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 당일치기 글램핑을 다녀왔다. 시누이네 가족이 간다길래 우리도 급하게 예약했다. 캠핑이고 글램핑이고 모두 처음이라 뭘 준비해야 하나 한참 검색했다.
내 사전에 대충이란 없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준비물을 챙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우선 초록창에 '글램핑 준비물 리스트'를 치고, 그다음 우리가 갈 글램핑장의 후기를 찾아본다. 최악과 최고까지 두루 읽어본 후 최악에 맞춰 가져 갈 것들의 목록을 만든다.
라면, 캠핑용 어묵탕, 집 앞 포장 양념갈비, 냉동 된장찌개, 일회용 직화냄비, 과자, 핫초코, 커피 드립백, 종이컵, 수저, 접시, 물티슈, 구급약, 여분 점퍼, 담요, 핫팩 등등. 몇 날 며칠 있어도 될 법한 짐을 꾸렸다. 짐꾸러미 옆에서 곰곰이 또 뭐가 필요할지 생각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경악했다. "챙길 수 있는 것들만 챙기고 없으면 그냥 말고, 불편함도 즐기러 가는 거지."라는데 영 못마땅하다. 조금만 잘 챙겨가면 편할 수 있는데 왜 그 번잡함을 견뎌야 하는 걸까!
학생들과 외부활동을 나가려면 많은 걸 준비해야 한다. 우선 학년 초에 잡아놓은 예산 중 맞는 항목이 있는지 보고 이번에 어느 정도 사용할 것인지 정한다. 계획서에는 활동의 목적부터 시작해 장소, 소요시간, 인원, 학생 교통편, 교통지도 및 안전지도, 예산안, 기대효과 등 세세한 것들을 모두 담는다. 타임테이블은 필수고, 어느 교사가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심지어 구급가방을 누가 들고 올 것인가까지도 정해놓는다.
이렇게 해도 빠뜨리는 게 생기곤 하는데 학생들과 직결되는 것이 많아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항상 30분 이상 일찍 도착해 확인하고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게 일상이다. 더 챙기고, 또 살피는 게 습관이 될 수밖에 없다.
성격 탓도 크다. 신혼 첫 휴가에 관광지는 물론이고 밥 먹는 장소와 시간까지 정해 일정표를 건넸던 기억이 얼핏 스친다. 두 번째 휴가엔 여행 갈 도시 관련 책을 잔뜩 사 포스트잍을 붙여가며 정리해 라인업을 만들었다. 요샌 하다못해 아이와 잠시 산책을 나가도 돌아올 시간과 중간에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해 놓는다. 계획형 인간의 표본이다.
덕분에 이번 글램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얼음깨기에 재미 들린 어린이들에게 핫팩은 인기 만점이었고, 물티슈는 커녕 휴지조차 없던 시누이네 가족에게 물티슈 한통을 쿨하게 내줬으며, 놀다 손을 다친 따님에게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줄 수 있었다. 하루나 사흘이나 짐이 똑같다고 구시렁대던 남편도, 집에 올 땐 부인이 꼼꼼한 사람이라 좋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고 보면, 다 좋고 다 나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