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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oo Feb 20. 2020

안녕-, 아넷..

                                                                                                                                                                            지난겨울 작업실에서 추위를 피해서 집으로 데려온 '아넷'.

(네 번째 아보카도라서 이름이 아넷)


얼굴을 그려준 효과가 있었는지, 초반에는 꽤나 무던하게 쑥쑥 잘 컸다.


그런데 분갈이를 하고 잎 끝이 오그라들면서 영 시들거려서 몇 번을 가지치기를 했다.

겨울 입구에 새 줄기가 돋아나려 해서 작업실보다 따뜻한 집으로 냉큼 모셨다.          



3달 만에 턱수염 가득 아저씨가 된 아넷.

아직 새 순밖에 없지만 벌써 아보카도의 씨앗 부분이 갈변되면서 쭈글거렸다.


저 알 같은 씨앗에 성장을 위한 기본 양분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는 작게 쪼그라들면서 줄기로부터 떨어진다.


보통 잎사귀가 많아지고 줄기도 길어진 다음 그렇게 되는데, 벌써 양분 씨앗이 떨어지면 에그.. 별로 키가 안 크겠네 걱정했었다.






하지만 키가 문제가 되기도 전에 줄기까지 까맣게 변해버렸다. 으엉~ ㅜㅜ  



안녕-ㅠㅠ

마지막 물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 주고 일주일 만에 휙 가버렸다.

분갈이 화분이 급격하게 커진 것도 과습에 한몫했을 거다.

에구..

잘 자라던 녀석이었는데 내 실수로 보낸 것 같아 미안하다. ㅡ_ㅜ









 네 번째 아보카도, 아넷이를 추억하며~


2019. 6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싹이 돋아났다.

이후 성장하는 기세가 굉장해서 영감 받아서 그린 그림일기.


'화분 위의 모든 에너지가 뒤늦은 싹을 위로, 위로 올려준다.'






2019. 9월 초, 잎이 자꾸 타면서 떨어졌다.

흑흑.. 빨리 낫기를 바라며 그린 책상 정원일기.








2019. 9월 중순, 결국 줄기 끝도 까맣게 마르는 현상이 심해져서 가지치기를 감행했다.

줄기가 꽤 굵어져서 큰 가위로 싹둑!



한 면은 펜으로, 옆 면은 수채화의 번짐을 나타내면서 갈변된 잎을 그렸다.

둘 다 스케치 없이 바로 펜과 물감을 들어갔는데 원하는 대로 잘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딱 저렇게 갈변됐는데.

잘 그려져서 좋다가도 "아, 왜 자꾸 갈변되는 거야~'하며.


 






약 한 달 정도 지나서 새 싹이 돋고 잘 자라는 듯 싶었다.

처음에는 잘 자라다가 또 잎이 커지면 갈변되다가 결국 까맣게 변해서 떨어지고, 가지치기, 반복.

내 마음도 까맣게. ㅜㅜ










점점 줄기가 짧아져서 처음 새싹 때만큼 줄었었다.

아마 가지치기를 계속해서 씨앗의 영양이 더 필요해서 빨리 줄어든 것 같다.

마치 턱수염 부숭한 아저씨..

에그.. 그래도 잘 지나갔으면 정말 잘 컸을 텐데. 아쉽다~




@ 펜탈릭 수채저널 / 펜, 수채 물감, 아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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