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에서 각자 서로를 어떻게 저장해 놓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캡처한 화면을 공유했는데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저장 방식이 다 달라 너무 신기했다.
나는 워낙 입력한 번호가 적어 그룹별로 나누고 이름, 소속, 직업, 닉네임 등을 붙여 헷갈리지 않게 해 둔다. 뭔가를 찾는 데 시간 낭비하는 걸 싫어하고 기억하지 못해 실수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남편과 다투고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놔두지 않아서다. 다시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아 다음 사람이 찾게 만드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캡처 화면을 공유하자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이름 옆에 야무지게 괄호를 열어 부연설명을 넣고, 띄어쓰기도 일관되게 해 놓은 게 딱 나 같단다. 이 사소한 것에서도 성격이 드러난다는데, 별다른 의도 없이 편의상 저장해놓은 것들이라 잉? 이게? 하며 당황했다. 뭐가 나 같은지도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를 건 무언가 싶어 한참을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다른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띄어쓰기도 제각각, 이름 뒤에 설명이 오는 경우, 앞에 오는 경우가 뒤섞여 있다. 어차피 누군지만 알면 되니 크게 상관없겠다 싶은데, 내 휴대폰에 저장되는 걸 상상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편집증도 아니고 강박도 아닌 이 이상한 각잡힘은 대체 뭔가 싶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그런 면이 있긴 했다. 같은 색 색연필과 펜으로 한 단원 필기를 모두 끝내야 했고, 틀려서 수정하는 것도 싫어했다. 컴퓨터 파일도 매해 그해 연도 폴더 안에 업무, 교과, 개인, 잡다 라는 네 개의 하위 폴더를 만들고 다시 세분해 가지런히 목록별로 정리한다. 바탕화면엔 프로그램 바로가기 아이콘 몇 개 외엔 휑하다. 업무 인수인계 파일을 따로 만들 필요 없이 그냥 폴더째 넘기면 돼서 옆 부서 부장님들이 바쁘실 때 할 일이 없어 괜히 바쁜 척을 했다. 책상도 항상 모든 게 정해진 자리에 있어서 누가 퇴근한 사이 쓰고 가져다 놓으면 단박에 알아본다. 신혼 초 남편이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바뀐 서류철 위치를 다음날 알더라며 이야기하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나중에 부인도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선 이상한 사람들이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무 피곤하게 산다며 좀 대충 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오히려 이게 편하다 항변하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보다. 뭐 하나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이색 저색 현란하게 정신없는 필기를 보느니, 어디쯤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 단조로운 필기 속 진짜 중요한 것만 본다. 용량 부족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나인들 왜 다 기억하고, 다 알고 싶지 않겠나.
오늘도 여지없이 단순화, 구조화 작업에 열을 올린다. 해야 할 많은 일을 구분해 카테고리별로 묶고 시간과 카테고리만 기억한다. 그렇게 살아야 간신히 잊지 않는다. 쓰고 보니 고군분투 인생 같아 슬퍼진다. 애쓰느라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