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출판으로 가능한 책의 종류 중에는 재미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그것은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그대로 가져다가 출판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사이트에 가면 영어로 된 옛날 책들이 엄청 많으니 마음만 먹으면 수천 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9월부터 아마존이 하루에 출판할 수 있는 책의 수를 3권으로 제한했으니, 수천 권을 출판하려면 수 십 년이 걸릴 것이다.)
물론 표지 하나를 달랑 붙이고, 책 내용을 그대로 출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리지널 삽화를 10개 이상 넣거나, 새로운 주석을 달거나 하는 등의 부가적인 가치를 더했을 때만 출판이 승인된다.
원래 나의 꿈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주 읽던 Thoreau의 Walden을 아름다운 레이아웃과 표지로 출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마존에는 삽화를 넣거나, 주석을 단 월든이 수 백권 출판되어 있다.
그러나 막상 작업을 하다가 중단을 한 것은 월든의 가장 지루한 부분을 편집하다가였다.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재료를 적는 부분에는 목록이 들어가는데 그걸 편집하다가 갑자기 엄청난 지루함을 느끼면서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고 한참 있다가 새롭게 시도한 책이 위대한 개츠비다. 이번에는 성공을 해서 출판까지 끝냈다.
피츠제랄드의 소설에 주석을 달 수준은 안되기 때문에 나는 삽화를 넣는 것을 선택했다.
또 한 가지 셀링 포인트는 책의 크기를 4 X 6 인치의 포켓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휴대성이 좋아서 아무 데서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든 것이다.
삽화는 챗GPT에게 위대한 개츠비의 각 챕터에 걸맞은 삽화 이미지를 위한 아이디어를 만들라고 한 뒤, 그 아이디어를 미드저니에게 넣어서 만들었다. 위대한 개츠비 정도의 유명한 텍스트는 챗GPT가 알고 있기 때문에 각 챕터의 내용을 따로 넣어줄 필요도 없었다. 미국 문학의 대표작을 꿰뚫고 있으면서 그 작품에 맞는 삽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북디자이너가 한국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챗GPT의 능력은 놀라운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대상으로 여러 번 프롬프트를 수정해서 위와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챗GPT와 미드저니를 1년 가까이 다양한 작업에 사용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종국적으로는 대부분의 직업은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단계를 거쳤다가, 나중에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것 같다는.
초장기의 인공지능조차도 이미 번역, 이미지 생성에 있어서 인간의 능력에 육박하고 있는데, 여러 건물을 채우던 초기의 컴퓨터가 지금은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이 된 것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에게도 똑같이 일어난다면 어떤 수준일지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인간은 결국에는 인공지능이 한 일을 승인만 하는 결재 도장이 될 거라는 미국의 어떤 작가의 말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어쨌든 가까운 미래 당분간은 모든 직업이 기존의 작업이 인공지능에게 잘 이관되도록 컨트롤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변모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P.S. 챗GPT를 사용한 번역은 아직 인간 번역가를 위협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링크를 단 경우도 그런 예인데 문제는 챗GPT의 번역능력은 영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챗GPT는 일본어나, 한국어 데이터를 영어만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 챗GPT가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포인트가 잘못된 것이다. 수 십만 단어의 한국어를 챗GPT를 이용해 영어로 옮겨 보았고, 나 자신 수십 년간 업무상으로, 또 개인적 프로젝트로 한영번역을 한 입장에서 말하면, 다른 언어사이의 번역은 논외로 하고 챗GPT의 한영번영 능력만큼은 프롬프트를 잘만 써준다면유능한 한영번역가들에 못지않고, 실력이 떨어지는 번역가들보다는 한 수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