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드디어 일기를 쓴다. 1학년 1학기 국어(나) 9단원은 그림일기 쓰기인데, 교과진도에 맞춰 학교에서 일기 쓰는 법을 배우며 자연스레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
일기는 그냥 쓰면 되는 게 아닌가, 뭘 그런 것도 배워야 하나, 생각하며 교과서를 봤다. 몇 장 넘기며 읽다 보니 어쩌면 일기라는 건 가장 개인적이고, 그래서 쓰기 쉽고, 또 큰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날짜와 날씨, 제목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 그것에 우선해 하루를 되짚고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려야 한다. 그다음 사실을 적고 느낌과 생각을 덧붙이면 일기가 완성된다. 더불어 일기 쓰기의 좋은 점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중요한 일을 잊지 않을 수 있고 느꼈던 감정과 들었던 생각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아이는 그날 오전에 받았던 구강교육에 대해 일기를 써왔다. 생각이나 느낌이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몰라 여러 가지가 혼재해있었지만 아이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 글이었다. 치위생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건 생각이고, 양치하는 법을 잘 알게 되어 기뻤다는 건 느낌이야, 말하면서도 뭐가 다른 거지? 나도 헷갈린다.
아이의 일기에서 제일 황당했던 건 사실 날씨였다. 오늘의 날씨를 "구름이 졸린 날"로 적어왔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많이 떨어지는 엄마는 아이에게 물었다. 구름이 졸린 날은 대체 어떤 날씨야? 구름이 졸리기도 해? 왜? 뭐가 졸린 거지? 그럼 구름이 안 졸릴 수도 있어? 폭풍질문을 와다다 쏟아냈다.
"엄마, 아침에 날이 흐렸잖아? 구름이 졸려서 가만히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구름이 졸린 날이지."
무릇 날씨라 함은, 기온-강수-바람 세 요소를 바탕으로 이것들이 달라지는 인자를 더해주면 완벽해진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날씨와 기후는 다른 거고, 그래서 기상캐스터는 오늘의 기후를 알려주지 않지.. 블라블라.. 지리교사 엄마의 눈엔 날씨든 기후든 전부 수업에서 설명할 내용들로만, 그래서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만이 정답이다. 그나마 초등학생 일기라 하니 맑음-흐림-비-눈 의 사단 콜라보 중에 고르는정도로 허용하겠어! 이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