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흔적

100일 글쓰기 - 21

by 모사가


얼마 전 아이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기승인데 굳이 아이를 동반해야 하나 싶었는데, 아동학대 유무를 판별하기 위해 필수라 한다. 못 올 상황이라면 영상통화를 해서라도 확인을 한단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아이를 정말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느낌이다.


직업상 아이들을 많이 접한다. 질풍노도의 절정, 북한도 무서워 피한다는 중학생들이다. 어디 가서 하는 일을 궁금해하는 분들께 이야기를 꺼내면 주로 안타까워하거나 불쌍해하신다. 토닥이는 손길까지 더해지면 내가 그리 힘든 일을 하나 싶은 의문이 든다.


아이들은 통통 튄다. 아이들만의 생명력은 놀랍다.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한없이 연약함으로 각자의 존재감을 내뿜는다. 무모한 감정의 기복이 끈질긴 성장처럼 느껴진다. 이 세상의 무엇으로도 그 모습을 묘사하기 어렵다. 재기 발랄함을 마음속에 잘 가둬두었다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을 정도다.


코로나로 한동안 등교를 못 하다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왔던 날, 삼삼오오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죽어있던 공간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고, 교문부터 학교 건물까지 이어진 길에 재밌는 그림들이 생겨났다. 특별실 이동이 힘들어지자 미술실 대신 바깥으로 자리를 옮겨 그림을 그렸던 까닭이었다. 낙서 같은 작은 그림들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린다.


하수도 뚜껑을 거북이 등딱지로 변신시킨 아이들의 그림. 아이들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폭력과 방임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들었다. 집이 가장 힘든 곳인 아이들은 지옥을 겪어내고 있다. 학교에 오지 못하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수시로 전화하고 일부러라도 오게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초등학교의 과한 확인과 절차가 오히려 감사하다.


오늘도 나의 아이는 혼자 뛰어논다. 시끄러운 소음이 있어야 할 곳에 적막만 가득하다.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온전히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는다. 부디 학교에 아이들의 반짝임이 가득하길, 가정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적어지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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