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교육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들었다. 교육심리학 입문, 교육심리학 개론, 이름 빼고 뭐가 다른지 모를 수업을 두 번이나 들었다. 당시 과가 없이 계열로 입학을 했는데, 1학년에 개설된 전공 탐색 과목이 교육심리학 입문이었고 2-4학년 대상 사범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게 교육심리학 개론이었다. 두 번 들었다고 더 잘하는 건 아니고, 교육학과는 가지 말아야겠구나만 확인했을 뿐이다.
수업에선 아동의 발달, 성격 형성 등에 대해 배웠다. 피아제, 비고츠키, 에릭슨, 콜버그, 프로이트, 융, 사람도 많고 발달 단계는 더 많고 외워야 할 건 더더 많다. 성격은 5세 무렵에 완성되는데, 그래서 사람 잘 안 바뀐다고 하는 거다, 그래도 교육을 통해 바뀔 부분이 있다, 도무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를 이야기만 계속 들었다. 타고 나는 게 문제인 건지 성장 과정이 문제인 건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같은 문제를 3시간 내내 듣다 보면 다들 썩은 표정이 된다.
매시간 나이아가라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에 지쳐있을 때쯤 교수님이 MBTI 검사를 들고 오셨다. 오늘은 부담 없는 수업이라며 검사지를 나눠주셨다. 받아 든 검사지에 문항이 400개는 족히 돼 보였다. 비슷한 문항도 꽤 있고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묻기도 했다(같은 내용을 여러 번 묻는 건 검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완료한 뒤 검사지를 뜯어 점수표를 보고 계산해 각자 성격 유형을 파악했다. 점수 계산이 상당히 번거롭고, 하다 보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람의 성격을 16개의 유형으로 나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체적으로 16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MBTI 검사는 어느 정도의 경향성을 지니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ESTJ 유형인데, T와 F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51:49 정도로 T가 강해 ESTJ유형에 속하지만 실제론 T와 F의 성향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더 웃긴 건 방학하면 ESFJ, 개학하면 ESTJ다.
유튜브에 코미디언 강유미가 운영하는 채널이 있다. 유미의 MBTI라는 영상으로 유형별 특징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실은 친구가 알려줘 찾아봤다 너무 재미있어 앉은자리에서 16개 유형을 끝까지 다 봤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우는 데 아주 유용하다. 코미디언만의 뛰어난 재치와 연기력으로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매력 있게 표현한다.
결국 MBTI 검사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답인 듯하다. 타인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인 것도 같다. MZ 세대의 끄트머리쯤에 있는 나에게 MBTI는 대학 시절 힘든 수업의 단비였고, 사회에선 사람 참 다양하다 정도의 의미로 다가온다. 상처받고 싶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가성비 쩌는 노력이랄까.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