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피아노를 가르쳐 볼 심산으로 열심히 음악도 들려주고 같이 쳐보기도 하면서 유도했는데, 딱 한 곡을 듣더니 바이올린을 배우겠다 선언했다.
곡목은 "우아한 유령", 작곡가는 윌리엄 볼콤. 연주자는 일명 인모니니인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와 홍사헌 피아니스트다.
볼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을 표현하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노력한 작곡가다. 그래서인지 정통 클래식 음악의 느낌이 덜하다. 재즈의 리듬인 ragtime이 여기저기 묻어있기 때문이다. 서정미를 담은 멜로디에 당김음이 인상적인 리듬이 더해져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우아하게 표현한다.
등하원길 차 안, 시크릿 쥬쥬와 모차르트 사이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진다. 엄마는 어떻게 이런 좋은 곡도 아냐는 말에 어깨가 으쓱한다. 그래, 내가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들었지! 한창 혼자만의 뿌듯함에 취해있을 때 아이가 이걸 연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묻는다.
아직 피아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엄마는 바이올린 전에 피아노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살살 꼬드기기 시작한다.
"음악은 새로운 세계야,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하겠지? 그 열쇠들 중 가장 크고 멋진 게 피아노란다. 오른손 왼손, 양손에 모두 열쇠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악기거든."
그동안 나의 지난하던 노력이 무색하게 따님은 홀딱 넘어갔다. 당장 배우고 싶다며 피아노 뚜껑을 열어달란다. 뚱땅뚱땅 꽝꽝꽝 시끄럽게 두드려댄다.
배움의 동기는 간단하고도 대단하다.
* 양인모와 홍사헌의 연주입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인 양인모의 연주는 ragtime을 기가 막히게 잘 살리고, 홍사헌의 반주 역시 그 리듬을 충실히 잘 따라갑니다. 일어나 춤추고 싶게 만드는 둘만의 들썩임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