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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22. 2022

벌써 하소연

- 하나하나 녹록치 않다-


아이가 요 며칠 계속 기분이 좋지 않다. 함께 버스를 타는 친구(는 여자다)에게 말을 걸었는데 모른 척이고, 싫어하냐 물어도 답이 없다. 첫 등교 후 며칠은 서로 잘 지냈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데면데면하다.

우리 딸은 소심한 듯하면서도 대찬 면이 있다. 며칠 전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야, 너 나 싫어해?"라고 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던 나와 친구 어머님은 적당히 인사를 시키고 헤어졌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따님은 왜 자기가 말을 하는데 귀를 막고, 들었는데 못 들은 척을 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버스에서 내리는데 우당 탕탕이다.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가방을 놓고 내려서 "○○야, 가방 가져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급기야는 따님이 가방을 대신 가지고 내렸다. 친구 어머님이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하셨지만 친구는 역시나 별반응이 없었다. 결국 우리 딸은 폭발했고 분에 꽉 차 내 손을 꾹 잡고 눈물을 흘리며 집에 왔다.

우선은 따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무엇이 서운하고, 억울하고, 화나는지 한참을 들었다. 같이 잘 놀다 왜 갑자기 말도 안 하는지 모르겠어서 친구 마음이 궁금하단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말을 해주면 자신도 마음을 정할 텐데 피하기만 하니 답답해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거기까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 많이 속상했겠구나, 마음을 읽어줬다. 제법 진정되어 그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상황을 자세히 물었는데, 글쎄 내가 싫냐를 친구에게 15번이나 말했단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차분히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건 숨기고 싶을 때가 있어서라 운을 떼었다. 또 마음이란 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고, 각자 마음은 스스로가 주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고 말해줬다. 따님의 궁금증은 이해하지만 굳이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친구에게 계속해서 같은 걸 물으면 오히려 친구가 화나고 불쾌해질 수 있다 알려줬다. 무엇이든 2번 물었는데도 상대방의 대답이 없다면 더 묻지 말라고도 이야기했다.

맞벌이 부모에 외동,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잘 키운다고 노력했지만 막상 학교에 가니 걱정되고 불안한 게 산더미다. 당장 공부도 따라가는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있는지, 딸이 툭툭 뱉는 단편적인 조각들을 끼워 맞추느라 매번 바쁘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뱃속에 있을 때 가졌던 그 마음 평생 잊지 말라던 우리 엄마의 말씀도 떠오른다. 믿고, 응원하고, 사랑하고, 아껴주고, 도와주고. 부모로서 무언갈 하려 하지 말고 하게끔 해야 한다는데, 그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잘 없나. 좋기까진 못해도, 부끄러운 부모는 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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