연결하고 “왕위쟁탈전” 같은 메모를 달아둘 수 있겠죠. 다음으로 B와 C를 보면, B는 왕위를 지키고 싶어하고 C 역시 현 체재 유지를 원한다는 공동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B–C는 동맹이 되므로 파란 선으로 연결합니다. 이런 식으로 각 인물들의 목표가 겹치는지 충돌하는지 관계도에 표시해 보세요. 캐릭터 관계를 정리할 때, 플러스(+)와 마이너스(-) 기호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둘이 협력하거나 목표가 일치하는 관계면 선 옆에 (+) 표시,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면 (-) 표시를 해두는 식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너무 복잡하게 표시할 필요는 없고, 메모 정도로만 적어두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누구 사이에 갈등이 있는가”를 명확히 짚어내는 것입니다.
협력 관계와 보조 캐릭터도 잊지 말고 검토하세요. 갈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칫 동맹이나 협력 관계를 간과하기 쉬운데, 이야기의 감동은 또 우정과 협력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떤 인물들이 서로 돕는 사이인지도 함께 표시해 두세요. 예를 들어 주인공의 조력자나 친구 캐릭터가 있다면, 주인공과의 관계선을 파란색으로 그리며 “협력”이라고 써놓는다든지, (+) 표시를 해두어도 좋습니다. 또, 처음에는 갈등하다가 나중에 협력으로 바뀌는 관계라면 “- → +” 같은 식으로 메모할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해두면 갈등의 흐름까지도 한눈에 보여서 플롯 구상에 도움이 됩니다.
모든 주요 인물이 갈등 구조에 기여하는지 확인하세요. 완성된 관계도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혹시 어느 한 캐릭터만 동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세요. 만약 이야기 속 중요 인물인데도 어느 누구와도 갈등이나 긴장 관계가 없다면, 그 캐릭터는 독자에게 크게 인상 못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경우 해당 캐릭터에게 새로운 갈등 요소를 부여하거나, 비중을 낮추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냥 주인공 옆에서 따라다니기만 하는 친구 캐릭터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도 고유한 욕망이나 비밀을 주어 갈등을 만들어보는 식이죠. 모든 캐릭터가 촘촘히 얽혀 있을 때 이야기에는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독자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와 갈등을 지켜보는 재미를 느끼니까요.
TIP: 관계 다이어그램은 꼭 그림으로 그리지 않아도 됩니다. 표를 그려서 각 셀에 관계를 요약하거나, 인물별로 “호감 ↔ 갈등” 정도를 적어보는 식으로 표 형태의 관계 차트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여러분 자신의 머릿속에서 캐릭터들 사이의 역학 관계가 명확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준비해 두면 실제 집필할 때 캐릭터 간 대화나 사건 전개를 훨씬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설 쓰는 법 시리즈 중 4단계인 '인물 구축: 캐릭터는 왜 행동하는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정리를 해 볼까요?
겉목표와 속목표를 구분하여 캐릭터의 욕망(겉으로 바라는 것)과 결핍(내면에 갈망하는 것)을 밝혀주면,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과 깊이가 생깁니다.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는지(겉목표)와 왜 그것을 원하는지(속목표)를 알게 되면 독자는 비로소 그 인물을 이해하고 응원할 준비가 됩니다.
캐릭터 아크를 정의하여 그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변화하는지 혹은 변하지 않는지를 미리 그려두면, 플롯을 설계할 때 큰 뼈대가 서게 됩니다. 변화형 아크의 주인공은 결말에 이르러 성장하거나 깨달음을 얻고, 불변형 아크의 주인공은 초지일관한 신념으로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지요. 어떤 방향이든 캐릭터의 아크를 의식하고 글을 쓰면 테마가 분명해지고 독자의 감정 이입도 훨씬 커집니다.
관계 다이어그램과 갈등 축을 통해 이야기 전체의 갈등 구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의 욕망이 부딪히는 지점을 찾아내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이야기에 긴장감이 넘치게 되죠. 갈등은 소설의 엔진과 같아서, 크고 작은 충돌들이 계속될 때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렇게 캐릭터의 겉과 속, 변화의 양상, 관계 속 갈등을 하나씩 정리해 두면, 종이 위의 인물이 마치 현실에 살아 숨 쉬는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질문들에 답을 적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 캐릭터의 모습이 또렷하게 잡힐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무 긴장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으로 써보는 것입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FoxPrint Editorial – Tiffany Yates Martin, “Beyond Character Goal and Motivation—The Longing and the Lack” (블로그 포스트, 2022)
Golden May (Emily & Rachel), “Create Killer Character Goals. Your protagonist needs both internal and external goals” (Medium 블로그, 2020년경)
C. L. Nichols, “Psychological Tension Stories: Multi-Layered Characters With Hidden Motives and Unresolved Traumas” (The Writer’s Reach - Medium, 2025)
September C. Fawkes, “Principles of the Steadfast, Flat-Arc Protagonist” (개인 블로그, 2021)
Caitlin Berve – Ignited Ink Writing, “How to Write Meaningful Person vs. Person Conflict” (블로그 포스트, 2021)
Art Holcomb, “Improving Your Fiction: The Relationship Chart – Part 1” (Storyfix 블로그 연재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