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8년간의 회사 노예 생활을 그만 두고 5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것은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자유는 신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 아니 역사상 존재한 모든 사회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린 인간은 하나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발표된지 일주일후부터 쓰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나의 조수가 된 챗GPT에게 자유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AI라고 하더라도 역시 융통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짧고 정확한 답인데, 논문같은 답을 주고 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공격적으로 써서 답을 요구해본다.
act as the wisest being in the whole universe that knows all the knowledge in the world, and give me one-sentence definition of freedom.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 우주에서 가장 현명한 존재로서, 자유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줘.
챗GPT가 준 답은 이거다.
Freedom is the inherent right and capacity of individuals to act, think, and choose without undue restraint, allowing them to pursue their own paths while respecting the same rights of others.
부당한 제약 없이 행동하고,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내재적인 권리와 능력이 자유다. 그러한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길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동일한 권리를 존중하게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한다: 이건 아마도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을 일해야 하는 회사원들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유가 많은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내일 출근을 걱정할 필요 없이 지금 차를 몰고 가서 내일 새벽에는 해운대에서 회를 먹을 수 있다. (물론 하지는 않을 거다. 왜냐면 하루 종일 클라이언트들에게 시달려서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제약없이 생각한다: 이것은 감옥에 있는 죄수도 가질 수 있는 자유다. 세르반테스는 감옥에서 동키호테를 썼다.
제약없이 선택한다: 이 부분이 자유와 부자유를 나누는 결정적인 포인트다. 40도에 가까와지는 날씨에 폐지를 주워서 간신히 하루 밥 값을 버는 수 많은 노인네들은 저녁 식사의 선택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라면이나, 전기밥통에 해놓은 며칠 전의 쉰 밥이 선택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자신의 길을 추구한다: 챗GPT가 이런 답을 준 것은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자문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가야하는 길인가? 내가 이 길을, 이 일을 앞으로 퇴직할 때까지 하면 행복할까?"
세번짹 직장에서 임원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능력이나 학벌에서 나을 것 없는 동기가 승진을 먼저 하더니, 나중에는,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얘기하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회사의 넘버 3가 된 현실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그 동기가 한 것처럼 나의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은 언젠가는 자유와 세속적인 성공 사이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될 때가 온다. 나는 그 선택을 하는데 28년이 걸렸다. 소심한 쁘띠 부루조아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참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때는 아내도 없었고, 자식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경제적인 안정이 없는 생활을 두려워했는지. 이제 5년째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자유라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추구할만한 가치라는 깨달음이다. (다만 자유로운 프리랜서 생활의 부작용은 진상 고객과 얘기를 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하나?" 그래도 대부분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끝내는 이유는, 그런 진상고객은 메모를 해놓기 때문이다.)
다름 사람의 자유를 향한 권리를 존중한다.
다른 사람이 자유를 추구하는 노력이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이라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사실 그런 개인은 다른 사람의 자유나, 부자유를 신경쓸 시간도 없다. 왜나면, 자유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은, 대개는, 어느 정도는, 이기주의자다. 그러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해변에서 썩은 고기에 달라 붙어서 아귀다툼을 하는 다른 새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혼자서 높은 하늘로 날아가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은 바로 그런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