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점심은?

100일 글쓰기 - 53

by 모사가


나의 점심은 급식에서 시작해 급식으로 끝난다. 초등학교 시절 시작된 급식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이어졌다. 대학이 무슨 급식이냐 하겠지만,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야 음식점들이 있고 그마저도 많지 않아 대부분 학교 식당에서 해결했다. 졸업하고 드디어 해방인가 했더니 하필이면 취직한 곳이 또 학교라 이젠 퇴직까지 급식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가끔 강남역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점심으로 뭘 먹었다 이야기하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맛있는 건 다 몰려있는 강남역에서,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매일 뭘 먹을지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도 있겠네? 라 말하자, 남편은 매일 주는 밥 먹으러 가기만 하면 되는 급식이 얼마나 좋으냐며 오히려 나를 부러워한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사실 모르겠다.

휴직한 후론 혼자 챙겨 먹고 있다. 5분 거리 친정에 가면 엄마가 어차피 차리는 데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며 따뜻한 밥을 주시겠지만, 복직하면 신세 질 일이 구만리라 일부러 잘 가지 않는다. 아이를 챙겨 보내고 대충 집안 정리를 마치면 아침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 하루 세끼 챙겨 먹기가 어렵다. 우선은 커피 한잔으로 잠든 뇌를 깨우는 데 만족한다.

솔직히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먹방을 보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음식도 딱히 없고 맛있는 것도 별로 없다. 먹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빼빼 마른 꼬챙이냐, 그건 당연히 아니고 그저 남들처럼 30대 이후로 해마다 1~2kg씩 꾸준히 몸무게가 늘어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냥 먹는 게 귀찮아 대충 때우는 게으름뱅이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도 점심시간에 밥을 먹은 적이 손에 꼽는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급식지도 당번이고 회의들이 점심시간에 잡혀있는 경우도 꽤 있어 보통 수업이 빈 시간에 먹는다. 동료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눌 유일한 시간이기도 한데, 일명 시간 거지인 어린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보니 머릿속이 할 일로 복잡해 얼른 먹고 일어나기 바쁘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먹는 밥이 재미도 없거니와 요리와 설거지가 오롯이 내 몫이라 간단하고 편한 음식을 찾는다. 그나마 영양소의 균형은 맞춰야겠다 생각한 후론 현미밥에 반찬 세 가지 정도를 차려 먹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막을 순 없더라도, 적어도 내가 스스로 내 몸을 학대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생각한다. 부엌과 영 친하지 않다 보니 실천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뜨끔한 마음에 글을 쓰다 말고 새벽 배송으로 샐러드와 닭가슴살, 과일, 소고기 안심을 주문했다. 내일 아침 겸 점심엔 닭가슴살 샐러드를 해 먹고, 오후 간식으로 스콘 하나, 저녁으론 소고기 안심과 야채를 함께 구워 나물반찬과 현미밥을 먹어야겠다 다짐한다. 자세히 보니 비슷한 구성의 꾸러미 정기배송이 있던데 그거라도 신청해야 하나 싶다.

다들 질색하겠지만, 딱 한 알만 먹으면 하루 식사가 해결되는 그런 알약 좀 누가 발명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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