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발가락의 존재감

100일 글쓰기 - 50

by 모사가


월요일 아침, 모두를 밖으로 내몬 뒤 신나게 청소를 시작했다. 아이의 방학과 남편의 재택이 이어져 혼자 시원하게 청소하는 시간이 너무 오랜만이다. 빨랫감을 분리해 아이세탁기와 어른세탁기에 각각 집어넣어 돌리고, 주말 내내 소소히 어질러놓은 책과 장난감을 정리해 넣는다. 문을 활짝 열고 먼지 떨이개를 부지런히 놀리고는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킨다. 설거지도 하고 각방의 쓰레기통도 비운다.

이방 저방 바쁘게 오가다 거실 탁자를 세게 걷어찼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하필이면 새끼발가락이 대차게 부딪혔다. 발이 시려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청소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는데도 계속 발가락이 아프다. 덧신을 벗고 살피니 다른 쪽 발과 비교될 만큼 퉁퉁 부어있다. 벌써 푸르스름 멍도 들었다. 발을 디디며 걷기가 쉽지 않아 절뚝이며 다녔다. 곧 있으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선다. 병원에라도 다녀오려고 급히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라 뼈는 무사하단다. 다만 발가락을 뺑 둘러 멍이 들어서 보기엔 엄청 아파 보인다. 힘주는 것도 좀 불편해 옆 발가락과 묶어 테이핑을 해야 걸음이 수월해진다. 작은 뼈라 부러진 게 안 보일 수도 있으니 이틀 뒤에 다시 병원에 오라 하셨는데 더 붓지도 않고 멍도 퍼지는 게 딱히 안 가도 될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엄마 빨리 나으라며 발아래 쿠션도 놓아주고 냉동실에서 얼음팩도 가져다준다. 편지도 써줬다. 약 바른다고 양말을 벗으니 엄마 진짜 많이 아프겠다! 소리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른다. 꼬맹이의 작은 손길에 마음이 찰랑거려 눈이 맵다. 많이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진정이 됐는지 엄마를 꼭 안아주면서 빨리 나아, 하곤 갔다.


몸 중 제일 작은 새끼발가락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도 새끼발가락이었다. 그 작은 발가락에 무려 발톱이 있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신이 진짜 있구나 생각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아도 존재감은 어마하다. 그깟 멍 좀 들었다고 걷기가 힘들고 덕분에 종아리며 허리며 온몸이 뻐근하다. 내 몸에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부상병 때문에 온 가족이 더 바빠졌다. 시작하려 마음먹었던 다이어트도 기세가 꺾였다. 목금 재택기간에 시댁에 가있으려던 남편도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엄마 아빤 우리 딸을 봐주시고 작은 이모는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별 것 아닌 일에 다들 신경 써주셔서 죄송하다. 아침 일찍 투표는 마쳤으니 오늘은 하루 종일 좀 가만히 쉬며 얼른 낫는데 집중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는 사람과 친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