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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Jun 09. 2022

학교가 만만하니?

- 교장실, 의문의 1패 -


요즘 아이와 엄마 복직 이후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엄마는 다시 학교에 가고, 아침엔 데려다줄 수 있지만 오후엔 데리러 갈 수 없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마음이라도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였는데 아이는 작은 머리로 여러 생각을 하나보다. 어릴 때 봐주시던 우이동 할머니를 모셔오라 했다, 아빠가 휴직을 하면 되겠다 했다가, 할머니 집에 가있겠다고도 하다, 보듬반(돌봄 교실)에 가면 된다 말한다. 그러다 갑자기 스쿨버스를 타고 엄마 학교에 내리면 안 되냐 물었다.


"따님아, 엄마가 더 늦게 끝나서 따님이 기다려야 되잖아.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내가 기다리면 되지."
"어디서 기다리게? 기다릴 데도 없어.'
"교장실에서 기다리면 되지!"


교... 교장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지만 아이는 해맑게 "응! 교장실!" 이란다. 그렇지.. 교장실이 넓기도 하고 소파도 있고 기다리기엔 참 적합한 장소긴 하지.. 아니 그래도 갑자기 교장실이 웬 말인가 싶어 황당함이 앞섰다.


교장실에 종종 가긴 했는데 많이 어려서 기억 못 하나 했더니 아닌가 보다. 가서 주스도 마시고 양말도 벗고;; 버리려 내놓은 난타북도 치고 낙서도 하고. 교장선생님인 할아버지는 손녀 바라기도 그런 바라기가 없어서 온갖 걸 다 해주시니 교장실이 어디 키즈카페쯤 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게다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권위의식이 없으셔서 친근하게 대해 주시고 심지어 무거운 걸 들고 오는 아이들의 짐도 받아주시다 보니 더 그런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따님아.

학교가 만만하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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