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바를 접고 소설 쓰기까지
1978년 4월 1일, 토요일 오후 1시.
도쿄 진구 야구장의 외야석. 잔디밭에 누워 맥주를 마시던 29세 청년이 있었다. 그는 재즈바 주인이었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이 되길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빚을 내어 작은 재즈바를 열었다. 7년째 매일 밤 레코드를 틀고, 술을 팔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야쿠르트 스왈로스 대 히로시마 카프의 개막전이었다.
1회 말, 첫 타자로 나선 미국인 데이브 힐튼. 그의 배트가 공을 맞추는 순간, "탁" 하는 청명한 소리가 진구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2루타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일 이렇게 회상했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1974년, 25세의 무라카미는 도쿄 교외 국분지에 '피터 캣(Peter Cat)'이라는 재즈바를 열었다. 가게 이름은 그가 키우던 고양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내 요코의 아버지에게서 이자까지 붙여가며 빌린 돈으로 시작한 가게는 늘 빚에 시달렸다. 난방비조차 낼 수 없어 고양이 피터를 끌어안고 몸을 녹혔던 날들.
어느 날 밤, 3만 엔의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부부가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었다. 그때 땅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안에는 딱 3만 엔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내일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몰라도, 오늘은 살 수 있겠구나."
1977년, 무라카미는 피터 캣을 센다가야로 옮겼다. 가게는 더 밝고 넓어졌지만, 새로운 빚도 생겼다. 매일 밤 가게 문을 닫으면 새벽이었다.
그리고 1978년 4월 1일, 야구장에서의 그 깨달음 이후, 그는 결심했다.
집에 돌아와 매일 밤 주방 테이블에 앉았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그 몇 시간뿐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낡은 만년필로 노트를 채워 나갔다.
처음에는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본어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일본어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Hear the Wind Sing)』.
이야기는 1970년 여름, 19일간의 이야기였다. 21세의 이름 없는 화자와 그의 친구 '쥐'. 맥주와 담배, 재즈와 고독. 이미 그곳에는 훗날 무라카미 소설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었다.
가게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일 밤 주방 테이블에 앉았다. 그렇게 약 6개월이 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원고를 마무리한 시기는 야구 시즌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 해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기적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978년 11월의 어느 비 오는 오후.
무라카미는 레인코트 안에 원고 뭉치를 넣고 신주쿠의 진구마에 우체국으로 향했다. 원고용지에 구멍을 뚫고 끈으로 묶은 원고를 소포로 부쳤다.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응모한 곳은 『군조(群像)』 신인문학상. 마감일과 원고 매수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1979년 6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군조』에 실렸고,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상금은 15만 엔이었다.
무라카미는 데이브 힐튼을 찾아가 사인을 받았다. "그는 제게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방 테이블로 돌아가 두 번째 소설 『1973년의 핀볼』을 썼다. 두 작품의 성공으로 무라카미 부부는 1981년 피터 캣을 팔았다. 그는 32세에 전업 작가가 되었다.
무라카미는 이 첫 두 작품을 "주방 테이블 소설(kitchen-table novels)"이라고 불렀다. 미숙한 작품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어 번역본은 오랫동안 250~400달러에 거래되었고, 2015년에야 정식 번역본이 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 미숙함 속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질이 있었다.
재즈바에서의 7년이 없었다면 소설가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창문 없는 지하 공간에서 재즈를 틀고, 술을 만들고, 접시를 닦던 시간.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읽던 순간들.
그는 재즈바를 운영하며 하나를 깨달았다.
"10명의 손님 중 3명이 제 가게를 좋아하고, 그 중 1명이 다시 온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10명 중 3명이 좋아하고, 그 중 1명이 다시 읽는다면 괜찮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훨씬 편해졌죠. 제가 원할 때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금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내내 글을 쓴다. 그리고 오후에는 달리기를 한다. 그가 소유한 레코드는 약 1만 5천 장. 은퇴하면 다시 재즈바를 열고 싶다고 말한다.
"흰 재킷을 입고, 바에 앉아 라프로익을 마시며 피아니스트에게 '샘, 그 곡은 연주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치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처럼요."
1978년 4월 1일부터 1979년 봄까지, 약 6개월.
재즈바 주인에서 소설가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빚더미 위에서 재즈를 틀던 7년, 고양이를 안고 추위를 견디던 밤들, 레이먼드 카버를 읽던 새벽들.
모든 것이 준비였다.
지금 당신의 주방 테이블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얼마나 오래, 그곳에 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무라카미는 증명했다. 진짜 데뷔는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살아온 모든 날들 속에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야구장의 타격음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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