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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Apr 22. 2022

감사일기

- 아이의 감사 -


오늘도 손을 잡고 엄마 품에 폭 안긴 딸은 먼저 뽀뽀로 사랑을 고백한다. "같이 자줘서 고마워, 엄마 사랑해, 엄마 진짜 진짜 최고야." 듣기만 해도 애정이 샘솟는다. 끌어안은 몸을 쓰다듬으며 "엄마도 정말 사랑해, 우리 딸이 있어서 엄만 너무 행복해, 엄마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우리 딸을 낳은 거야." 매일 하는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파고들며 얼굴을 비비고 애교 떠는 딸이 예뻐 어쩔 줄 모른다.

오늘의 감사한 일은 엄마가 유치원에 데리러 온 거란다. 항상 즐거운 일은 친구들과 함께 논 것, 슬픈 일은 다치거나 속상한 것, 감사한 일은 엄마가 해준 일들을 이야기한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가 시간을 쪼개 보드게임을 같이 해줘도 감사하고, 휴직해 시간이 넉넉한 엄마가 매일같이 데리러 가도 감사하다 말해준다.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딸에게 내가 더 감사하다.

한동안 친구와의 사이가 편하지 않을 땐 매일 하원길에 주스 데이트를 했었다. 뒷좌석에 앉아 조잘조잘 마음 상한 이야기를 꺼내면 열심히 맞장구쳐주다 "엄마랑 주스 한 잔 할까?" 라며 동네 카페에 가 한참 대화를 나눴다. 딸기주스와 따뜻한 라테를 알아서 주문하곤 엄마, 여기 앉자며 손을 이끈다. 내 옛이야기도 꺼내고 재미있는 농담도 하면서, 그렇게 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어느새 사르르 풀려 환히 웃으며 "엄마, 나 이제 괜찮아졌어 집에 가자!" 한다. 그날 밤 아이는, 친구 때문에 슬펐지만 엄마랑 데이트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이의 감사는 결코 물질적인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감사의 핵심이 진심이라는 이유를 깨닫는다. 마음속 진심이 서로 통했을 때 비로소 고맙다, 감사하다 표현한다. 엄마의 작지만 애틋한 마음이, 아이에게 닿아 감사의 열매를 맺는다.

나도, 우리 딸과 일상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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