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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oo Feb 29. 2020

다섯 번째 아보카도 키우기, 아오

새로운 아보카도 녀석이 뿌리를 뻗을 준비를 했다.

다섯 번째 아보카도라서 이름은 '아오'로 정했다.
'아오'는 신기하게 6개월이 넘도록 씨앗에 금만 가고선 아무런 변화 없이, 그렇다고 썩지도 않고 단어 그대로 '있는' 녀석이었다.


그러더니 분위기 파악 못하고 초겨울에 씨앗의 금이 더 벌어지고 또 멈춤, 뿌리가 저엉말 몇 개월 만에 요만큼 삐죽, 멈춤.

아오, 뭐야~, 뭘 바라는 거니~!

안에 싹이 튼 것 같긴 한데..





혹시나 싶어 흙에 심었다.
흙이 물보다 좀 따뜻하기도 하고, 예전의 다른 아보카도들의 경험상, 흙이 닿으면 뿌리가 확 돋아나기도 했다.
보통은 흙 위에 아보카도 씨앗을 얹어두는데, 요즘엔 씨앗이 안 보이게 흙 안으로 심는다 해서 아예 덮었다.

일단 잘 덮고 전체적으로 흙이 촉촉하도록 물을 주고 볕 좋은 따뜻한 곳에 뒀다.





며칠이 지나 흙이 말라서 물을 주려는데, 왠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파보고 놀랐다.

아오야~! 뿌리가 녹았다~~!
그나마 조그맣게 있던 뿌리가 없어졌네!
다행히 아보카도 씨앗 안의 싹은 썩지 않았다.


(상상하니 좀 잔인하지만) 뿌리가 녹으면서 텔레파시를 보냈나 보다.



"꺼내 줘~!!!!!!"




결국 아보카도 수경 재배로 노선을 바꿨다.

예전엔 유리병에 돌을 담아서 씨앗을 얹었더니 예뻤는데.

지금은 없으니 과자통에라도 담아야지.

물에 담그니 왠지 흙에 뒀을 때와는 다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은 뭐지? 하하, 얘가 이걸 바랬나 보다.







햇빛 좋은 창가에 두기를 열흘 남짓, 다른 화분에 가려진 작은 플라스틱 통을 어느덧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행운목과 알로카시아 잎사귀를 헤집고 아오를 찾아냈다. 아, 아오가 나를 부른 건가?

하하하, 작은 뿌리가 돋아났는데 모양이 마치 가녀린 다리 같다. 겨우 반나절만에 1센티가량 뿌리가 자라서 바닥에 다리가 닿았다. 더 높게 받쳐줘야지.








예전에 세 번째 아보카도인 아삼이를 분갈이 할 때 뿌리가 신나 있더니, 아오도 깨발랄한 다리가 보인다.

아삼이는 포트의 흙이 하도 빨리 말라서 아직 새싹이 펼쳐지지도 않았는데 분갈이를 해야 했다. 포트에서 꺼내보니 신나서 파닥거리듯 뿌리가 굉장했다. 이후 한 번 더 분갈이를 한 아삼이는 지금 줄기만 80센티가 넘어서 어린 조카와 키를 앞거서니 뒷거서니 하고 있다.

@ 펜탈릭 수채저널 / 수채물감 / 뿌리가 신난 아삼이, 분갈이 화분







아직 여린 뿌리가 상할까 싶어 더 높은 돌을 괴어주었다.

제주도의 돌이 아주 맞춤하다.
다리를 담그고 참방참방 물놀이하고 있는 모습 같아 귀엽다. 뿌리가 더 길어지면 흙으로 옮겨줄게!

왠지 아삼이 만큼이나 잘 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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